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개최된 제2차 교육회복지원위원회 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얼마 전 졸업사진을 찍기 위해 근처 공원에 갔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발생 뒤 봄·가을 소풍이 사라졌기 때문에 같은 반 친구들과 야외에 나간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이 학교 6학년 학부모 ㄱ씨는 “공원에 갔다 온 아들이 신발을 빨아달라고 했다. 그만큼 신나게 뛰어다녔다는 뜻”이라며 “학교도 단계적 일상 회복을 한다고 하는데,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킨다는 전제 아래 소풍은 물론 야외 체험활동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국민 70% 접종완료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이 시작되면서 그동안 위축되거나 제한됐던 학교 활동들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네 학기째 이어지는 학교 거리두기 지침에 대한 피로감을 토로하는 학부모들의 반응도 나오지만, 교육부는 학교 일상 회복을 “차분하게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 김아무개(39)씨는 “하굣길에 한 아이가 넘어져서 딸을 포함해 4~5명이 함께 학교 보건실에 데려다준 적이 있는데 이 모습을 본 선생님이 ‘왜 몰려다니냐’고 큰소리로 혼내서 속상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지난해와 달리 매일 등교한다지만 여전히 짝꿍도 없고 모둠활동도 거의 안 하는데 친구를 돕는 일마저 방역이라는 잣대로만 판단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29일 ‘교육 분야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5일 ‘제2차 교육회복지원위원회 회의’를 열고 전면등교 중인 비수도권과 달리 3분의2 등교를 하는 수도권 지역의 추가 등교 확대 방안과 교과·비교과 활동 전반의 교육활동 정상화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발표 일정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정해진 게 없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학교 일상 회복은 우리 학생들의 안전이 걸려있는 중차대한 일인 만큼 차분하게 단계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여러 학교 활동 가운데 무엇부터 단계적으로 정상화할지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야외 체험활동은 지금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그동안 체험활동을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했지만 의견 수렴을 하다보니 체험활동에 대한 요구가 있어서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체험 활동에 견줘 짝꿍 배치, 모둠활동 등 교실 안 거리두기 관련 지침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학교 방역 지침상 학생 사이에는 최대한 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책상을 배치하고 모둠활동을 운영하더라도 밀접접촉이 발생할 수 있는 활동은 자제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모둠활동을 활성화해 아이들이 협동심을 배우고 사회성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교육부는 현재로선 교실 안 거리두기 관련 방역 지침 수정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마스크 착용 지침 역시 그대로 유지된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학교의 단계적 일상 회복은 무조건 속도를 높일 일은 아니”라며 “그동안 학교에서 해왔던 여러 방역 조처들 가운데 어떤 것이 실효성이 있었는지, 어떤 조처부터 풀어야 할지 등은 교사들이 가장 잘 아는 만큼 교육부는 교사 의견 수렴부터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학교 위드코로나 시행 시점을 11월18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14~16일 전국 초중고 교사 35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학교 위드 코로나 시행의 구체적 시기’를 ‘수능 시험일 이후’라고 응답한 비율이 34.9%로 가장 높았다. 교육부 역시 “교육 분야의 경우 특수한 학사일정, 예를 들어 수능이나 겨울방학 등을 고려해서 시행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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