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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력 저하 ‘빨간불’에 수업시간 확대 처방전

등록 2006-02-19 15:12수정 2006-02-20 14:42

일본 도쿄 고토구 한 초등학교의 국어(일본어) 수업시간. ‘여유 있는 교육’ 방침이 10년 만에 폐지되고 학생들의 언어능력 향상에 초점을 둔 새 교육방침에 따라 일본 초·중등학교에서는 국어 등 수업 시간이 늘어난다.
일본 도쿄 고토구 한 초등학교의 국어(일본어) 수업시간. ‘여유 있는 교육’ 방침이 10년 만에 폐지되고 학생들의 언어능력 향상에 초점을 둔 새 교육방침에 따라 일본 초·중등학교에서는 국어 등 수업 시간이 늘어난다.
[나라밖에선] 일본 ‘여유있는 교육’ 사실상 폐지
일본에서 그동안 창의성 중심으로 진행됐던 ‘여유 있는(유도리) 교육’ 방침이 10년 만에 막을 내린다. 대신에 4~5년 뒤부터는 초·중학교 수업시간이 크게 늘어나 일본 어린이들의 공부 부담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77년 이후 계속해 온 ‘수업시간 축소 노선’이 30여년 만에 전환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최근 학력 저하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은 현행 ‘학습지도 요령’의 뼈대인 ‘여유 있는 교육’을 사실상 폐지하고, 국어·수학·이과 과목의 수업시간 수를 늘리는 내용의 심의 보고서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이르면 2010년까지 새 학급지도 요령을 확정해 각급 학교에서 실시할 방침이다. 학습지도 요령은 일본 학교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본 지침으로, 모든 교과지도와 교과서 검증의 준거로 사용된다.

‘창의성 중심 교육’ 부작용… 수학·독해력 국제 순위 뚝
문부성, 언어능력·이과수업 강화키로… “주입식 교육 회귀 아니다”

보고서는 “여유 있는 교육을 발전시켜 온 현행 학습지도 요령에 따른 결과 지도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사례가 있고, 교육적 효과가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활동이 있다”고 여유 있는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보고서는 “초·중등학교 수업일수가 약 200여일로 국제적인 수준과 비슷하지만, 수업시간은 국제 평균보다 짧다”며 국어능력, 이과교육 강화를 요구했다. 일본은 1960년대 세계 최고의 교육시간으로 스파르타식 교육을 실시해 왔다. 그러다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사회문제가 되자 77년부터 수업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여 왔다.

특히 하시모토 류타로 정권 시절인 96년부터는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학습내용을 암기 중심에서 스스로 과제를 풀 수 있는 창의성 중심으로 교육 방침을 바꿨다. 여기에 덧붙여 2002년에는 주5일 교육을 도입하는 등 수업시간을 과거에 비해 30%나 줄이는 학습지도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2004년 12월 발표된 국제 수학·이과 교육동향(초4년, 중2년 대상) 조사에서 일본 학생들의 학력이 지난번 조사 때보다 평균 점수는 물론 국제 순위도 크게 떨어지자 비판론자들 사이에서 ‘여유 있는 교육’이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앞서 발표된 고교 1년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협력개발기구의 학력조사에서는 일본 학생들의 독해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문부성은 이번 방침이 과거와 같은 주입식 교육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한다. 일본 학생들이 독해력과 기술식 문제 해결 능력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고 언어능력 향상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언어능력은 대화의 수단인 동시에 정서적·지적 활동의 기반이 된다는 게 교육 당국의 생각이다.

문부성은 구체적인 실천 방향으로 △A4용지 1장 정도에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거나, 고전의 음독·암기, 요약 능력을 촉진(국어) △수량적 데이터를 해석해 그래프로 표현하거나 가설을 세워 실험 평가(수학·이과) 등을 내세웠다. 또 초등학교의 90%가 실시하는 영어교육에 대해서도 “충실할 필요가 있다”며 제시된 주제를 놓고 1분 가량 영어 말하기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을 예시했다.

그러나 언어능력 향상이 학부모들이 절실하게 바라는 학력이나 학습의욕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공허한 개념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지적한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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