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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원강사에게 학교수업 맡기는 일본

등록 2006-02-05 17:15수정 2006-02-06 15:03

일본 도쿄 고토구립 야나가와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학원강사가 진행하는 수학 시간에 문제를 풀고 있다.
일본 도쿄 고토구립 야나가와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학원강사가 진행하는 수학 시간에 문제를 풀고 있다.
나라밖에선
수준별 수업 ‘외주’…세밀한 지도에 실력 쑥쑥

학교 교사수 늘릴 수 없고
학원 학생수 줄어 ‘윈윈전략’
보충수업·진로지도 위탁 증가세
학생·학부모 만족도 높아

“아! 아! 그렇지. 그렇지.”

지난달 30일 오전 도쿄 고토구립 야나가와 초등학교 6학년 수학 시간. 어려운 분수 문제를 먼저 푼 한 학생이 자신의 풀이방식을 설명하자 앉아 있던 학생 9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이 학생의 발표 뒤 수업을 맡은 스가하라 아키유키 선생님이 차근하게 다시 문제풀이를 했다. 그는 아이들과 하나하나 눈빛을 맞추며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단계 별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스가하라는 정규 교사가 아니다. 중소 학원들의 모임인 ‘전국학습학원협회’에서 파견된 강사다. 이 학교는 5·6학년 수학 수업의 절반 정도를 학원강사들에게 맡기고 있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단원이 배당됐다. 수업은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3개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한 학년에 30명 안팎의 1개 학급뿐이어서, 9~10명의 소인수 수업이 가능하다.

이 학교는 학교 특성 살리기의 하나로 수준별 수업을 추진하면서 이 방식을 택하게 됐다. 정원이 정해진 현직 교사의 수를 늘릴 방법이 없고, 달리 수준별 수업을 감당할 만한 적임자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소수반을 운영하며 실력 향상을 전문으로 해온 학원 쪽에서 인력을 찾게 됐다.

지난 2004년 6월부터 도입한 학원강사 수업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높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수준에 따라 적은 그룹으로 나눠 좀더 세밀한 지도를 하기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반긴다. 그렇지만 학원강사에게 수업을 내주는 데 대한 현직 교사들의 거부감은 만만치 않았다. 수업이 진행되면서 교사들도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게 됐고, 강사들도 교사들의 기존 지도방침을 되도록 존중해 서로의 이해를 넓혀갔다고 학교 쪽은 설명했다. 학원과 달리 성적 끌어올리기를 위해 주입식 공부를 무리하게 강요하지 않아도 되는 점도 마찰감소에 기여했다. 오야마 마사미 교장은 “학교와 학원의 대립은 심하지만 힘을 합쳐 어린이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그런 협력자세를 도출하는 게 이 수업 도입의 취지”라고 말했다. 현재 교육당국과 다른 학교에서도 이 학교의 성과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다.

초·중·고에서 정규·보충수업, 진로지도 등을 학원에 맡기는 이런 ‘외주’ 사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최근 전했다. 학력저하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겨냥해 성적 향상을 통해 인기를 높이려는 학교와 학생수 감소로 생존전략을 고심해야 하는 학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나토구 구립 중학교에선 지난해 6월부터 토요 특별강좌가 개설됐다. 유명 진학학원인 ‘와세다아카데미’에서 파견된 강사가 학원용 교재를 가지고 국·영·수를 가르친다. 구는 10개 공립중학교 가운데 4곳에서 강좌를 시작했으나 다른 학교 학부모들의 빗발치는 요청으로 9월에 실시 학교를 9곳으로 늘렸다.

고교에선 확산 속도가 한결 빠르다. 주오구의 사립 니혼바시여학관중고는 “진학지도는 전문가(학원)에게 맡기는 게 좋다”는 주장을 내걸고 이번 봄학기에 ‘수퍼특진코스’를 개설한다. 정규수업 뒤 7~8교시에 국·영·수를 가르치는 ‘교내 학원’이다. 대형 대입학원인 ‘요요기제미나르’가 강사를 파견하는 고교가 180곳이며, 그 가운데 60%는 공립이다. 슌다이학원도 40개 고교에 강사를 파견하고 있는데, 공립이 절반이다.

도쿄/글·사진 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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