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맨 왼쪽)과 위원들이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현판식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중장기 교육정책을 추진할 국가교육위원회가 이배용 초대 위원장 자격 논란과 정파 갈등, 조직 축소 우려 속에 애초 계획보다 두달 늦은 27일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념 편향성이 강하고 교육정책 전문성이 없다는 교육계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이날 오후 4시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국교위 사무실에서 출범식을 열고 업무를 시작했다. 국교위 설립 근거 법령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교위법)은 지난 7월21일 시행됐지만 위원 추천과 조직 구성이 늦어지며 지각 출범했다. 국교위는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로 10년 단위 중장기 교육제도 개선과 국가교육과정 기준을 수립하고,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 및 조정하게 된다. 올해 말까지 2022 개정 교육과정도 심의·의결해야 한다.
교육계에서는 국교위 출범 전부터 다양한 교육 주체 간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위원 면면을 보면 정파 갈등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 위원장은 2011년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장, 2015년 역사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 등을 맡는 등 친일과 독재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박근혜 정부 역사 국정교과서 추진 주역이었다. 2012년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의장으로 활동할 때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를 ‘선덕여왕’에 빗대는 등 정치색이 지나치게 짙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을 지낸 사학자 출신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한 교육정책을 조율하기에 교육행정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30분께 “어려운 일 맡아주셔서 감사하다”며 이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출범식에서 본인 논란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각 분야의 전문가인 위원들과 지혜를 모으고 교육 현장과 늘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넓히고자 한다”며 “특히 교육의 직접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의 입장에서 역지사지하면서 가장 바람직한 공통분모를 찾아내어 신뢰받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정착될 수 있도록 성심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학생 단체로 구성된 ‘대학생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위원장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대학생공동행동은 “국교위는 모든 초중등 학생들이 배우게 될 내용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기관”이라며 “친일·독재를 미화한 내용을 담은 국정교과서 편찬심의위원을 지낸 이 위원장을 그런 위원회의 수장으로 임명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밝혔다.
국교위가 맡은 역할에 비해 조직 규모 또한 지나치게 왜소한 점도 실행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국교위에선 위원 21명과 공무원 31명이 일하게 되는데, 백년지대계 수립 역할을 뒷받침하기엔 역부족이다. 교사노조연맹은 지난 6일 “교육부 공무원 정원이 640명에 이르는데 20분의 1 인력으로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등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 정원은 281명, 국가인권위원회 정원은 250명으로 국교위의 8~9배다. 또 2023년 편성된 국교위 예산이 88억9100만원인데 반해, 방통위 492억2300만원, 인권위 406억9100만원으로 국교위의 5배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교위를 정원 31명에 불과한 초미니 행정기관으로 만든 것도 심각한 문제”라며 “자칫 잘못하면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밝혔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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