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6일 김건희 여사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국기초조형학회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표절 의혹이 제기된 논문에 대해 자체 검증에 나섰다. ‘주먹코인 남자와 키 큰 여자’, ‘콧구멍이 큰 남자와 입이 크고 튀어나온 여자’ 등 남녀의 좋은 궁합 예시를 개인 블로그에서 ‘복붙’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논문으로, 해당 논문은 한국기초조형학회 학술지에 실렸다. 앞서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는 김 여사의 또 다른 표절 의혹이 제기된 ‘member Yuji’ 논문에 대해 국민대의 ‘문제없다’는 논문 검증 결과를 그대로 따른 바 있다.
2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의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한국기초조형학회는 28일 서 의원에 공문을 보내 “연구부정행위 제보를 접수했고, 학회의 연구윤리위원회에 제보 내용을 회부해 심의하게 될 것”이라며 “연구윤리위원회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의심할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예비조사를 실시하게 된다”고 밝혔다.
9월28일 한국기초조형학회가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보낸 공문 일부. 사진 서동용 의원실 제공
앞서 서 의원은 전국 14개 교수·학술단체가 모인 ‘김건희 여사 논문표절 의혹 검증을 위한 범학계 국민검증단’(검증단)이 김 여사가 2007년 학술지 <기초조형학연구>에 실었던 논문 ‘애니타를 이용한 WIBRO용 콘텐츠 개발에 관한 연구 – 관상, 궁합 아바타를 개발을 중심으로’(애니타)에 대해 실시한 자체 검증 결과를 첨부해 지난 20일 한국기초조형학회에 표절 의혹을 제보했다. 검증단은 이 논문에 대해 “논문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표-1> ‘남녀의 좋은 궁합의 예’를 출처 표시 없이 개인 블로그 ‘관상궁합’에서 복사해 붙이고 다른 교수의 강의록에 있는 내용을 가져다 쓰는 등 아이디어 표절을 비롯한 내용·문장·단어 표절이 모두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왼쪽은 2005년 11월30일 온라인에 등록된 개인 블로그 ‘관상궁합’의 일부. 오른쪽은 김건희 여사의 2007년 논문 ‘애니타를 이용한 WIBRO용 콘텐츠 개발에 관한 연구 – 관상, 궁합 아바타를 개발을 중심으로’ 일부.
하지만 8월1일 국민대는 김 여사의 2008년 박사논문와 김 여사가 국민대 대학원에 재학하면서 학술지에 게재한 3편 등 총 4편에 대해 “연구 부정행위가 없었다”는 재조사 결과를 내놨다. 애니타 논문에 대해서는 “다소 인용 분량이 많기는 하나 주석에 출처를 밝히고 있으며, 현재 국민대의 기준으로 양호 수준에 해당한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서동용 의원은 “학회가 학술단체로서 사명을 갖고 객관적이고 제대로 된 검증을 통해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기초조형학회 연구윤리위원회가 ‘표절이 맞다’는 최종 결론을 내더라도 논문 게재 취소 등 징계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초조형학회의 학술지 논문 연구윤리 규정을 보면, 연구부정행위 검증에는 시효가 없지만 제보 접수일로부터 만 5년 이전에 이루어진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징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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