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2 개정교육과정 행정예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교육부가 ‘자유민주주의’ 표현이 추가된 2022 개정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발표하자, 교육계에서는 특정 진영에 치우친 역사관을 강요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역사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들은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반영하는 것에 반대했음에도 교육부가 수정을 강행했다며 연구 독립성이 훼손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2022 역사과 교육과정 개발 연구진 일동’은 9일 오후 성명을 내고 “교육부는 연구진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수정한 행정예고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교육부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명기하는 데 집착함으로써, 민주주의와 관련된 다양한 보편적 가치를 담고자 한 연구진의 의도를 왜곡했다”며 “동시에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다양성과 포용적 가치를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또 “이는 연구진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전제로 교육부 담당자와의 협의를 통해 교육과정을 개발해 온 과정을 일거에 무시한 행태”라며 “교육부는 연구진이 제출한 행정예고본 원안을 존중하고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2022 역사과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들은 ‘민주주의’라는 표현에는 다양한 함의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비교적 협소한 의미인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추가하는 것을 반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교육부는 연구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으며 개정교육과정 고시의 권한은 어디까지나 교육부에 있다는 입장이다. 오승걸 교육부 학교혁신지원실장은 “연구진의 전문성과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교육과정을 고시할 때 그 권한은 교육부 장관에게 있으며 연구진이 연구하는 것을 그대로 교육과정에 고시하는 게 아니다. 국민 의견 수렴과 여러 심의 과정을 거친 뒤에 행정예고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태원 사고 후속 지원 및 안전 강화 관련 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시절인 2011년 ‘민주주의’ 표현을 ‘자유민주주의’로 바꾼 2009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한 바 있는데, 이 부총리의 교육부에서 또 다시 ‘자유민주주의’ 끼워넣기가 강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 부총리가 재취임하자마자 이명박 정부 때 추진했던 뉴라이트 역사 인식으로의 회귀를 선언했다”고 비판했다. 박래훈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2011년에도 이 부총리가 교과부 장관에 올랐을 때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넣었는데 10여년 뒤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민주주의 안에 포함된 여러 의미를 무시한 채 윤 정부가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을 넣는 것은 획일화된 역사관을 강요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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