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오전 서울 중구 통일로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 7차 대유행 가운데 17일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해 수능 출제위원단과 검토위원단은 “교육방송 체감연계도를 올려 학생들이 좀 더 수월하게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교육방송 연계율(영역·과목별 문항 수 기준)이 기존 70%에서 50%로 낮아진 지난해 수능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불수능’이라는 지적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바뀐 국어와 수학 영역에서의 선택과목별 유불리 문제는 “완전히 극복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열린 2023학년도 수능 출제방향 브리핑에서 박윤봉 수능 출제위원장은 지난해 ‘불수능’ 논란과 관련해 “교육방송 연계율이 낮아진 부분이 (학생들의 체감 난도를 높이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한다”며 “교육방송 교재의 동일한 지문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그 지문이 담고 있는 소재, 또는 내용들이 매우 유사해서 학생들이 그 문항을 읽었을 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로 (출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능부터 도입된 문·이과 통합형 시험 체제는 2023학년도 수능에 그대로 적용됐다. 국어와 수학 영역은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출제됐다. 국어는 독서와 문학이 공통과목이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등 2개가 선택과목이다. 수학은 수학Ⅰ·Ⅱ가 공통과목이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3개가 선택과목이다. 교육방송 연계율(영역·과목별 문항 수 기준)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0%이고, 영어도 교재의 지문을 그대로 끌어오지 않는 ‘간접 연계’ 방식으로만 100% 출제됐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특히 수학의 경우 똑같이 전체 문항 정답을 맞히더라도 선택과목에 따라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이 상당히 차이가 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평가원은 표준점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유불리를 줄인다며 해당 선택과목 집단의 공통과목 점수를 반영한다. 이 경우 공통수학 점수가 높은 이과생이 유리하다.
이에 대해 이규민 평가원장은 “선택과목별 유불리 문제를 완전히 극복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선택과목별 점수는 대입에 활용되지도 않고,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공개는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공통과목 난이도를 낮춰 문과생들이 받는 불이익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지는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 박윤봉 출제위원장은 “적정 난도를 확보했다고 판단한다”고만 밝혔다.
2023학년도 수능은 1997학년도(33.9%) 이후 두 번째로 졸업생과 검정고시생을 합친 비율(31.1%)이 높다. 이들은 고등학교 3학년에 견줘 더 오랫동안 수능을 준비했기 때문에 상위권 비율이 높다. 이규민 평가원장은 “6월 모의평가에 견줘 9월 모의평가에 상대적으로 많은 재수생들이 참여하는데 각각 비율과 수행 정도를 평가해서 전체 응시생 집단의 수준을 가늠한다. 그리고 그 가늠한 수준에 맞춰 수능 문제를 출제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방식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재수생 비율이 수능 난이도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한편, 지난해 수능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20번 출제 오류 사태를 겪은 평가원은 2023학년도 수능부터 출제 단계에서 고난도 문항은 별도로 집중 검토하고 이의심사 단계에서는 소수의견이 묵살되지 않도록 재검증 단계를 추가했다. 이에 따라 출제위원들의 합숙 기간이 2일 더 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위해 1일이 추가돼 총 합숙 기간은 기존 36일에서 39일로 늘어났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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