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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이과생이 3중으로 유리하다, 수능은 대학‘수학’능력시험

등록 2022-11-20 18:04수정 2022-11-21 14:35

① 수학 만점 추정치, 국어보다 10점↑ 높아
② 수학 점수산출도 이과 선택과목 유리
③ 대학 교차지원도 이과생만 기회 확대
20일 강남대성학원에서 열린 대입 수능 가채점 및 입시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배치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강남대성학원에서 열린 대입 수능 가채점 및 입시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배치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국어에 비해 10점가량 높을 거라는 추산이 나오면서,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진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이과(자연계열) 우세’ 현상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수학 영향력이 더 커질 전망인 데다, 수학 점수 산출 방식도 이과생 선택과목에 유리하고, 이과생에게 인문·사회계열 학과 교차지원 기회마저 넓어지면서 이과생에게 삼중으로 유리한 대학‘수학(數學)’능력시험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은 2015 개정교육과정 취지에 맞춰 2022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된 방식으로, 국어와 수학이 ‘공통과목+선택과목’ 구조로 바뀌었고 성적표도 문·이과 통합으로 배부된다. 사회·과학 탐구는 계열 구분 없이 최대 2과목을 선택해 응시할 수 있다. 수학에서는 모든 응시자가 공통과목인 수학Ⅰ·수학Ⅱ를 함께 치르고, 선택과목인 확률과통계·미적분·기하 중 1과목을 본다. 이과생들은 주로 미적분과 기하를, 문과생(인문계열)은 확률과 통계를 택한다. 수능은 한국사·영어·한문·제2외국어 등 절대평가 과목을 제외하고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나타내는 표준점수로 9개 등급을 산출한다. 시험이 까다로워 평균이 내려가면 표준점수는 올라가고, 쉬워서 평균이 올라가면 표준점수는 내려간다. 지난해에는 높은 수학 표준점수를 확보한 이과생들이 명문대 인문·사회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이과생 문과 침공’ 현상이 나타났다.

20일 종로학원 누리집 ‘종로학원 추정 등급컷’을 보면, 수학 선택과목 표준점수 최고점(만점) 추정치는 확률과통계 142점, 미적분 145점, 기하 144점이다. 국어 선택과목인 화법과작문은 132점, 언어와매체는 135점이다. 수학과 국어는 똑같은 만점이라도 10점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국어를 아무리 잘해도 수학에서 뒤처지면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워졌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해에는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49점으로 높아 이과생들이 교차지원을 해도 문과생들의 높은 국어 성적이 어느 정도는 버팀목이 되어줬다”며 “올해는 국어가 수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게 출제가 돼 이러한 버팀목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수학 점수 산출 방식도 자연계열 학생과 인문계열 학생 간 표준점수 차이를 구조적으로 벌리는 요인이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표준점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수학 선택과목 집단의 공통과목 평균 점수를 반영한다.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한 이과생 집단의 공통과목 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집단보다 점수를 더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장지환 서울중등진학연구회 소속 교사(배재고)는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집단의 공통과목 평균 점수가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집단보다 높다고 해서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개별 학생도 확률과통계를 선택한 학생보다 뛰어날 거라고 가정해 점수를 높게 주는 것은 평균의 오류”라고 말했다.

비단 점수에서뿐만 아니라 대학 입시에서도 문과생의 선택지가 자연계열 학생의 선택지보다 좁아 불리해졌다. 자연계열 학생은 국어·사탐 등 선택과목 제한 없이 인문계열 학과로 진학이 가능한 반면, 인문계열 학생이 자연계열 학과로 진학할 때는 선택과목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발표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2023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주요사항’을 보면, 경희대·성균관대·중앙대·한양대·고려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을 포함한 전국 53개 대학의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 확률과통계를 제외한 미적분과 기하 중 1개 과목을 택하도록 정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서울중등진학연구회 소속 이재영 교사(서울 면목고)는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문·이과를 통합했는데 대학에서는 주로 자연계열에서 선택과목 제한이 남아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미적분이나 과학탐구영역 등을 선택한 학생이 상대적으로 대입 선택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진로와 적성에도 맞지 않는 이과생들의 인문·사회계열 전공 교차지원은 문과생의 기회를 빼앗을 뿐만 아니라, 대학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은 “이과생들은 인문계열 학과에 적을 걸어두고 반수의 길을 걷게 되고, 대학은 학생이 빠진 만큼 등록금 손실이 발생해 재정적으로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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