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받아든 한 학생이 친구들과 점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강대와 성균관대가 자연계열 지원에 적용하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탐구 영역의 필수 응시 영역 제한을 2024학년도 입시부터 없애거나 완화키로 했다. 2025학년도부터는 이과생이 인문계열에 진학할 때와 마찬가지로 문과생한테 자연계열 지원 폭을 넓혀주는 대학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문·이과 통합 수능이 도입된 이후 심각해진 대학의 ‘문과 차별’과 이과생의 ‘문과 침공’ 문제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서울 13개 주요 대학의 2024학년도 정시모집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보면, 서강대는 자연 계열 지원자한테 요구하던 수학과 탐구영역의 필수 응시 영역 제한을 없앴다. 지난해 치러진 2023학년도 대입에선 서강대 자연 계열에 지원하려면 수학에서 미적분이나 기하를, 탐구 영역에선 과학 2과목의 점수가 필요했다.
2023학년도 입시까지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 또는 기하를 필수 응시 조건으로 하던 성균관대도 2024학년도엔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수능 수학 영역에서 확률과 통계에 응시한 문과생도 정시모집에서 의예과나 약학과 등에 지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탐구 영역에선 과학 탐구 과목 성적을 적어도 1개 이상 내야 한다. 2022학년도부터 수학과 탐구 영역에 응시 제한을 두지 않은 한국외대는 2024학년도에도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한겨레>에 “문·이과 통합형 수능 취지에 맞춰 입학전형을 일부 개편했다”며 “아직 약간의 변별력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서 과학 선택과목 1과목을 필수 응시 조건으로 남겨놓았으나, 장기적으로는 통합 수능의 취지에 맞춰 모든 제한을 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13개 주요 대학 가운데 나머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한양대 등 10개 대학은 여전히 자연계열 지원자한테 수학 미적분이나 기하와 과학 탐구 영역을 응시하라는 조건을 걸었다. 하지만 오는 4월까지 각 대학이 마련하는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선 필수 영역 지정을 없애는 대학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행 교육과정에선 형식적으로 문·이과 구분이 사라졌지만, 실질적으로는 구분이 존재한다. 문제는 수학 영역에서 똑같이 전체 문항을 다 맞히더라도, 이과생이 선택하는 미적분·기하 선택집단의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이 문과생이 선택하는 확률과통계 선택집단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더욱이 대부분 상위권 대학이 인문계열 지원 때 사회탐구 영역 등 필수 응시 영역 제한을 두지 않아 이과생의 교차지원을 허용한 반면, 자연계열 지원 땐 수학 미적분이나 기하 및 과학탐구 과목을 반드시 응시하도록 해 문과생을 차별해왔다. 하지만 유명대 인문계에 진학한 이과생들이 대거 자퇴하는 등 대학에도 문과 차별의 부작용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교육연구소장은 “주요 대학이 필수 응시 영역을 폐지한 건 문·이과 통합 흐름에 부합하는 것으로 형평성 논란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 소장은 다만 “지금처럼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를 선택한 학생들을 한꺼번에 통합해 성적을 산출하면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학생의 표준점수가 더 높을 수밖에 없다”며 “선택과목별 성적 산출 방식을 도입해 선택과목별 만점자의 점수를 같게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