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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코로나 이후 학폭 늘고 유형 다양화…“처벌 강화 정책 경계해야”

등록 2023-03-10 19:54수정 2023-03-10 20:31

‘학폭 대응 패러다임 변화 방향’ 세미나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교폭력(학폭)이 늘고 있고 학폭 유형도 다양화되고 있어 정부의 학폭에 대한 대응 방식이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게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폭 사태를 계기로 교육부가 학폭 대책을 마련하면서 ‘엄벌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학폭 전문가와 학폭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사건 중심, 가해 학생 처벌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육부는 10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학교폭력 대응 패러다임 변화 세미나’를 열었다. 이 세미나에서는 최근 달라진 학폭 실태 조사 결과를 살펴본 뒤, 교육정책·법률 전문가와 시도교육청에서 학폭을 담당하는 장학사와 교사, 학교 전담경찰관을 지낸 교수 등 다양한 관계자가 학폭 정책에 대한 의견들을 나눴다.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부소장인 신태섭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학교폭력 실태에 대해 소개했다. 신 교수는 “2021년 1학기 이후 학생들이 등교하면서 학교폭력이 증가했고 2022년에도 학폭이 늘고 있다”며 “특히 언어폭력, 성폭력이 늘고 다른 선진국에서는 감소하고 있는 신체 폭력도 2021년 이후 증가 추세”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또 그동안 정부에서 펼친 학폭 관련 정책이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인식조사를 한 결과, 학부모·교원들보다 학생들이 정책의 효과성을 낮게 보고 있는 점을 짚었다. 신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진 학폭 패턴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고, 피해학생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상윤 교육부차관이 10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학교폭력 대응 패러다임 변화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장상윤 교육부차관이 10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학교폭력 대응 패러다임 변화 세미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이번 세미나에서는 최근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폭 사건을 계기로 논의되고 있는 학폭 대책이 자칫 가해자 처벌 중심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가해 학생의 형식적인 사과가 아니라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실질적인 화해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학폭은 학교 안에서 다루는 사안이므로 가해학생 처벌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가해학생의 행동교정을 위한 교육적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분리와 처벌 정책 방향에서 화해와 비행 예방 중심 정책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들이 화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효과적이었던 화해 프로그램 예로 스포츠클럽 활성화와 청소년경찰학교를 제시했다. 한 달에 한번 학폭이 발생했던 학교에서 스포츠클럽을 활성화시켰더니 아이들이 공격성이 줄어들면서 학폭 신고가 없어진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스포츠클럽이나 청소년경찰학교 프로그램, 멈춰 프로그램, 인권교육 프로그램 등을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의성 대전교육청 소속 학폭 담당 변호사도 “최근 엄중한 조치 위주의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지만 때로는 학폭 가해학생 불이익이 커지면 분쟁이 더 늘 수 밖에 없다”며 “분쟁의 빈도와 강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가 검토하고 있는 가해학생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보존 강화 관련해서도 “가해 학생에게 실질적인 조치가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학폭 심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삼구 강남서초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은 세미나에서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의 경우 자신이 왜 학폭대책심의위에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천진난만한 경우가 많다”며 “초등학교 4학년부터 학폭 대상으로 사안 접수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의성 변호사도 현재 학폭의 개념이 너무 넓어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성도 지적했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감정적 분쟁이 많은데 이 과정에서 부모님들이 화해와 관계 회복으로 처리하기보다는 맞대응하고 반목 대립하는 분위기“라며 “현재 학폭 개념은 매우 광범위해서 학폭의 행동 기준과 징계 기준을 엄밀하게 재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학폭 관련 업무를 담당자들의 과중한 업무를 줄일 수 있는 방안과 생활지도 전문교사제 도입, 학폭 피해자 회복 정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등에 대한 제안도 나왔다. 서민수 경찰대 교수 요원은 “학폭 전담경찰관 제도가 도입된 뒤 사안 초기에는 피해자 보호조치를 적극적으로 하지만, 피해 이후 피해학생이 어떻게 지내고 제대로 회복되고 있는지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고 짚었다. 그는 피해 학생이 체감할 수 있는 피해보호와 지속적인 유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피해 학생의 회복 정도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학폭 관계자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척도 마련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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