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19회 정례회에서 시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농촌유학 사업 지원근거를 담은 조례가 서울시의회에서 폐지됐다. 서울 지역 학교별 기초학력 공개 조례 건에 이어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의 충돌이 반복되는 모양새다.
서울시의회는 5일 제319회 정례회 본회의를 열고 ‘서울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폐지안’(생태전환교육 조례)을 의결했다. 재석 의원 86명 가운데 찬성 60명, 반대 26명으로 가결됐다. 생태전환교육 조례는 조 교육감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인 ‘농촌유학’ 사업에 대한 지원 근거를 담고 있다. 또 서울시교육청이 생태전환교육을 시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중장기 계획 수립·실행, 기금 조성, 사업 전담 부서 등에 대한 근거를 담고 있기도 하다. 지난 2021년 교육기본법에 국가·지자체의 생태전환교육 실시 의무를 규정한 조항이 신설된 데 따라 마련된 조례다. ( 관련기사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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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조례 폐지안을 발의한 최유희 국민의힘 시의원은 제안이유에서 “본 조례에 따라 설치된 기금이 목적과 달리 ‘농촌유학' 단일사업에만 사용되고 있다”며 기금운용 적절성을 문제 삼았다. 최 의원은 해당 조례를 폐지하는 대신 기후위기·탄소중립 등의 표현과 생태전환교육 기금을 뺀 ‘환경교육지원조례’를 발의했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교육청이 올해 본예산에 편성한 농촌유학 예산 10억원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의회의 조례 폐지에 대해 재의 요청을 검토하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시대 요구에 맞춰 만들어진 조례를 시행 2년여 만에 폐지하고, 다시 환경교육지원조례를 발의하는 것은 어린이·청소년들로부터 미래 생존을 위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박탈하고 과거로 역행하려는 발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시의회의 조례 폐지 의도가 교육감 사업 흠집내기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회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서울시의회는 서울시교육청의 재의 요구에도, 서울 초·중·고교에서 치른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를 지역별·학교별로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서울시 기초학력지원조례안을 재차 의결한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불복해 지난 5월9일 대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집행정지결정을 신청했다. 대법원은 지난 5월31일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 결정했다. 이에 따라 조례 무효 소송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지역·학교별 기초학력 등은 공개되지 않는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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