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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농촌유학 조례’ 폐지, 시의회 발목잡기에…조희연 “거부권 검토”

등록 2023-07-06 15:49수정 2023-07-06 20:29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년간 시교육청이 진행해온 생태전환교육 사업 관련 조례안을 서울시의회가 폐지하기로 의결한 것과 관련해 6일 “재의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법률 검토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와 진보성향인 조 교육감이 최근 초·중·고교 기초학력 진단검사 결과 공개 조례안을 놓고 대법원 제소까지 가는 충돌을 빚은 데 이어 또다시 갈등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조희연 교육감은 6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교육감 3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농촌유학은 지방소멸 대응 프로젝트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지방소멸과 기후위기의 시대에 (교육청이 진행해온) 생태전환교육을 반대하는 게 (국민의힘) 당론인지 문제인지 묻고 싶다. 답답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조례안 폐지에 대해 재의(거부권 행사)하는 방향으로 법률 검토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루 전 서울시의회는 2021년부터 시교육청이 진행해온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사업에 대해 “관련 기금이 농촌유학 단일 사업에만 쓰이고 있다”며 기금 적절성 등을 문제 삼아 사업 근거가 된 ‘서울시교육청 생태전환교육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생태교육지원조례)를 폐지 의결했다. 시교육청이 재의를 요구할 경우, 시의회는 안건을 다시 본회의에 올려 전체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농촌유학 사업은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21년 처음 시작한 사업으로, 서울 지역 학생이 농촌 학교에 다니면서 자연환경의 변화와 관계맺기, 제철 먹거리 등을 체험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6개월 단위로 농촌 학교를 다니며, 해당 지역 농가에 거주하거나 가족과 함께 이주해 농촌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생태전환교육 예산으로 농촌유학을 떠나는 학생에게 초기정착금 50만원과 유학비 30만원가량을 지원해왔다. 서울 학생들은 자연친화적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농촌에서는 지방소멸을 극복할 하나의 대안으로 삼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진행해온 '농촌유학' 사례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시교육청이 진행해온 '농촌유학' 사례들. <한겨레> 자료사진

농촌유학 사업을 둘러싼 시의회와 교육청 간 갈등은 지난해 12월 예산 편성 당시 본격화했다. 교육청이 2023년도 본예산에 편성한 농촌유학 예산 10억원을 시의회가 전액 삭감하면서다. 교육청이 예산 삭감에도 농촌유학생 모집공고를 게시하자,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예산 의결권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지난 3월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다만 농촌유학 사업 예산은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거쳐 5억여원, 2차 추경에서는 2억여원을 확보한 상태다.

시의회가 조례안 폐지를 의결했지만 생태전환교육 주요 사업인 ‘농촌유학’이 당장 중단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함영기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생태전환교육조례가 폐지됐지만, 서울시교육청 도농교육교류협력에 관한 조례에 입각해 농촌유학은 일단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다. 강원도교육청과도 추가로 농촌유학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주도의 도시-농촌 교류 활성화 사업은 별다른 쟁점이 될만한 사안이 아닌데도, 시의회가 돌연 예산을 삭감한 데 이어 관련 조례까지 폐지하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이자 이에 따른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쪽 의원들이 표면적으로 들고나온 이유는 기금 운용의 적절성이지만, 진보 성향인 조 교육감과 그동안 쌓여온 갈등을 농촌유학 사업을 통해 표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시의회의 조례 폐지안 의결 직후 낸 입장문에서 “교육감 사업 흠집내기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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