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건물 입구에 많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스티커와 조화가 놓여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서울 서초구의 초등학교에서 목숨을 끊은 2년차 교사가 숨지기 전 학교에 10차례 업무 상담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해당 교사가 재직했던 초등학교의 ‘학부모의 민원으로 인한 상담 신청 내용 및 내역’을 보면, 숨진 교사는 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학교 쪽에 학부모 민원과 관련한 상담을 신청했다.
교무실에서 개입했거나 파악된 상담 내용만 추린 것이다. 지난해 2번의 상담을 진행했다. 올해 들어 3월 1번, 4월 3번, 6월 1번씩 상담했고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달에는 총 3번의 상담이 이뤄졌다.
숨진 교사가 상담을 요청한 내용을 보면, ‘화내고 짜증 내고 막말하는 ㄱ학생이 있다’(지난 3월), ‘문제행동(울고, 고집, 불안)을 보이는 ㄴ학생을 데리고 교무실로 와 도움을 요청함’(지난 4월), ‘ㄱ학생의 학부모에게 연락했을 때,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서 말하기 힘들다고 얘기함’(지난 6월) 등의 사례가 나온다.
이달 상담을 요청한 기록에는 ㄷ학생이 ㄹ학생의 가방을 연필로 두드리다가 ㄹ학생의 이마가 긁힌 이른바 ‘연필 사건’도 나온다. 앞서 동료 교사들의 제보로 전해진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ㄷ학생과 ㄷ학생의 아버지, ㄹ학생과 ㄹ학생의 어머니와 만남을 주선해 이들 간에 서로 사과를 하고 원만히 해결됐음을 보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상담을 요청한 내용의 가장 최근 기록에는 ‘연필 사건이 잘 해결되었다고 안도했으나, 연필 사건 관련 학부모가 개인번호로 여러번 전화해서 놀랐고 소름 끼쳤다고 말했다’고 적혔다.
이 교사가 이처럼 ‘소름 끼친다’며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을 당시 학교는 ‘얼른 전화번호를 바꾸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학교는 이 밖에도 교사가 숨지기 전 기초학력협력강사를 주 2회 배치해 수업 중 학생 교육을 돕도록 하거나 학생 생활지도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김민제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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