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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학생 발차기 해도 교권보호위 안 열려”…기간제교사의 눈물

등록 2023-07-28 06:00수정 2023-07-28 15:37

정규직 교사와 제도지원 달라…“불안정한 신분 탓에 참고 넘어가”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해 말 한 중학교 예술수업 시간. 강사인 ㄱ씨가 수업 시간에 한 학생에게 떠들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가 발차기 등 폭행을 당했다. 몸을 다친 것도 문제였지만 가르치는 학생들 앞에서 무방비 상태로 맞는 모습을 보였다는 사실이 ㄱ씨에게 더 상처로 다가왔다. 하지만 학교는 “외부 강사는 교권침해 행위 대상이 아니”라며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주지 않았다.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 ㄱ씨는 학기가 끝날 때까지 폭행을 한 학생과 분리되지 않은 채 수업을 이어가야 했다.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의 죽음을 계기로 당정이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기간제 교사나 방과후 강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고용이 불안정한 탓에 피해를 입어도 적극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다.

2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민간인인 기간제 교사들은 교육활동을 침해받았을 때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공무원 신분인 정규직 교사와 다르다. 교육부의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을 보면, 기간제 교사도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의 적용을 받는 교원으로 교육활동 침해 행위 관련 조처의 대상이 된다. 심리상담·조언, 특별휴가 등의 보호 조처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교원 자격을 지녔음에도 피해 구제 등에 있어서 다른 제도를 적용받기도 한다. 한 예로 정규직 교사는 징계를 받아 이에 불복할 경우 교원소청심사 청구를 할 수 있는 반면, 기간제 교사들은 일반 노동자와 같은 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해야 한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정규직 교사는 교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교원소청심사위에서 심사를 받을 수 있는 반면 기간제 교사는 일반 노동위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제도적 차이보다 기간제 교사를 사각지대로 몰아넣는 가장 큰 요인은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 인한 현실적 장벽이다. 기간제 교사들은 교육활동 과정에서 학부모나 학교 관리자 등의 언어적, 물리적 폭력에 노출돼도 ‘문제를 일으키는 교사’로 낙인찍히면 재계약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문제제기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허익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기간제교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 엄두도 내기 어렵다. 교권보호위원회를 열면 ‘학생과 문제를 일으켰다’는 시선을 받게 되는데, 다음해 재계약을 하려면 ‘문제를 일으키는 교사’가 되면 안 된다”며 “치명적인 문제가 아닌 이상 욕을 들어도 참고 넘어간다”고 말했다.

교원 지위조차 없는 방과후 강사를 포함한 학교 비정규직은 교육활동 침해를 당해도 ㄱ씨처럼 꾹 참아야 하긴 마찬가지다. 교원지위법상 교육활동 침해 행위의 대상은 교원으로 한정돼, 일선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예술 강사나 영어회화 전문 강사, 운동부 지도사, 방과후 강사, 전문 상담사 등 12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보호 사각지대에 있다.

조순아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정책국장은 “이들이 비정규직 신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정규직 교사들과 다른 태도를 보이거나 함부로 대하는 학생들도 있다”며 “10개월~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기 때문에, 피해를 문제 삼았다가 (재계약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김민제 박고은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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