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및 범국민 서명운동 선포식에서 교육 관계 단체 대표자들이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중·고 교육을 맡는 시·도교육청이 2024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는 가운데, 교육청에 따라 예산 규모가 올해보다 최대 10% 이상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의 세수 감소로 이와 연동해 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이 큰 폭으로 줄어든 탓이다. 반면 유보통합, 디지털 교육 기반 구축 등 중앙정부 정책으로 인한 지출 수요는 늘어 내년 교육청 살림살이는 팍팍해지고 중앙정부와 ‘예산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가 9일 현재까지 예산안을 발표한 시·도교육청 8곳의 예산안을 살펴보니, 5곳의 내년도 예산 총액이 올해 본예산에 견줘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13.4%까지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예산으로 11조1605억원을 편성했는데 이는 올해보다 1조7310억원(13.4%) 줄어든 액수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보다 1.52% 감액된 21조9939억원을 편성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보다 4.6%, 대구시교육청은 7%, 강원도교육청은 4.2%가량 감액됐다.
제주도교육청(0.2%)과 세종시교육청(4.2%), 충남도교육청(0.1%)은 예산 총액이 소폭 늘었는데, 이는 각 교육청이 적립한 ‘재정 안정화 기금’을 부랴부랴 끌어온 덕분이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재정 안정화 기금에서 끌어와 예산을 조금이나마 늘릴 수 있었고 이 기금이 없었다면 9.7% 마이너스 예산안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청 예산이 줄어든 것은 시·도교육청 예산의 70%를 차지하는 교육부의 교부금이 내년 68조9천억원으로 올해(75조8천억원)보다 무려 6조9천억원 줄어든 영향이다. 교부금은 시·도교육청에서 유·초·중등 교육에 사용하는 예산으로, 연간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국세인 교육세 일부로 구성된다. 세수 여건이 안 좋아 내년 내국세가 잘 걷히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교부금도 적게 편성된다. 즉 중앙정부 세수 감소로 교육청이 관할하는 초·중·고 예산이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반면 교육청이 돈 쓸 곳은 늘고 있다. 교육부가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사업이 적잖다. 대표적인 게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유보통합 정책 등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디지털 교과서 등 미래 교육 기반 구축에 3884억원을 편성했다. 대구시교육청은 2025년 유보통합 본격 시행 전 만 5살 교육비·보육료를 추가 지원하는 등 교육과 돌봄의 격차 해소를 위해 1966억원을 쓰기로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육청들은 예산 삭감 사업을 찾아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주로 학교 신증설 등 시설사업비, 코로나19 방역에 쓰였던 교육회복 예산 등이 감액 대상이다. 곳간을 헐기도 한다. 교부금이 적게 들어왔을 때를 대비해 쌓아둔 적립금인 통합교육재정 안정화 기금을 쓰는 방식으로 서울(3300억원)·대구(2천억원)·제주(312억원) 교육청 등이 예산을 메웠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교부금이 줄어서 기존 사업도 제대로 못 하고 예산을 삭감하게 생겼는데, 이 상황에 유아 학비와 보육료 지원금을 인상하는 등 유보통합 준비 작업 재정 부담도 교육청이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3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수십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유보통합 소요 비용을 추가 재정 보조 없이 지방교육재정으로만 충당한다면 과거 누리과정 사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사회적 혼란이 유발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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