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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족관이 일터…상어와 함께 헤엄치며 대화

등록 2006-07-02 17:48수정 2006-07-03 14:45

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
아쿠아리스트 오태엽씨

아침 8시. 관람객이 없는 수족관은 고요하다. 코엑스 아쿠아리움 어류연구 2팀 오태엽(37) 팀장은 수조의 상태를 살피고 먹이를 준 뒤,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챙겨 상어 수조로 들어간다. 관람객들은 상어들 사이를 유유히 헤엄치는 오 팀장의 모습에 감탄하며 박수를 보내지만, 그가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은 종종 잊는다.

코엑스 아쿠아리움에는 600여종, 5만여 개체 어류가 살고 있다. 그 중 한마리가 먹이를 먹지 않거나 부상을 당해 웅크리고 있을 확률은 당연히 높다. 오 팀장을 포함한 10명의 연구원들은 수조 청소와 먹이주기, 물의 온도와 질 유지, 건강검진에 이르기까지, 수족관 어류들을 세심하게 살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수면 아래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은 하루에 약 한 시간 삼십분 정도. 나머지는 각자 맡은 분야를 연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다. 새로 들여온 물고기를 적응시키기 위한 연구, 병에 걸려 죽은 개체를 해부해 원인을 밝혀내는 작업. 서해안 어딘가에 해파리떼가 출몰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현장으로 달려가 채집하고, 수족관 한켠에 다양한 해조류를 기르기도 한다. 국내 어류학자들과 손잡고 개체 특성을 밝히기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거나 전국 크고작은 수족관으로부터 자문을 의뢰받아 먼 길을 떠나는 일도 있다. 그러므로 아쿠아리스트란, 현존하는 각양각색 어류들을 직접 기르면서 연구하고, 그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이 보기 좋게 전시하는 일까지 하는 사람들이다.

“도무지 원인을 몰라서 매일 몇 마리씩 죽어나가도 손을 못 쓸 때가 있거든요.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속을 끓이죠. 빨리 원인을 밝혀 다른 개체에 전염되는 되는 일을 막아야 하니까요. 병든 개체를 내 손으로 도태시켜야 하는 날은 마음이 지옥같지만, 다 죽어가던 놈이 어느날 먹이를 받아 먹고 살랑살랑 헤엄쳐 가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어요.”

오 팀장은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미생물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뒤, 어류 생태학으로 석사 논문을 하나 더 썼다. 어렸을 적부터 바다와 그 속에 사는 생물에 관심이 많았던 까닭이다. 1999년 코엑스 아쿠아리움이 문을 열면서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고, ‘사육사’나 ‘조련사’라는 말 대신 물 속 생명체에 대한 전문성을 내포하는 단어인 ‘아쿠아리스트’로 명명된 1세대다.


무뚝뚝하기 그지 없고 길들여질 줄 모르는 어류를 돌보고 연구하는 일은, 직업적 의무감만으로는 할 수 없다. “이 놈들을 좋아해야 돼요. 업무가 다양하고 복잡한데다 ‘비상사태’도 자주 발생하는데, 높은 보수를 받는 건 아니거든요. 생명을 다루는 일이니까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 시스템을 한 치 오차없이 관리해야 하니까 꼼꼼하고 치밀해야 하고요. ”

오 팀장이 이끄는 연구팀에는 생물학, 양식학, 수산학, 해양 생물 관련 전공자로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들이 많다. 산소통을 메고 물 속을 헤엄치는 법은 입사 뒤 배워도 되지만, 언제 어느 때 어떤 변수로 망가질 지 모르는 수조를 지키고, 가꾸는 일에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 경기 분당과 인천에 대형 아쿠아리움 건설이 추진 중이고, 그 밖에도 국내 10여개 지자체에서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크고작은 수족관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해요. 그러니 전문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한 시기죠. 저는 이 분야에 관심있는 후배들이 아쿠아리움이‘테마파크’라는 생각을 먼저 하지 말고, 어류를 포함한 지역 생태 연구와 교육의 심장부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 오 팀장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생태 체험 학습을 기획하고, 틈만 나면 청계천으로 달려가 생태 조사에 ‘무보수’로 매달리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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