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산고 이수석 교사가 2학년 논리학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과제로 내준 주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학교논술수업(짱) 동산고 이수석 교사
“자! 지금부터 선생님이 질문지 한 장씩을 나눠줄 테니까, 질문을 잘 읽고 빠짐없이 빈 칸을 채워 보세요.”
지난달 28일 인천 동산고 도서실. 이수석 교사가 맡고 있는 2학년 논리학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학생들이 받아든 종이에는 각각 한 개의 주제와 질문들이 적혀 있었다. 30명의 학생들에게 주어진 주제는 다 달랐다.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국가 간에도 정의와 윤리가 있는가?’ 등.
학생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주제에 딸린 4~8개의 질문에 대해, ‘그렇다’, 그렇지 않다’, ‘모르겠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뒤, 그 이유를 써내려갔다. 예를 들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는 주제에는 △인간은 도구를 사용해 다른 동물에 비해 월등한 발전을 이룩했다 △인간의 발전방향은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더 광범위하고 지능적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며, 인간은 그 책임감을 갖고 동물들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잘 가꿔 나가야 한다 등 6개 항목의 생각할 거리가 질문으로 주어졌다. 답변란을 다 채운 학생들은 앞의 답변을 토대로 해당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300자 분량의 글로 정리했다.
“자기 주제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말로 표현해 볼 사람 손 들어 보세요.” 50분 동안의 수업은 학생 2명이 각각 ‘체벌을 반대하는 이유’와 ‘인터넷 실명제에 찬성하는 이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수업을 들은 이시영(18)군은 “이 시간에는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기회가 많기 때문에 재미있다”며 “이렇게 내 생각을 정리하고 써 보는 연습을 하면 논술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은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학생들에게 논술의 기초를 다져주려고 이 교사가 이번 학기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 수업 방식이다. 학생들이 어떤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좀더 쉽게 펴나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고안해냈다고 한다. 주제에 딸린 질문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교사는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활동지는 그 자체가 논술의 개요짜기에 해당한다”며 “이런 방식으로 생각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훈련을 꾸준히 하면 논술문을 잘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논술에는 ‘백독이 불여일술’(백 번 읽는 것보다 한 번 직접 써 보는 것이 낫다는 뜻)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날 수업은 그의 수업 가운데 다소 무거운 편에 속한다. 그의 철학·논리학수업 시간에는 게임과 놀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자칫 고리타분하고 딱딱해지기 쉬운 철학·논리학을 학생들의 눈높이로 끌어내리기 위해서다.
각각의 실마리들을 조합해 답을 찾아가는 행렬논리 게임, 각자의 성격과 특징 등에 대한 질문을 통해 자기를 소개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빙고 게임, 사고력 확장을 위한 추리 게임 등이 그가 자주 활용하는 놀이들이다. 그가 지은 <재미있는 철학수업>, <클릭! 재미있는 논리학 수업> 등의 교재는 십수년 동안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논’ 경험의 산물이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