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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의미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등록 2007-02-25 15:47

박용성/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박용성/여수여고 교사,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박용성 교사의 인문 사회 비타민 /

■ 교과서 훑어보기■

지금 우리는 물질을 지배하지 못하고, 오히려 물질에 우리가 지배받는 측면이 강하다. 물질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지배할 수 있는 정신적 성숙성과 도덕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로마의 멸망에서 보듯이, 문명의 몰락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물질적 쾌락을 넘어 인간에게 고유한 심미적·정신적 만족감을 추구해야 한다.―<도덕>(교육인적자원부) 23~24쪽

실존주의는 개인적이고 현실적이며 결코 상대화할 수 없는 인간의 실존 문제를 중시하였다. 특히, 실존주의는 현대 과학 기술 문명과 전쟁 속에서 비인간화되어 가는 인간의 현실을 고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각 개인의 주체적인 삶의 자세를 강조하였다. 실존주의의 선구자인 키에르케고르는, 불안과 죽음의 문제를 극복하고 참된 실존을 회복하기 위해서 ‘신 앞에 선 단독자(單獨者)’로서 인간의 주체적 결단을 강조하였다. 사르트르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윤리와 사상>(교육인적자원부) 114~115쪽

논제 찾아 생각하기

인간의 삶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구체적 활동이야. 우리 삶은 생각하기 전에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배설하기에 바빠.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 하지만, 인간은 철학적이기 전에 생물학적 존재야. 지금은 낡은 유물이 되었지만 국민교육헌장에는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것은 앞뒤가 맞지 않아. 태어나서 혹 그런 사명감을 가질 수야 있겠지만, 그런 사명감을 띠고 태어난 사람이 어디 있겠어? 우리는 어떤 의미가 있어서 태어나지 않았으며, 삶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사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인간은 역시 생각하는 갈대이고 생각하는 돼지야. 먹고사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러한 생존과 연명의 의미를 찾는 것도 중요해. 비록 영원히 살 수 있다 해도 의미가 정말 없다면 인간의 삶은 너무 허망하지. 일상적 삶을 뒤돌아보고 그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어. 바로 이런 점에서 인간은 갈대나 돼지와 달라. 인생의 의미가 있든 없든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것은 그만큼 인간다운 삶을 뜻하지.


인간은 ‘의미를 찾는 동물’이야. 인간 이외의 동물은 그냥 생존(being alive)하지. 오직 인간만이 자신을 비롯한 모든 존재 및 자신의 행동에 무엇인가의 의미를 찾으며 생활(having a life)해. 이런 점에서 인간은 유일한 ‘의미적’ 존재야. 그렇기 때문에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단 한 번이고 희미하게나마 던져 보지 않은 사람은 없어. 이렇게 인생의 의미를 찾는 일을 흔히 철학한다고 해.

그런데 철학이라면 다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지. 쉬운 말도 비비꼬아 놓고, 단순한 문제도 괜히 복잡하게 해 놓은 암호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야. 그리스어로 지혜(sophia)를 사랑(philo)하는 것이 철학(philosophy)이라고는 하지만, 어려운 암호를 해독하는 것이 지혜라면, 그런 지혜는 전혀 사랑하고 싶지 않아. 사실, 철학에는 머리로만 생각하고 우리 생활과는 아무 상관없는 철학도 있어. 인간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진실로 인간 중심이 아니라서 인간을 기계처럼 분석하고 조립하는 데 매달릴 뿐, 인간을 위해 이바지하지 않거든. 따라서 이런 철학은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성실히 생활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보다 못할 때가 많아.

철학은 사실 우리 지갑을 두둑하게 해주지 않아. 우리는 철학으로 화려한 정치적 지위를 얻을 수 없어. 어찌 보면 철학은 우리로 하여금 그런 것에 냉담하게 만들 수도 있지. 하지만 우리가 엄청난 부를 쌓고 높은 관직에 올랐다고 해. 그렇더라도 도야(陶冶)되지 않은 정신, 세련되지 않은 행위, 불안정한 성격, 혼란스러운 욕망을 품고 스스로 비참함에 눈먼 장님이 된 채 살아간다면, 그것이 과연 ‘잘 산다’고 할 수 있겠어?

하지만 의문은 여전히 남아. 그렇게 좋은 철학이라면 세상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아야 할 텐데 상황은 정반대야. 대학 철학과 입학 점수를 따져보면 금방 알 수 있잖아. 오늘날 철학이 일반의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야. 이는 철학의 자녀라고 할 수 있는 과학이 어머니의 재산을 깡그리 물려받고서도, 어머니인 철학을 겨울 바람이 휘몰아치는 차가운 문 밖으로 내쫓아 버렸기 때문이야. 그리하여 철학을 과학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후발대 정도로 여기는 인식이 오늘날 널리 퍼져 있어. 그리하여 철학의 임무는 고작 과학에서 원용되는 방법을 비판적으로 조사하는 데 머물 뿐이라는 주장이 상당한 세력을 얻고 있어.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부닥친 많은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됐어. 철학이 과학을 이끌 수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가 돼 버렸다는 바로 그 사실에서 말이야. 일찍이 러셀은 철학을 가리켜 본질적으로 과학의 선발대라고 했어. 철학은 과학이 다뤄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제시해 주는 일, 곧 과학을 위하여 길을 닦아 주는 일을 한다는 거야. 비록 철학이 온 우주에 걸쳐 있던 영토를 하나씩 과학에게 빼앗겨 버리고 까다롭고 복잡한 지식의 학문으로 전락해 버렸지만, 그러나 그럴수록 철학은 필요해. 생각해 봐. 과학이 빚어낸 인류 문명의 위기를 도대체 무엇으로 헤쳐 나갈 수 있겠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생각해 봐도 그래.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음미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어.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도 “사람이라면 철학을 해야 한다”라고 했는지 몰라. 철학이란, 우리가 적어도 의미 있는 삶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활동이야.

<교과서와 함께 구술·논술 뛰어넘기> 저자, 여수여고 교사

*위 논제와 관련있는 대입 논술고사 기출문제(2005학년도 서강대학교 정시 논술)는 인터넷 한겨레(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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