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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윤리는 절대적인가

등록 2007-02-04 21:38

박용성 교사의 인문 사회 비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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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良心)이라는 말은, 그리스어나 라틴어에서는 ‘함께 안다’(synderesis, conscientia)는 뜻을 가진다. 다시 말하면, 인간이 신과 함께 안다는 뜻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자연 도덕법의 요청에 호응하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은 도덕법의 요청을 파악하여 인간으로 하여금 결단을 하도록 해 주며, 구체적인 윤리적 행위를 하도록 이끌어 주는데, 이것이 바로 양심이다. 따라서, 윤리적인 근거는 선을 위한 양심의 결단이다. 양심은 인간의 윤리적 결단을 하는 최종적이고 주체적이며 내면적인 규범이다. 따라서, 양심의 요청은 선과 악에 대한 기준이며 윤리적 근거가 된다. ―<철학>(교학사) 111~112쪽

사람들은 대부분 그 사회에 형성되어 있는 윤리 규범에 따라서 행동하게 되지만, 구체적인 상황에 처할 때마다 반드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윤리 규범 중에는 ‘거짓말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와 같이 어느 사회에나 공통된 보편적인 규범이 있는가 하면, 특정 사회에서만 통용되는 독특한 규범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러한 규범들이 요구하는 대로 행동하면 사회 질서가 확립되고, 다른 사람에게도 부당한 손해를 끼치지 않는다. ―<윤리와 사상>(교육인적자원부)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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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교사의 인문 사회 비타민
박용성 교사의 인문 사회 비타민
예부터 많은 사상가들은 완전한 도덕을 위한 거울이 될 수 있는 절대적 윤리를 초경험적·초현실적 세계관에 근거해 밝히려 했어. 그것이 바로 의무에 기초한 절대론적 윤리설이야. 이 윤리설은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할 의무, 또는 해서는 안 될 의무를 가진다고 하지. 도덕적인 행위는 이 행위로 말미암아 어떤 결과가 생기든 상관없이 절대적으로 옳거나 그르다는 생각이지. 칸트의 윤리학이 그 대표적인 이론이야.


칸트는 도덕적 행위를 위한 유일한 동기는 의무감이라고 했어. 예를 들어, 내가 만일 자선 단체에 돈을 기부했다 쳐. 내가 사회적 명성을 얻으려고 했다면, 그것은 결코 도덕적 행위가 아니야. 자기 이익을 위해, 곧 어떤 대가를 기대하고 행동했기 때문이지. 뿐만 아니라 내가 동정심을 느껴서 그렇게 했다 하더라도 그것 또한 도덕적 행위가 아니야. 의무감보다는 감정적 동기로 행동했기 때문이지. 우리는 감정적 반응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감정적 동기 또한 도덕에서 본질적 기준일 수 없다는 것이 칸트의 생각이야. 감정이란 이랬다 저랬다 하기 쉽다는 거지. 도덕이 모든 인간에게 가능하려면, 그것은 전적으로 의무감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 칸트의 생각이야.

그러나 칸트의 윤리 이론은 많은 맹점을 안고 있어. 우선, 그의 이론이 남의 이익을 존중한다는 좋은 면도 있지만, 몇몇 엉뚱한 행위를 정당화할 수도 있어. 만일 도끼를 든 미친 사람이 나에게 친구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면, 내 마음은 우선 그에게 거짓말을 하는 쪽으로 기울 거야. 진실을 말하면 친구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 그러나 칸트에 따르면 거짓말은 그러한 극단적 상황에서조차 비도덕적 행위가 될 수 있어. 우리에게는 결코 거짓말하지 말라는 절대적 의무가 있기 때문이지. 더욱이 칸트 이론은 행위의 결과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맹점을 안고 있어. 고양이를 말려 주고자 전자 오븐에 집어넣은 선의의 가정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어떤 종류의 무능함은 사실상 유죄가 아닐까?

의무론적 윤리설에 대한 이런 비판 때문에 결과주의라고 알려진 상대론적 윤리설이 호소력을 갖게 돼. 결과주의는 어떤 행위가 옳은지 그른지를 행위자의 의도에 기초해서가 아니라 그 행위의 결과에 따라 판단하는 윤리 이론이야. 칸트는 결과가 어떻든 거짓말은 도덕적으로 그르다고 하겠지만, 결과주의자는 거짓말하는 행위를 이것이 가져오는 또는 가져오리라고 기대되는 결과에 기초해서 판단하지. 결과주의 윤리 이론으로 흔히들 공리주의를 들어. 공리주의에서는 인간 행위의 궁극적인 목적을 행복이라고 하지. 공리주의자에게 ‘좋다’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야. 따라서 공리주의자에게 옳은 행위란 행위의 결과에 따라 판별돼.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 주리라 예견되면 무엇이든 옳은 행위야.

하지만 공리주의는 비도덕적인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비판을 받지. 예를 들어, 무고한 사람을 공개 처형하는 것이 하나의 억제력으로 작용해 폭력 범죄를 줄이는 데 직접적인 효과를 가지며, 따라서 전체로 보아 고통보다 쾌락을 낳는다는 주장이 입증될 수 있다면, 공리주의자는 무고한 사람을 목매다는 행위가 도덕적으로 옳다고 말해야 해. 하지만 이러한 결론은 우리의 정의 감각에 맞지 않아. 따라서 공리주의를 완벽한 도덕 이론으로 받아들이는 데 좀 더 신중해야 해.

절대론과 상대론이 만나는 방안은 바로 이 지점에서 마련돼. 그래서 몇몇 철학자들은 규칙 공리주의(rule utilitarianism)로 알려진 수정된 이론을 제안하지. 이것은 보통의 공리주의―행위 공리주의(act utilitarianism)라고 해―의 가장 좋은 요소들과 의무론적 윤리설의 가장 좋은 요소를 결합시키려는 시도야. 규칙 공리주의자들은 행위의 결과를 저마다 따로 평가하기보다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낳는 경향이 있는 행위 유형에 대한 일반 규칙을 채택하지. 예컨대, 일반적으로 죄 없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은 행복보다는 불행한 결과를 낳기에, 규칙 공리주의는 ‘결코 죄 없는 사람을 벌주지 말라’는 규칙을 채택해. 죄 없는 사람을 벌주는 것이 결과적으로 행복을 낳게 되는 특수한 사례가 있을지라도 말이야. 이처럼 규칙 공리주의는 도덕적 결정을 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복잡한 계산을 할 필요를 없애 주는 커다란 이점을 가질 뿐만 아니라, 도덕적 판단의 안정성에도 크게 기여해. 우리 사회는 바로 규칙 공리주의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거야. <교과서와 함께 구술 논술 뛰어넘기> 저자, 여수여고 교사

위 논제와 관련된 대입 논술고사 기출문제(2005학년도 한국외국어대 정시 논술)는 인터넷 한겨레(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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