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교사의 수학 과학 비타민
정형식 교사의 과학 비타민 /
일반적으로 과학 논술을 쓰기 위한 사고력의 유형으로 논리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을 꼽는다. 교과서의 내용을 활용해 이런 사고력을 기르는 훈련을 해 보자. 다음은 고등학교 <물리I> 교과서의 ‘힘과 운동’ 단원에서 언급되는 세 개 제시문과 물리학의 역사와 관련된 두 개의 제시문이다.
[제시문] (가) 테니스 라켓으로 공을 칠 때처럼 짧은 시간 동안에 힘이 작용할 때는 힘의 크기를 측정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간에 따라 작용하는 힘의 크기도 달라진다. 따라서 이런 운동을 힘과 가속도의 관계만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공을 치기 바로 직전의 속도와 친 뒤의 속도를 안다면 공에 작용한 충격량을 구할 수 있다.
(나) 국어 사전에 나오는 일의 정의에는 오른쪽 그림과 같이 ‘사람이 무엇을 짓거나 이루기 위하여 몸과 정신을 쓰는 활동’, ‘사실이나 사정 또는 형편’, ‘용무’ 등의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과학에서 일의 의미는 국어 사전에서 일의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 과학에서는 물체에 힘을 가해 힘의 방향으로 물체를 이동시켰을 때 일을 했다고 한다. 또 한 일의 양은 물체에 작용한 힘이 클수록, 이동 거리가 길수록 많다.
(다) 프랑스의 대철학자 데카르트는 ‘철학의 제원리’에서 신을 운동의 기원으로 보고 운동을 계속 시켜주는 것을 기계적 철학의 입장에서 다뤘다. 기계적 철학에 의해 활동적 원리들이 제거된 물질의 운동을 계속 시켜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으므로 데카르트의 관성의 개념은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또한 그는 ‘질량과 속도의 곱, 이른바 운동량을 힘의 척도로서 선택하고 운동량의 총합이 우주 전체로 보아 불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 독일의 라이프니츠는 ‘질량과 속도의 곱, 곧 운동량을 힘의 척도로서 선택하고 운동량의 총합이 일정하다’는 데카르트의 주장에 대해 갈릴레이의 낙하법칙을 이용하여 이의를 제기했다. 라이프니츠는 질량과 속도의 제곱의 곱을 ‘활력(vis viva)’이라고 불렀는데, 이 활력의 크기를 중량과 높이의 곱으로 나타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낙하법칙에 의하면 높이는 초속도의 제곱에 비례하므로, 활력의 크기는 질량과 속도의 제곱의 곱에 비례한다는 결과가 얻어졌다. 따라서 라이프니츠는 질량과 속도의 제곱의 곱을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의 식으로 간주하였다.
[해설] 실제로 위 논제의 (다)와 (라)에서 등장하는 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의 주장 사이의 논쟁은 17세기 후반과 18세기 전반까지 유럽에서 파상적으로 전개되었고, 1743년 달랑베르(1717~1783, 프랑스)에 의해 비로소 최종적인 결판이 났다. 그는 데카르트의 ‘운동의 양’과 라이프니츠의 ‘활력’은 힘이 아닌 서로 다른 개념으로 실제로는 어느 쪽 주장도 옳았던 것임을 밝혔다. 각 제시문을 간략하게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제시문 (가)에서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와 힘이 작용하는 시간의 관계를 언급하고, 운동량의 변화량으로부터 충격량을 구할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제시문 (나)에서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와, 힘이 작용하는 구간(힘이 작용하는 동안 물체가 이동하는 거리)의 관계를 언급하고, 어떤 물체에 한 일은 물체의 운동 에너지와 관계가 있음을 언급하였다.
제시문 (다)에서는 운동량의 관점에서 힘을 이야기하고 있는 주장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곧, 데카르트는 물체가 힘을 받으면 운동량이 변하므로 힘의 척도로서 질량과 속도의 곱을 언급했다.
제시문 (라)에서는 중량과 높이의 곱이 질량과 속도의 제곱의 곱에 비례하므로 라이프니츠는 힘의 척도로서 질량과 속도의 제곱의 곱을 언급했다.
논제1을 살펴보자. 주어진 논제에서 제시문 (다)와 (라)에서 나타난 주장은 각 상황에 대해 의미가 있으므로 어느 생각이 더 좋다고는 정확히 구별하기 어렵고,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된다. 제시문(다)는 운동량의 관점에서 힘을 언급하였으므로 일반적으로 충돌의 상황에서 에너지가 손실되더라도 운동량이 보존되는 상황에 잘 어울리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고, 제시문(라)는 운동 에너지 관점에서 힘을 언급하였으므로 일반적으로 에너지 보존 상황, 즉 역학적 에너지 보존 등을 언급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내용을 들어가는 것이 좋다.
논제2를 살펴보자. 제시문(라)의 생각을 적용해 낙하 운동을 생각하면 힘과 힘이 작용한 시간을 고려해 운동량을 언급하면 된다. 예를 들어 어떤 물체를 가만히 놓아 떨어뜨릴 때, 시간 t가 지난 후의 속력을 v라고 한다면 시간이 2t가 지난 후의 속력은 2v가 된다는 것을 언급해 주는 것이 좋다. 제시문 (마)에서는 힘과, 낙하 높이(이동 거리)를 고려해 언급하면 된다. 예를 들어 물체가 높이 h를 낙하한 뒤 속력을 v라고 한다면, 높이 2h를 낙하한 뒤의 속력은 ???이 된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이 좋다. 서울숭실고 물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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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와 라이프니츠의 논쟁은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전반까지 유럽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던 것으로, 결국 두 주장 모두 옳았던 것으로 판명이 났다. 두 사람의 주장을 토대로 ‘낙하’를 설명해 보자. 그림 출처: 고교 1학년 <과학> 교과서(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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