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복 교사의 논리로 키우는 논술내공 /
정의(定義), 생각 차이를 좁히는 방법 (난이도 = 고등)
토론은 생각 차이를 좁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서로 감정만 상하는 경우도 많다. 말꼬리 잡기와 높아지는 언성은 토론이 수렁에 빠질 때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다. 제대로 된 토론이라면 말을 섞을수록 문제가 분명해지고 합의점도 뚜렷해져야 한다. 그러면 토론이 말다툼으로 바뀌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논의의 중심이 되는 낱말들부터 분명히 하자. 다음의 ‘토론’을 살펴보자. “박정희 대통령은 최고의 지도자였어. 우리나라 경제가 움틔우는 발판을 만들었으니까.”, “무슨 소리, 최고의 지도자는 백범 김구 선생이야. 정치가들 모두가 그를 존경하자나.”
위의 토론이 과연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 않을 터다. 이런 식의 대화는 무늬만 토론이다. 서로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을 뿐, 토론은 아예 시작도 못하고 끝나기 쉽다. 이 경우, ‘최고의 지도자’는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 먼저 합의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논의가 출발할 수 있다.
하지만 대개, 논점을 이루는 말들이 무슨 뜻인지에 대해 의견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민주주의, 자유, 평등 같은 커다란 말들은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고, 북측의 나라이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하지만 남북이 ‘민주적인 통일 국가’를 이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토론에 참여하는 이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끔 핵심 낱말의 뜻을 모으는 방법은 무엇일까? 낱말의 뜻을 정하는 일을 ‘정의’(定義:definition)라고 한다. 정의 내리는 절차는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컨대, 무엇이 정당방위인지를 정의 내려 보라. 처벌이 걸려있는 문제에는 토론자들의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이다. 정당방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죄가 있고 없음이 갈리는 탓이다. 이럴 때는 “정당방위란 ( )이다.”라고 접근하기보다, “( )은 정당방위가 아니다.”라는 쪽으로 논의를 좁혀보자. 상대를 죽일 작정으로 휘두른 주먹은 정당방위라 할 수 없다. 또, 도망치기에 충분했는데도 상대방을 해쳤다면 이 또한 정당방위라 보기 힘들다. 이런 식으로 ‘~이 아닌 것’을 정리하다보면, 정의 내리려고 하는 것이 점점 분명하게 다가온다. 어느 정도 논의가 좁혀졌다면, 이제 정당방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에 이를 차례다. 세상의 모든 일은 상황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먼저, 무엇 때문에 정당방위를 정의하려고 하는지를 고민해 보라. 보르헤스의 <상상의 중국 백과사전>에는 재미있는 구절이 있다. 중국의 백과사전에는 동물을 이렇게 나눈다고 한다. “황제에게 속한 것, 미라로 만든 것, 조그만 돼지, 바다 요정, 전설의 동물, 배회하는 개, 미친 짓을 하는 것, 물주전자를 깬 것, 멀리 있는 파리와 닮은 것.” 언뜻 보기에 무척 괴상한 분류다. 하지만 황제 곁에서 동물을 보살펴야 하는 관리들 입장에서는 이런 구분법이 도움이 된다. 황실 고양이가 황제가 아끼던 물병을 깼다고 해보자. 고양이를 죽여야 할지를 가늠하는 자리에서, 고양이가 파충류인지 포유류인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일상의 논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의사들은 몸이 가장 탈 없이 움직이는 상태를 잣대 삼아 이상적인 몸무게를 정한다. 반면, 모델들에게 이상체중이란 옷맵시가 가장 멋지게 나오는 몸의 균형 상태이다. 말을 모는 기수들에게는 말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조종이 쉬운 몸무게가 바람직한 체중일 터다. 논의의 목적부터 제대로 잡아야 원하는 정의에 이를 수 있다. 나아가, 정의의 기본은 ‘너무 넓지도 너무 좁지도 않게 꼭 그만큼만’으로 낱말의 뜻을 조이는 데 있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쓰는 일”이라는 정당방위에 대한 정의는 갈등을 푸는 데 별 도움을 못 준다. 논의의 고비 고비마다 반박이 쏟아지는 까닭이다. 나 자신을 지킨다는 말은 무슨 뜻인지, 폭력이란 무엇인지 등등. 때문에, 사회과학자들은 정의를 내리는 데 수치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국민의 뜻’을 ‘국민 투표 결과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라고 불리는 이런 방법은 생활 곳곳에서 많이 쓰인다. 입시에서 ‘합격자’란 보통, ‘관련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고 평가 시험에서 몇 점 이상을 받은 자’ 등으로 정의 내린다. 일상의 삶 곳곳에는 숱한 정의내림이 숨어 있다. 토론에 뛰어들기에 앞서, 대화 속에 숨어있는 정의들을 추려보자. 그리고 이것이 무슨 뜻인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 민족통일을 이야기 한다면, 과연 ‘한민족’이란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자. 성희롱 문제를 다룬다면 ‘성희롱’의 뜻부터 먼저 따져 보라. 어디가 싸움터인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전쟁은 끝도 시작도 없이 상처만 남긴다. 전선(戰線)이 분명한 전쟁은 승부도 깔끔하다. 토론도 그렇다. 쟁점이 되는 낱말의 뜻부터 분명하게 하자. [ 뇌를 깨우는 논리 체조 ] 다음 낱말들을 정의 내려 보세요. 1. ‘좋은 학교’란 어떤 학교입니까? 2. 대통령 후보에게 기대되는 ‘청렴함’이란 무엇입니까? 3. ‘학생다운 옷차림’이란 무엇입니까? 4. ‘몸에 좋은 음식’이란 어떤 것입니까? 5. ‘살기 좋은 나라’란 무슨 뜻입니까? [ 체조방법 ]
토론을 제대로 하려면 논의의 핵심이 되는 낱말에 대한 정의가 필요합니다. 반면, 정의를 제대로 내리기 위해서는 숱한 토론이 필요합니다. 또한 핵심 낱말을 논의하다보면 토론자들이 각각 지니고 있던 편견들이 드러나곤 합니다. 일단 ‘~이 아닌 것’부터 이야기하면서 논의의 폭을 좁혀봅시다. 그리고 목적에 맞는 정의를 찾아 조금씩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봅시다.
중동고 철학교사 timas@joongdong.org
하지만 대개, 논점을 이루는 말들이 무슨 뜻인지에 대해 의견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민주주의, 자유, 평등 같은 커다란 말들은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헌법은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우고, 북측의 나라이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하지만 남북이 ‘민주적인 통일 국가’를 이루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토론에 참여하는 이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끔 핵심 낱말의 뜻을 모으는 방법은 무엇일까? 낱말의 뜻을 정하는 일을 ‘정의’(定義:definition)라고 한다. 정의 내리는 절차는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컨대, 무엇이 정당방위인지를 정의 내려 보라. 처벌이 걸려있는 문제에는 토론자들의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이다. 정당방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죄가 있고 없음이 갈리는 탓이다. 이럴 때는 “정당방위란 ( )이다.”라고 접근하기보다, “( )은 정당방위가 아니다.”라는 쪽으로 논의를 좁혀보자. 상대를 죽일 작정으로 휘두른 주먹은 정당방위라 할 수 없다. 또, 도망치기에 충분했는데도 상대방을 해쳤다면 이 또한 정당방위라 보기 힘들다. 이런 식으로 ‘~이 아닌 것’을 정리하다보면, 정의 내리려고 하는 것이 점점 분명하게 다가온다. 어느 정도 논의가 좁혀졌다면, 이제 정당방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에 이를 차례다. 세상의 모든 일은 상황에 따라 바뀌기 마련이다. 먼저, 무엇 때문에 정당방위를 정의하려고 하는지를 고민해 보라. 보르헤스의 <상상의 중국 백과사전>에는 재미있는 구절이 있다. 중국의 백과사전에는 동물을 이렇게 나눈다고 한다. “황제에게 속한 것, 미라로 만든 것, 조그만 돼지, 바다 요정, 전설의 동물, 배회하는 개, 미친 짓을 하는 것, 물주전자를 깬 것, 멀리 있는 파리와 닮은 것.” 언뜻 보기에 무척 괴상한 분류다. 하지만 황제 곁에서 동물을 보살펴야 하는 관리들 입장에서는 이런 구분법이 도움이 된다. 황실 고양이가 황제가 아끼던 물병을 깼다고 해보자. 고양이를 죽여야 할지를 가늠하는 자리에서, 고양이가 파충류인지 포유류인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일상의 논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의사들은 몸이 가장 탈 없이 움직이는 상태를 잣대 삼아 이상적인 몸무게를 정한다. 반면, 모델들에게 이상체중이란 옷맵시가 가장 멋지게 나오는 몸의 균형 상태이다. 말을 모는 기수들에게는 말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조종이 쉬운 몸무게가 바람직한 체중일 터다. 논의의 목적부터 제대로 잡아야 원하는 정의에 이를 수 있다. 나아가, 정의의 기본은 ‘너무 넓지도 너무 좁지도 않게 꼭 그만큼만’으로 낱말의 뜻을 조이는 데 있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쓰는 일”이라는 정당방위에 대한 정의는 갈등을 푸는 데 별 도움을 못 준다. 논의의 고비 고비마다 반박이 쏟아지는 까닭이다. 나 자신을 지킨다는 말은 무슨 뜻인지, 폭력이란 무엇인지 등등. 때문에, 사회과학자들은 정의를 내리는 데 수치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국민의 뜻’을 ‘국민 투표 결과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라고 불리는 이런 방법은 생활 곳곳에서 많이 쓰인다. 입시에서 ‘합격자’란 보통, ‘관련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고 평가 시험에서 몇 점 이상을 받은 자’ 등으로 정의 내린다. 일상의 삶 곳곳에는 숱한 정의내림이 숨어 있다. 토론에 뛰어들기에 앞서, 대화 속에 숨어있는 정의들을 추려보자. 그리고 이것이 무슨 뜻인지부터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 민족통일을 이야기 한다면, 과연 ‘한민족’이란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자. 성희롱 문제를 다룬다면 ‘성희롱’의 뜻부터 먼저 따져 보라. 어디가 싸움터인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전쟁은 끝도 시작도 없이 상처만 남긴다. 전선(戰線)이 분명한 전쟁은 승부도 깔끔하다. 토론도 그렇다. 쟁점이 되는 낱말의 뜻부터 분명하게 하자. [ 뇌를 깨우는 논리 체조 ] 다음 낱말들을 정의 내려 보세요. 1. ‘좋은 학교’란 어떤 학교입니까? 2. 대통령 후보에게 기대되는 ‘청렴함’이란 무엇입니까? 3. ‘학생다운 옷차림’이란 무엇입니까? 4. ‘몸에 좋은 음식’이란 어떤 것입니까? 5. ‘살기 좋은 나라’란 무슨 뜻입니까? [ 체조방법 ]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6/53_17053980971276_2024011650343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2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76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80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