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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논술 ‘미로’ 신문에서 길 찾기

등록 2007-10-28 15:52수정 2007-10-28 16:00

교육 현장에서 신문 활용 교육의 쓰임새가 많다. 특히 논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신문을 통해 다양한 사회현상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신문 활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신문 활용 교육 중인 한영고 2학년 7반의 지리 교과 시간. 신소영 기자
교육 현장에서 신문 활용 교육의 쓰임새가 많다. 특히 논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신문을 통해 다양한 사회현상을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신문 활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신문 활용 교육 중인 한영고 2학년 7반의 지리 교과 시간. 신소영 기자
커버스토리 / 다시 뜨거워지는 ‘신문활용교육’

“자아, 그럼 올해 가장 논쟁이 됐던 사건은 뭘까?”

“정아누나요!”

네댓 명씩 둘러 앉은 책상에는 교과서 대신 신문과 스크랩북이 놓였다. 1학기부터 꾸준히 정리해 온 스크랩북을 들척이는 학생들의 손놀림이 바빴다. 학생들이 가장 먼저 꼽은 ‘문제적’ 인물은 신정아씨였다. 그가 문제가 된 사건의 원인과 경과, 학벌주의 사회에 던지는 의미 등이 뒤따라 얘기되었다. 사회적 사건을 차분히 톺아보는 학생들의 ‘내공’이 돋보였다.

지난 24일 서울 한영고 2학년 한 교실에서 ‘올해 논술시험에 나올만한 시사 이슈 10가지’를 주제로 열린 ‘신문 활용 교육(Newspaper In Education)’ 수업의 모습이다.

수업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신문 활용 교육을 통해 ‘논술 고사’에 대비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날 수업을 맡은 사회과 김은영 교사는 “아이들도 막연하게나마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신문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대입 논술 대비반에서도 신문 활용 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 이슈 곱씹으며 ‘생각의 틀’ 넓혀
“신문 읽으면 친구들과 토론하게 돼요”

대학 입시에서 논술이 중요해지면서 신문 활용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언론재단이 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열었던 ‘신문 활용 교육 교사 연수’에 참여한 인원이 3667명이다. 한국언론재단 정민 차장은 “95년 도입된 뒤로 한동안 멈칫했던 신문 활용 교육이 논술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신문 활용 교육이 논술 교육을 강조하는 추세와 더불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논술 세대’의 등장에 신문 활용 교육이 갖는 의미는 뭘까.

우선, 신문 활용 교육은 논술의 본질에 부합한다. 논술의 본질은 사고력과 표현력이다. 김은영 교사는 “사회가 논술 능력을 요구하는 이유는 높은 차원의 사고력과 자기 표현 능력, 남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 세련된 사회적 소통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데 있다”며 “신문 기사를 읽는 것은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고 친구들 사이에 질 높은 의사소통을 가능케 한다”고 했다.

교과 지식의 ‘단순암기’가 아닌 단편적인 지식을 통합하는 ‘사고력’이 요구되는 ‘논술 세대’에게 신문 활용 교육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한영고 이수진(17)군은 “신문을 읽으면 친구들과 자꾸만 대화하고 토론하게 된다”며 “쓰는 단어가 달라지고 생각이 넓어지는 것을 경험한다”고 했다. 차대영(17)군은 “경제기사를 꾸준히 읽으면 환율이 올라갔을 때 소비심리가 위축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며 “교과서를 통해 수업시간에 배우는 아이들이 그 구조를 단순히 암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사회 현상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는 ‘생각의 크기’를 키울 수밖에 없다.

다시 뜨거워지는 ‘신문활용교육’
다시 뜨거워지는 ‘신문활용교육’
또 신문 활용 교육은 논술을 비롯해 모든 과목의 기본기로 꼽히는 ‘읽기 능력’, 즉 독해력의 향상을 돕는다. 특히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터넷이나 휴대폰의 문자메시지 등 디지털화된 문자에 익숙해지면서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종이신문을 통해 활자를 접하는 게 그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2005년 일본신문협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15~19살 청소년의 평일 조간신문 열독 시간은 12.4분에 그쳤다. 반면 웹사이트를 보거나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119.8분에 이르렀다. 일본은 이러한 ‘활자 기피 현상’을 독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2003년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에서 일본 학생들의 독해력은 41개국 중 14위에 머물렀다.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초중고생들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132분으로 일본보다 많다. 김은영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문자메시지 정도의 짧은 글에 익숙하다”며 “독해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신문 활용 교육은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했다.

물론 신문 활용 교육이 논술 교육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논술 교육의 의미가 ‘논술 시험 대비’로 좁아지면서 신문 활용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이 ‘점수 따기용’으로 치우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NIE연구원 허성희 연구위원은 “신문 활용 교육이 대학 논술고사의 논제를 쪽집게처럼 집어내지는 않는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합적인 사고력을 기르는 데 의의를 둔다면 논술 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목의 대응능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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