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룡의 진학상담실
유성룡의 진학 상담실 /
? : 이번 정시 모집에서 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 등에 지원을 고려중인 고3 수험생입니다. 제가 궁금한 것은 최근 논술로 수능 성적을 뒤집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어느 정도 뒤집을 수 있는가’입니다. 정말로 논술을 잘 보면 뒤집을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정확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 : 학생의 수능시험 영역별 등급에 따라 답변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학생의 수능시험 등급이 대학별 지원 가능 예상 등급보다 1, 2등급 이상 높다면 논술고사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주어진 논제에서 벗어난 답을 쓰거나, 이름만 쓴 백지로 제출해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할 경우 0점으로 처리되어 아무리 수능시험 성적이 좋아도 불합격되기 때문입니다. 수능시험 성적이 좋아 안심해도 된다는 것은 논술고사에서 대학이 제시한 기본점수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전제로 드리는 얘기입니다.
왜 이런 이야기를 먼저 하냐면 대학들의 수능시험 등급별 점수와 논술고사의 실질 반영 점수(만점에서 기본 점수를 뺀 점수)를 비교해 보면, 논술고사의 실질 반영 점수가 수능시험 1개 영역의 점수차보다 낮은 경우가 있어서입니다. 학생이 지원하고자 하는 서강대의 경우 수능시험 한 등급간 점수차가 높게는 18점(경제학부·경영학부 수리·외국어 영역, 기타 인문계 언어·외국어 영역), 낮게는 6점(자연계 탐구 영역)이지만, 논술고사는 최대 10점(만점 100점, 기본 점수 90점)의 점수차밖에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생만 논술고사에서 100점을 맞고, 나머지 지원자들은 모두 90점을 맞는다고 가정해도 언어·수리·외국어 영역에서 등급차가 난다면 논술고사로 이를 극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한양대의 경우는 서강대와 다릅니다. 한양대는 수능시험의 영역별 등급간 점수차가 1~8등급 사이의 경우 3점 이내이지만, 논술고사가 최대 15점(인문계 10점)의 점수차를 보이므로 서강대보다 논술고사로 뒤집을 확률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해서 이야기하면 논술고사의 최대 점수차가 수능시험 한 개 영역의 등급간 점수차보다 낮을 경우 논술고사로 뒤집을 확률이 그만큼 낮지만, 반대로 논술고사의 최대 점수차가 수능시험 영역의 등급간 점수차보다 높을 경우에는 당락을 뒤바꿀 확률 역시 그만큼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논술고사 역시 상대평가로 채점한다는 점입니다. 상대평가로 채점할 경우 실제 합격의 자웅을 겨룰 수험생들과의 점수차가 의외로 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부 대학에서는 수능시험과 학생부 성적이 동일한 합격선에 있을 경우에 한해서 논술고사가 당락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고 합니다. 이는 논술고사로 부족한 수능시험 성적을 만회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될 듯합니다. 논술고사로 수능시험 성적을 어느 정도 뒤집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이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경우 총점 대비 수능시험 성적 5점 이상을 뒤집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만약 수능시험 두 개 영역 이상의 성적이 1, 2등급 부족하다면 지원 희망 대학을 다시 고려해볼 것을 권합니다. 그렇다고 논술고사를 대비하지 말라는 것은 아닙니다.
유성룡 입시분석가, SK커뮤니케이션즈 이투스 입시정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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