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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지시어와의 숨바꼭질

등록 2008-02-24 15:13수정 2008-02-24 15:17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허재영의 국어능력교실 / [난이도 = 중2~고1]

※ 다음 밑줄 친 부분에서 의미하는 바가 다른 하나는?

하이에나는 단지 아프리카 ㉠초원의 쓰레기 청소부일 뿐인가. 답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이 동물에 대하여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과학적 판단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통념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통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가. 이 ㉢사나운 맹수를 한낱 청소부로 전락시킨 데는 푸른 물결 넘실대는 아바나 항구의 낭객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으리라. 또한 ㉣그릇된 통념을 만들어 내는 데는 텔레비전의 야생동물 프로그램도 한몫을 한다.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하이에나는 매우 사납고 전투적이라고 한다.

글을 읽을 때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대신하는 표현을 대용 표현이라고 한다. 대용 표현은 여러 가지 문구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간결한 지시어로 표현될 경우도 많다.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 또는 특정한 내용을 가리키거나 대신하는 표현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은 독해 능력을 기르는 데 필수적으로 연습해야 할 과제다.


가장 간단한 대용 표현은 앞의 문장에 나온 내용을 지시어를 사용하여 표현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철수는 늦잠을 잤다. 그는 학교에 지각했다.’라는 두 문장에서 ‘그’는 ‘철수’를 대신 표현한 말이다. 이처럼 지시하는 대상이 명확하여 쉽게 추론할 수 있는 대용 표현을 이해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여러 인물이 복합적으로 등장하거나, 서술하는 내용이 복잡할 경우, 지시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집중하지 않으면 독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위의 문제에서 중심 논의 대상은 ‘하이에나에 대한 편견’이다. 이 편견은 ㉠에 해당하며, ㉡, ㉣, ㉤은 이를 대신한 표현이다. 이에 비해 ㉢은 하이에나의 실체에 해당하므로, 지시 의미가 다르다. 이 문제처럼 한 문단으로 이루어진 짧은 글에서는 대용 표현의 의미를 쉽게 찾을 수 있으나, 글의 길이가 길어질 경우 지시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대신 표현한 것인지 찾기 어려울 경우도 많다.

< 연습 문제 >

※ 다음 지시하는 인물이 다른 하나는?

내가 안으로 들어갈 적에 낯선 사람들이 나를 흘끔흘끔 본다. 그들의 눈에, ‘이 사람이 누구인가. 아마 이 집 하인인가 보다.’하는 경멸히 여기는 빛이 있는 것 같았다. 그 중에 제일 내게 친숙하게 인사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아내보다 삼년 맏인 ㉠처형이었다. 내가 어려서 장가를 들었으므로, 그때 ㉡그는 나를 못 견디게 시달렸다. 그 때는 그게 싫기도 하고 밉기도 하더니 지금 와서는 그때 그러한 것이 도리어 우리를 무관하게 정답게 만들었다. ㉢그는 자기가 잘 사는 것을 자랑하고자 함인지, 비단을 내리감고 얼굴에 부유한 태가 질질 흐른다. “왜 ㉣마누라는 어쩌고 혼자 오세요?” ㉤그는 웃으며 이런 말을 하다가 중문 편을 바라보더니, “그러면 그렇지! 동부인 아니하고 오실라구.” 혼자 주고받고 한다.

-현진건, <빈처>에서

< 답안 >

이 작품에 쓰인 ‘그’는 ‘아내보다 삼년 맏인 처형’을 가리킨다. ㉡, ㉢, ㉤이 모두 처형을 지시한 표현이다. 이에 비해 ㉣은 화자의 아내를 가리킨다. 이처럼 3인칭 대명사 ‘그’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을 지시할 경우에도 널리 쓰였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단국대 인재개발원 교수 hjy43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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