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유전자 신봉 ‘우생학’의 위험성

등록 2008-03-02 16:15

우리말 논술
통합논술 교과서 / (38) 유전자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가?

관련 논제 해결하기 / [난이도=고2~고3]

(가) 최재천 : 우생학적 사회요? 요즘 우리 사회는 지나친 유전자 신봉주의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좀처럼 풀리지 않던 범죄수사도 유전자 감식 결과만 나오면 더 이상 아무도 왈가왈부하지 않잖아요. 유전자는 이제 이 세상 그 어느 증거보다 훨씬 막강한 존재가 된 것 같아요. 유전자가 때로 물샐틈없는 증거를 제공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친 신봉은 위험합니다. 유전자란 따지고 보면 단백질 합성 정보를 담고 있는 화학물질에 지나지 않죠. 유전자는 우리에게 단백질만 주고는 손을 놓은 거라고 봐야 합니다. “야 인마, 너 매일 복제해야 하는데, 네 앞에 예쁜 여자가 있으니 지금 어떻게 해봐라” 이런 이야기를 유전자가 매일 제 귀에다 대고 떠드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저를 만들어놓고는 제 세포 안에 앉아서 “이놈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고” 하면서 가슴을 쥐어뜯고 있을 뿐입니다.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그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유전자가 완벽하게 똑같아도 발생 과정에서 아주 작은 차이가 생기면 전혀 다른 결과가 생기죠. 유전자형과 표현형과의 어쩔 수 없는 격차가 생긴다는 겁니다. 아무리 유전자형은 완벽하게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라도 어딘가 조금은 다르게 성장하죠. 유전자가 똑같아도 생물학적으로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있거든요. 최고의 유전자로 맞춤아기를 탄생시킨다고 해도 병원 건물이 무너져 압사당해 죽어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하하하) 건물이 무너지는 것과 유전자는 상관이 없죠. (중략)

우생학이라는 건 우리만큼 복잡한 생물들에게는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옥수수를 우생학적으로 개량하는 건 가능하죠. 옥수수의 삶을 증진시키는 게 아니라 옥수수의 낱알을 증진시키는 거니까요. 하나의 특정한 형질을 우생학적으로 개발하는 건 가능합니다. 유전자 성형 시대가 왔다는 것은 좀 과장이 심한 겁니다. 지금의 기술 수준은 아주 뚜렷한 결함 유전자를 치환할 수 있는 정도지, 어느 유전자를 갖고 있으니까 그 애가 미인이나 천재가 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워낙 많은 유전자들이 특정 형질 발현에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 또는 소수의 유전자를 보고 그런 예측을 내릴 수는 없죠. 또 가치 평가의 기준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어렵게 유전자 성형을 해놓고 나서도 시대가 바뀌어 미의 기준이 예전과는 전혀 다르게 바뀐다면 상당히 허망해질 수도 있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유전자 조합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나중에 예상 외로 훨씬 잘되는 경우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죠.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진화의 특이성을 생각하면 우생학이라는 것은 정말 ‘愚生學’인 셈이죠.

-도정일·최재천, <대담-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81~83쪽


(나) 1929년 히틀러는 대중 연설에서 신체장애자로 태어난 독일 어린이는 제거되어야 한다고 서슴없이 언급하기에 이르렀고, 그 숫자를 해마다 7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었다. 나치당이 집권하게 된 1933년에 그들은 독일민족의 순종화 작업에 대한 그들의 이상적인 생각을 더욱 맹렬하게 보급하기 시작했다. 나치당에서 가장 큰 전문직종군을 형성하고 있었던 의사들은 자신을 인류 개개인을 위한 의사라기보다는 국가를 위한 의사로 생각하였다. 1934년 제3제국은 독일 국민에게 인종 개량의 이점을 가르치기 위해 인종정책소를 설치하기에 이른다. 이 사무소가 시도한 첫 번째 일은 유전건강원의 전국적인 조직망을 설치하고, 의사들은 모든 유전적 질환을 이 건강원에 접수해야 했다. 그리고 불임법이 통과되자 국가는 유전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을 강제로 불임시켰는데, 그 숫자는 40만명에 이르렀다. 선천성 심약자, 정신분열환자, 유전성 간질환자들은 강제 불임 수술을 당해야만 했다.

어린이들을 안락사시키려는 히틀러의 계획은 10년이 지난 후 현실화가 된다. 즉 1939년, ‘유전적 중증 질병 과학적 처리 위원회’가 설립됨으로써 지진아, 신체 부자유아를 강제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이 위원회는 전국의 의사에게 일정 양식을 송부해서 기형아와 지진아의 명부를 중앙당국에 등록토록 지시했다. ‘살 가치가 없는 생명’으로 판단된 어린이들은 28개의 인간 도살장으로 보내졌다. 이곳에서는 어린이가 죽을 때까지 기본적인 것만 제공하거나 계획적으로 살해하였다. 이렇게 해서 5000명의 어린이가 모르핀 주사나 시아나이드 독으로 죽어 갔고, 부모는 어린이가 건강 문제로 인해서 예기치 않게 죽었다는 형식적인 편지를 받는 것으로 끝났다. 이 가공할 사업은 초기에는 3살 미만의 어린아이들만을 대상으로 했으나 1941년에는 17살까지 확대되었다.

히틀러는 성인들의 안락사도 공인하는 동시에 ‘불치로 판명된 환자를 안락사’시킬 수 있는 권한을 일부 의사들에게 부여했다. 그 악명 높은 ‘T4‘ 프로그램은 정신 질환자를 죽이기 위한 것이었다. 샤워장을 가장한 가스실을 사용해서 정신 질환자를 죽이는 설비가 여섯 군데나 있었다. 공식 기록에 의하면 이렇게 해서 죽은 사람은 7만273명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우생학과 독일 인종의 순종화 작업은 곧 대량학살을 위한 논리적 근거로 이용되었다. 그 결과 유대인과 집시 등 나치가 바람직하지 못한 인종이라고 생각한 1000만명이 학살당하였던 것이다. 특히 아리안의 순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유대인의 멸종이 계획되었다.

-R. 그랜드 스틴, <유전자와 인간의 운명>, 54~56쪽

(다) 생명 공학은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 부족한 자원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유전적 질환을 예방·치료하여 인류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유전자 조작은 진화의 방향과 속도에 간섭함으로써 현재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인류는 1만여 년 전 농업을 시작하면서 교배를 통해 가축과 농작물의 품종을 계속 개량해 왔는데 이것도 넓은 의미에서는 생명 조작에 해당된다. 필요한 유전자만을 정확하게 잘라 내 다른 생물에 도입시키는 유전 공학 기술에 비하면 인공 교배는 수천, 수만의 다른 유전자들이 함께 섞이는 대단히 부정확한 방법이며, 이것은 장갑을 끼고 핀을 집는 것과 뾰족한 집게를 사용하는 것으로 비유될 수 있다. 인류는 언제나 당시에 가능한 모든 지식과 기술을 이용하여 동식물의 품종을 개량해 왔으며, 유전 공학은 현대에 가능한 최선의 과학 기술일 뿐이다.

유전 공학의 부작용으로는 인간의 유전자 조작에 따른 심각한 사회 윤리적 문제와 종간 유전자 혼합, 동식물 제배 및 사육을 통한 자연계의 유전자 오염 문제 등이 있다. 이미 호르몬과 같은 인체 물질은 물론 정자, 난자, 혈구, 근육 세포, 뇌 세포 등을 세포 배양 기술로 실험실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조직, 심장, 신장과 같은 기관들도 배양기 안에서 키우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공상 과학 영화에서처럼 언젠가 이들 인체의 부분들이 돈을 주고 사고 팔리게 될 때 인간의 존엄성은 사라질 것이며 인류는 심한 자아 존중감 상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 <고등학교 과학사>, 224~225쪽

(라) <제1조>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유롭고, 존엄과 권리에 있어 평등하다. 모든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타고났으며 서로 동포의 정신으로 행동하여야 한다.

<제2조> 1. 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국민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이들과 유사한 그 어떠한 이유에 의해서도 차별을 받지 않고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2. 나아가 개인이 속하는 국가 또는 지역이 독립국이든 신탁통치지역이든 비자치지역이든, 또는 어떤 주권제한 하에 있든지, 그 국가 또는 지역의 정치적, 사법적 또는 국제적인 지위에 근거하는 어떤 차별도 받지 않는다.

-UN, 세계인권선언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