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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적성 ‘강점’으로 내신·수능 ‘약점’ 이깁니다

등록 2008-03-30 17:59수정 2008-03-30 18:54

인천 숭덕여고 박권우 교사가 지난 26일 입시전략실에서 3학년 김지은(오른쪽)·임지연 학생에게 입시상담을 해주고 있다. 박교사는 자신이 직접 만든 자료집으로 맞춤형 입시지도를 하고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인천 숭덕여고 박권우 교사가 지난 26일 입시전략실에서 3학년 김지은(오른쪽)·임지연 학생에게 입시상담을 해주고 있다. 박교사는 자신이 직접 만든 자료집으로 맞춤형 입시지도를 하고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커버스토리 /

인천 숭덕여고 박권우 교사의 ‘맞춤식 지도’

“선생님, 제가 우리 과에서 꼴찌인가 봐요!”

인천 숭덕여고 박권우(40) 교사가 대학에 갓 입학한 제자들한테 듣는 기분 좋은 ‘푸념’이다. 내신이나 수능등급의 열세를 대학별 고사로 뒤집은 것을 알면서도 괜히 하는 소리다. 올해 가톨릭대 인문학부에 입학한 방소희(18)씨가 그렇다. “3월3일 명동성당에서 입학식을 하는데 선생님께 정말 감사했어요. 선생님께서 알려 주신 ‘적성검사’를 몰랐다면 어려웠을 거예요.” 수시 전형에서 적성검사가 당락에 끼치는 영향력을 미리 안 박 교사의 ‘선견지명’이 18살 여고생의 인생역전을 이끈 것이다. 11년 교직생활 가운데 9년을 ‘고3 바라지’에 바친 박 교사는 이를 ‘맞춤식 진학지도’라고 이른다.

소희양만이 아니다. 숭덕여고에서는 수시 모집으로 원하는 대학 이상을 가는 일이 드물지 않다. 박 교사의 진학지도 방식을 동료 교사들이 적극 수용해 ‘교풍’으로 확산된 덕이다. 2008학년도 대입에서 4년제 대학 합격생 가운데 82% 정도가 수시 전형으로 진학했다. 진학 결과에 대한 입소문이 난 덕에 2년 사이 신입생이 33%(133명)나 늘었다.


우리학교 대학합격 82%가 수시지원으로 성공했어요
학생의 유리한 점 끌어내야죠

맞춤식 진학지도의 의미는 두 가지다. 첫째는 학생 개인의 특성에 맞춤한 대학과 학과, 그리고 전형을 찾아내 지도한다는 의미다. 숭덕여고는 2학년 겨울방학에 미리 적성검사 모의고사를 치른다. 내신이나 수능보다 적성검사에 강한 학생들을 가려내기 위해서다. 서울과 수도권 중위권 대학이 대학별 고사로 채택하고 있는 적성검사는 수시 전형에서 큰 변별력을 지닌다. “학생이 그 점수로 갈 수 있는 대학이 적성평가를 본다고 해서 무턱대고 적성평가를 준비시키지 않아요. 적성평가에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이 내신과 수능의 불리함을 딛고 최상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해야 제대로 된 진학지도지요.”

다음으로 거시적인 입시제도의 변화에 맞춤한 전략을 세워 대응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학생부를 기록하는 요령을 교내연수를 통해 공유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해 교육부가 낸 ‘학생부 기재 길라잡이’를 참고해 박 교사가 강사로 나섰다. “올해 입학사정관제를 대학들이 도입한 것을 보면 앞으로 학생의 질적 평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입시제도가 바뀔 것 같습니다. 그러자면 학생부의 구실이 커질 수밖에 없고 교사들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지요.” 지난해 이 학교 고1 담임이 작성한 한 학생의 학생부는 모두 6쪽이고 ‘특별활동사항’에 대한 기록만 3쪽이다. 보통 고3 수험생이 졸업할 때 받는 학생부의 분량은 4~5쪽이다.

이 학교 교사들의 중간·기말고사 출제는 각 대학들의 내신 반영 방법을 충실히 고려해 이뤄진다. “연세대 등 수시 모집에서 제트점수(Z점수=원점수-평균점수/표준편차)를 활용하는 대학들은 교사들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면 전교 1등을 한 학생이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연세대 전형에서는 평균점수와 표준편차에 따라 같은 전교 1등이라도 최대 1.5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이처럼 숭덕여고의 진학지도는 점수를 넣으면 합격 가능한 대학이 나오는 ‘자판기식 입시 상담’이 아니다. 고교 생활 3년을 아우르는 ‘교육’의 일환이다. “우리 학교의 진학 결과가 좋은 이유는 진학지도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기 때문입니다. 아직 애들 공부만 잘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이 많은 학교와 차이가 나는 이유라고 봅니다.” 맞춤식 진학지도의 기틀을 잡는 동안 박교사는 교사들 사이에서 ‘스타’가 됐다. 그가 강사로 서는 교사대상 입시설명회에는 지난해 1000여명의 교사가 몰렸다.

박 교사는 올해 처음 생긴 입시전략부의 부장으로 근무한다. 그는 올해 처음 담임을 맡지 않았다. 입시를 연구하고 진학지도에 매진하라는 학교장의 지원 덕분이다. 여느 학교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아마 제가 다른 학교에서 이런 일을 했으면 ‘왕따’가 됐을 거예요. 교장 선생님과 학교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함께 길을 찾은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요.” 박 교사는 학교에 맞춤식 진학지도가 뿌리내리려면 동료교사들의 협조와 학교장의 결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넉넉지 않은 가정에서 자라는 내 제자들의 모습에서 고교시절의 제 모습을 봤어요. 입시 정보의 격차를 내가 메워 제자들을 원하는 대학에 합격시키면 대학 진학이 곧 빈부 격차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을 수 있겠다 싶었지요.” 맞춤식 진학지도의 뿌리는 교육 격차에 대한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었다. “90점짜리 학생을 받아서 90점짜리 대학에 보내는 학교보다 70점짜리 학생을 받아서 90점짜리 대학에 보내는 학교가 명문고로 대접받는 날이 머지 않았어요. 딸 낳으면 우리 학교 보내세요. 명문고가 돼 있을 테니까요.” 박 교사는 자신에 차 있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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