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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일하는 엄마들을 위하여

등록 2008-11-02 16:35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큰딸이 초등 2학년이라는 젊은 엄마가 일을 계속해야 할지, 그만두고 아이를 돌봐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그동안 직장생활과 육아 둘 다 잘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의욕이 확 떨어진다는 거다. 듣고 보니 엄마들끼리 나누는 정보에서 소외되는 걸 참기 어려워했다. 알림장에 3일 후에 학력평가 시험을 본다는 공지가 있어서, 나름 공부를 봐주며 준비시켰는데 알고 보니 다른 엄마들은 한 달 전부터 아이들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주고 시험을 대비했다는 거다. 나만 몰랐다는 생각에 약 오르고 억울했다.

소풍을 알리는 글에 부모는 올 필요 없다고 써 있기에 애만 보냈는데, 일부 엄마들이 단합하여 소풍에 따라갔고 끝나고선 담임선생님과 저녁식사를 했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또 당한 기분이 들더라는 것이다. 이른바 ‘엄따’, 즉 일하는 엄마를 따돌리는 걸 자기가 당하는 것 같다며 힘들어한다. 일하는 엄마라 소홀하다고 할까 봐 가끔 반 전체에 간식을 사서 보내고 학부모 회의 때 책임도 맡아 보지만, 정작 급식당번에는 회사 일 때문에 사람을 대신 보내야 했다. 엄마 안 왔다고 눈물까지 글썽거리는 딸을 보니 회의가 더 든다는 것이다. ‘무슨 영화를 보자고 내가 아이들 팽개쳐가며 일해야 하나?’ 일하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되뇌었을 질문일지 모르겠다.

이럴 때 우리는 성급하게 문제 해결을 위해 달려가기 전에,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가 무엇일까? 아이에게 실제로 뭔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대로 가다간 아이가 뒤떨어질 거라는 불안감 아닐까? 결국 상황을 받아들이는 엄마의 판단과 태도가 객관적인 사실보다 더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엄마들의 정보 네트워크에서 소외되는 것을 바라보는 데도 한 가지 관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필요한 정보인가,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냉정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혹시 집단에 속하지 못한 데 따른 불안감 때문에 그 영향을 과도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사회적 압력(Social Pressure)에 쉽게 굴복하는 면이 있는데, 그것은 ‘의존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신체적 의존성이 몸을 쓸 때 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정서적 의존은 내가 괜찮은지를 알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불안감도 의존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우선 우리 자신의 관점을 분명히 세울 필요가 있다. 일하는 엄마냐 전업주부냐는 옳고 그름이나 우열의 문제가 아니고, 단지 삶의 선택일 뿐이다. 일하는 엄마로서 자부심을 줄 수도 있고, 딸의 역할 모델이 될 수도 있다. 전업주부와 비교를 통해 엄마 노릇 못한다고 휘둘리기보다,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것을 하면 훨씬 기분도 나아질 것이다. 딸도 엄마의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 딸만이 아니라, 선생님과 이웃도 우리가 어떻게 대할지 선택할 수 있다. 의존성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로서 남과 협력하는 걸 상호 의존성이라고 한다. 담임 선생님과 의논하고 도움 요청하기, 이웃 엄마들에게 나름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기,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하기 등, 생각해보면 가능성이 엄청 많다.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때, 직장이냐 육아냐의 양자택일이 아니라 직장생활과 아이 양육을 둘 다 잘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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