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대책 문제점은
“배려 받아야 할 아이들에게서 지원 빼앗는 꼴”
학교 요인보다 가정 영향 큰데도 교사에만 책임
“배려 받아야 할 아이들에게서 지원 빼앗는 꼴”
학교 요인보다 가정 영향 큰데도 교사에만 책임
교육과학기술부는 16일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 해소 방안’으로 △학습보조 인턴교사 채용 △우수 교장·교원 배치 △미달 학생 밀집 지역 예산 지원 △학업성취 향상도를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배분과 연계 등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전에 내놓은 대책들을 ‘재탕’한 수준에 그친데다, 특히 학업성취 향상도를 예산 배분과 연계하는 방안은 교육 격차를 더 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과부는 2011년 이후엔 학업성취 향상도를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배분 및 학교 회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예산을 깎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예산에 불이익을 줘 성적 향상 책임을 묻겠다는 방책은 되레 교육격차를 공고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예산을 늘려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면 지원이 부족하다는 뜻인데, 되레 예산을 깎는다면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학력 격차는 주로 사회경제적 요인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데, 이를 1~2년 안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순진하거나 무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용일 부산해양대 교수(교육학)는 “점수를 못 올리면 미국·영국처럼 예산을 깎고 학교 폐쇄까지 고려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배려를 받아야 할 아이들에게서 지원을 빼앗는 꼴”이라며 “낙후 지역에는 무조건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과부의 대책이 정책 프로그램보다는 주로 학교나 교사의 ‘헌신성’에 기대고 있는 점도 문제다. 황진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아이들의 성취도에 끼치는 영향은 학교 요인보다 가정 배경이 더 크다는 건 이미 증명됐는데도, 학력평가 결과를 학교 평가, 교사 평가와 연계하는 것은 책임을 교사에게 돌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력 수준에 큰 영향을 주는 ‘취학 전 교육’ 대책은 물론, 진로·생활 지도와의 연계 대책이 전무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용일 교수는 “미국 오바마 정부도 이른바 아동낙오방지법(NCLB)의 보완책으로 유아교육에 대한 투자 강화를 천명했다”며 “그러나 정부 대책에서 취학 전 교육을 뒷받침할 대책은 쏙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미 홍익대 교수(교육학)는 “학력 미달 학생은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출신들이 많은데, 이들은 시험만이 아니라 진로·생활지도를 아울러 접근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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