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면 연애할 때 생각처럼 끝내주게 행복할까? 배우자와 사별하면 정말 엄청 불행하기만 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돈이 많으면 가난한 시절에 상상했던 것처럼 매일 충만감과 행복감을 느낄까? 작년 11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국제 코치 콘퍼런스’에 참석했다가 매우 흥미 있는 발표를 들었다. 연사는 프랑스 출신 승려 마티외 리카르로 달라이 라마의 오른팔이라 하고, 별명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나이’다. 그가 다룬 주제는 행복론. 승복과는 어울리지 않게 다양한 조사 결과와 뇌 실험 등의 실증적인 자료를 근거로 내세우며, 그가 내린 행복에 대한 결론은 “특정한 조건이 충족되면 행복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은 우리 마음의 작동 방식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결혼 직전에 상승하기 시작한 행복 곡선은 결혼 2, 3년 후에는 결혼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진다. 미국인들의 소득증가선은 최근 50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지만, 행복도 추세선은 늘 일정한 수준을 가리킨다. 배우자와 사별하면 그해에 엄청 불행감을 느끼지만, 역시 2, 3년이 지나면 원래 자신이 느끼던 행복감의 수준을 회복한다. 이 발표는 미국 심리학회 회장인 마틴 셀리그먼의 긍정심리학(Authentic Happiness)이 주장하는 바를 정확히 뒷받침한다. 어떤 좋은 요인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행복하게 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930년대에 종신서원을 한 수녀 180명에 대한 연구조사를 보자. 수십년 수녀원에서 생활하여 이른바 사회경제적 요인이 통제된, 즉 소득 격차가 없고 술 담배를 안 하며, 생활환경이 비슷한 이들의 건강과 장수에 가장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온 단 한 가지 요인은, ‘얼마나 자주 긍정적인 정서를 표현했느냐’였다. 과거의 자기소개서와 일기를 근거로, 평소에 기쁨과 행복감, 기대 등을 자주 표현한 수녀님들은 90%가 85살까지 건강하게 산 반면, 즐거운 정서가 없이 무미건조하게 살았던 수녀들은 34%만이 85살까지 살았다. 심리학자들이 가족력의 차이를 뛰어넘는 결정적인 변수를 발견했던 것이다. 결론은 행복도 습관이라는 것이다. 근육도 자주 쓰면 발달하고 안 쓰면 퇴화하는 것처럼 작은 것에서 행복을 자주 표현하는 사람은 행복하게 살고, 근심 속에 사는 사람은 한 가지 걱정이 없어지면 다음 걱정거리를 찾는 식이다. 나 역시 코치로서 사람들에게 자신감과 낙관성, 즐기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늘 느낀다. 많은 것을 성취했고, 엄청 열심히 살며, 가족과 조직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분들이 끊임없이 내면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하나의 목표를 이루면 다음 목표로 달려가느라 기쁨을 느낄 새도 없다 보니, 나중엔 그런 감정 자체가 스스로에게 낯설다. 부모로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길 원한다면, 좋은 성적을 향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법만 가르쳐서는 절대 안 된다. 작은 기쁨에도 탄성을 지르는 행복감, 실패나 실수도 있을 수 있다는 관용, 좋은 일에 흠뻑 축하해주는 충족감, 부모가 이런 감정을 보여주고 함께 나누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가장 든든한 채비가 될 것이다.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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