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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신세대 문화 한번 배워보자

등록 2009-02-01 15:40수정 2009-02-01 15:45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진로·진학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한 경영학 교수님이 학부 학생들과 간 수련회 자리에서, 극심한 세대 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애초에 학생들과 진솔하게 얘기도 나누며 간격을 좁혀보려고 기획한 수련회였다. 정신적 물적으로 정말 정성을 들여 준비도 했고, 일부러 조교나 다른 교수님 없이 혼자 가서 학생들과 좀더 가까워지려고 했다고 한다. 막상 갔더니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더라는 거다. 교수님에게 인사말 한 번 청하지 않고, 심지어 교수님이 거기 있다는 사실도 의식하지 않은 채 자기들끼리 먹고 떠들고 게임하는 데 골몰하더라는 것이다. 순서도 형식도 없이 벌어지는 그 상황에 당황했던 교수님이 한참 기다린 뒤에 드디어 한두 학생을 붙들다시피 앞에 앉혀서는 ‘솔직히 너희들 문화 이해를 못하겠다’며 세대 차이를 토로했다. 그랬더니, 잠자코 듣던 학생 중 하나가 이러더란다. “교수님, 지금 백 명의 학생이 교수님 한 분께 맞춰야 합니까? 아님 교수님이 백 명에게 맞춰야겠습니까?”

‘아차!’ 사실 맞는 말이다. 이어서 옆의 학생이 그러더란다. “교수님, 정말 걱정되네요….” ‘아니, 뭐가!’ 하고 짜증이 나려고 하는데, 이어지는 말. “저희하고 세대 차이를 극복 못하면, 나중에 지금 고딩 중딩들이 대학에 들어오는 그때는 어떠시겠어요? 저희도 걔네랑은 세대 차이를 느끼는데 …. 교수님, 정말 걱정되네요.”

충격을 받은 교수님은 그 뒤에 학생들에게 배우기로 결심을 했다. 무엇을? 신세대의 문화를. 학생들이 팀을 짜서 자신이 신세대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가르쳐 달라고 했단다. 물론 아르바이트비에 해당하는 돈도 냈다. 매주 한 번씩, 신세대 용어도 배우고, 요즘 개그 프로그램의 웃음 코드도 이해하고, 신세대들에겐 익숙한 동영상 편집기술, 각종 다운 기술 등을 배웠고, 클럽에도 함께 가보았다고 한다.

교수님의 이런 유연성, 열린 마음, 겸허함을 보고 참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머리로는 알지만 진정 가슴으로 깨치고 행동으로 옮기기란 매우 어렵다. 되도록 익숙한 안전지대에 머물면서 자신에게 안락한 방식을 유지하고자 하는 강력한 습관이 마치 중력처럼 우리를 끌어내리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아이와 청소년에게서 세대 차이를 느끼는 건 당연한데, 문제는 그걸 판단의 대상으로 삼는 데 있다. “쟤들은 글렀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돼?” “그렇게 생각이 짧아서야 …. 쯧쯧!” 이런 판단의 언어를 동원하는 때, 그것이 단추가 잘못 끼워지는 순간이다. 애초에 ‘문화 현상’을 두고 ‘옳다 그르다’, ‘효율적이다 아니다’라는 잣대로 재단하는 게 반문화인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에겐 다른 문화권 사람들이 볼 때 정말 비효율적이고 우스꽝스러우며 어리석은 그런 문화와 관습이 없을까? 아마 엄청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문화야말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말해주고 정체성을 갖게 하며, 우리끼리 소통하는 기본이 아닌가. 다른 문화는 이해의 대상이지 판단의 대상이라 할 수 없다.

재단하려 들지 말고 호기심을 가지고 알아보자. 궁금하게 들여다보자는 거다. 거기 뭐가 있는지, 어떤 맛이 있는지. 다양성의 존중, 상대에 대한 배려 등은 ‘겸허함’에서 나온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 신세대 문화를 좀 배워보면 어떨까? 우리 부모들의 유연함과 겸허함을 키우는 좋은 성장 기회가 될 것 같다.


고현숙 한국코칭센터 대표 helen@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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