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모든 변화는 몇 단계의 과정이 필요하다. 입춘이 벌써 지났건만 우수가 지나서야 양지녘 햇살이 따뜻해졌다. 두터운 웃옷을 벗어 버리려면 경칩은 지나야 한다. 아이들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로드아일랜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제임스 프로차스카는 인간의 변화 과정을 정식화하면서 다섯 단계를 제시했다. 인간의 변화는 한번에 이뤄지는 게 아니라 고려 전단계, 고려 단계, 준비 단계, 행동 단계, 지속 단계를 거쳐 시간을 두고 조금씩 성숙되어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부모들이 아이에게 변화를 유도할 때 자신의 아이가 어떤 단계에 있는지를 파악하면 좀더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단계에 맞지 않는 성급한 도움은 오히려 변화 의지를 꺾을 수 있기에 아이들을 잘 관찰해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려 전단계의 아이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이다. 자기 문제를 인정하지 않으며 책임을 주변 사람들에게 돌린다. 공부를 하자고 하면 엄마가 자꾸 하라고 하니 하기 싫다는 식이다. 자신은 원래 이런 상태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무관심과 체념을 표시하기도 한다. 부모들은 당연히 아이가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스스로 도전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조급한 압박은 아이의 저항만 유발한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며 자기들 마음대로 이끌려 한다고 느끼고, 때로는 명시적으로 때로는 수동적으로 저항한다. 이 단계의 아이들을 변화의 길로 이끌려면 아이가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끼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이가 현재의 상황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우선 확인해야 한다. 잘 알지 못한다면 상황을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자신의 행동이 최종적으로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객관적으로 전망해 줘야 한다. 그래서 아이가 갖고 있는 꿈과 객관적인 전망 사이에 불일치가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 물론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런 이야기를 아이에게 한다. 문제는 급한 마음에 비난하고 다그치면서 한다는 점이다. 변화의 유일한 주체는 아이이기에 아이가 진심으로 느끼도록 기다려줘야 한다. 부모는 먼저 세상을 살았던 사람으로서 객관적인 이야기를 전달할 뿐이라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네가 스스로의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될 듯 보여 안타까우며, 원한다면 가능한 범위 안에서 도울 생각이 있다’고 말해주자. 한마디 더하고 싶을 때 멈춰야 한다. 이것이 아이에게 선택권을 넘기는 핵심이며 변화를 주도하도록 만드는 열쇠이다. 의존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결국 의존하려는 약한 아이들을 제 발로 일어서도록 하는 방법이다. 고려 전단계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때가 많다. 아이가 소심한 성격이거나 반복적인 좌절을 겪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고려 전단계에서 아이가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면 고려 단계로 넘어간다. 이 부분은 다음주에 다루도록 하겠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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