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서천석의 행복 비타민 / 변화하고 싶은 마음을 아이가 가졌다고 해서 그 마음이 그렇게 굳건하지는 않다. 어느 정도 변할 수 있겠지만 과연 가능한지 아이는 지속적으로 회의를 갖고 있다. 이 상태의 아이들은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하면서도 “저도 그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요”라는 등의 단서를 붙인다. 아이가 느끼는 장애물과 회의는 철저히 다뤄줄 필요가 있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변화하는 것이 정말로 가능하며 그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면을 보여줘야 한다. 단순하게 엄마 말을 믿어 보라고 하거나 해보지도 않고 왜 안 된다고 하냐는 식으로 접근하면 아이는 작은 어려움에만 부딪혀도 금방 포기하고 부모를 탓하게 된다. 아이가 변화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이야기하면 이에 대해 우선 인정해줘야 한다. 어려운 부분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과거에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은 없었는지를 찾아본다.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방법들에 대해 제시하고 이것을 아이가 사용할 수 있겠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다. 자신만의 해결책을 시간을 두고 찾아보도록 격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변화를 고려하는 고려 단계가 마무리되면 아이는 준비 단계로 들어간다. 준비 단계는 작은 성공을 통해 동기와 자신감을 높이는 단계다. 자신감은 격려나 칭찬만으로 생기지는 않으며 실제적인 성공의 경험이 중요하다. 준비 단계에서 주의할 부분은 지나친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너무 큰 목표를 세우려고 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을 할 경우에는 우선 미루도록 권해야 한다. 전혀 공부를 하지 않던 아이가 하루에 5시간씩 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말리는 편이 좋다. 대신 성공 가능한 최소한의 목표를 정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느낌, 자기를 조절했다는 느낌을 갖도록 하자. 첫 시도에서 실패하면 아이가 그동안 갖고 있던 자신에게 변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강화된다. 아이는 자신감을 잃고 또 변화에서 멀어질 수 있다. 아이가 변화를 시도하는 초기에는 목표 설정에 주의해야 한다. 운이 따라야 한다거나 주변의 다른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목표는 주의해야 한다. 학습에 대한 목표라면 매일 몇 시간을 공부할지, 시험 때까지 진도를 어느 정도 마칠지가 목표가 되어야지 점수나 석차가 목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시험은 갑자기 쉬울 수도 어려울 수도 있고 석차는 다른 아이들의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 단계에서 몇 차례 작은 성공을 경험하면 이제 아이는 본격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실행 단계로 들어설 수 있다. 변화를 위한 준비는 이처럼 몇 단계를 거쳐서 부모의 인내심과 아이의 도전을 먹고 자란다. 한번에 변화가 왔으면 하는 조급함은 아이에게 또 한번의 좌절을 줘 무력감만 강화한다. 조급함과 무력감. 지금도 많은 부모와 아이가 갇혀 있는 덫이다.
서천석 소아정신과 전문의·행복한아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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