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설득하려면 먼저 공감하라

등록 2009-06-07 15:52수정 2009-06-07 21:04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 코치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 코치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미국에서 최근 가장 인기 있는 교육 프로그램인 <결정적 순간의 대화>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 도입하기 위해 미국인 강사를 모셔다 워크숍을 열었다. 그 워크숍에서 간단하지만 인상 깊은 실습이 있었다. 두 사람이 가까이 마주 보고 서게 한 다음, 서로 두 주먹을 마주 대고 한 사람으로 하여금 앞으로 밀게 한다. 그러면 상대편의 거의 대부분은 밀리지 않으려고 버틴다. 왜 그렇게 버텼냐고 물으면 잘 모른다고 하거나 ‘밀면 버티는 것이 당연한 거 아니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어떤 아빠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딸이 고등학생 때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할 때에 아이가 공부를 소홀히 할까봐 염려됐지만 그보다 더 큰 걱정거리는 그 남자친구가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라는 것이었다. 딸아이를 통해 간간이 듣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그 아이가 몹시 재미있고 유쾌한 아이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심하게 공격성을 보이는데 그런 경우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 없어 딸이 몹시 속상해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아빠도 안타까워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하면 딸은 자신의 남자친구를 강하게 변호하는 터라 차라리 말을 안 꺼낸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들더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급기야는 작전을 바꾸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마음을 충분히 인정해주고 집에 들어와 남자친구 때문에 속상해할 때마다 그 심정을 이해해주고 공감하려고 노력을 했단다. 그러다 보니 아이는 더 편하게 남자친구의 단점들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되었고 결국은 시간이 좀 걸렸지만 자연스럽게 그 친구와 헤어지게 되고 딸아이도 심리적 안정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 순간을 회상하면서 그 아빠는 정말 탁월한 선택을 했다고 자랑스러워한다. 만약에 그때 더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섰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딸아이는 남자친구의 장점들을 더 많이 늘어놓거나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들을 더 많이 들었을 것이고 그렇게 스스로 쌓아놓은 이유 때문에라도 헤어지는 데 시간이 더 걸리지 않았을까?

그렇다. 이렇게 사람은 밀면 밀리지 않으려고 버티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행태를 보인다. 우리가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뭔가를 설득하려고 하면 아이는 그 좋은 의도는 못 보고 반발하게 되는데, 이것을 당연하고 편하게 볼 수 있어야 대화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우선 명심할 것은 같은 편이 되는 것이다. 같은 편이 된다는 것은 서로 감정적으로 편해져야 하는데 설득의 수위를 높이면 높일수록 감정적으로 불편해진다. 따라서 아이러니이기는 하지만 설득을 잘하려면 설득의 수위를 낮춰야 한다.

그러기 위한 방법으로 먼저 아이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서로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 위의 사례에서 보자. 딸의 목적이 그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이고 아빠의 목적은 헤어지게 하는 것이라면 좋은 대화가 될 리가 없다. 그보다는 상위의 목적-예를 들면 좋은 친구관계를 갖는 것, 행복한 삶 등-으로 초점을 맞추면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로서 대화를 원활하게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 순서다. 먼저 공감, 수용하고 동반자임을 알려 주는 대화를 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을 동반자로 여기지는 않을 테니까….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