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지난주에 양재동의 ‘aT센터’에 강의가 있어 갔다. 때마침 대한민국요리경연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최고의 요리사를 꿈꾸는 사람들 1000여명이 모여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는 자리였다. 참가자 중에는 이미 잘나가는 요리사도 있었던 것 같은데, 나의 관심은 자연스레 전국 대학에서 참가한 학생 요리사들한테 옮겨졌다. 시간이 여의치 않아 그들이 경연대회장에서 직접 조리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장외에서 미리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열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잠시 쉬는 시간에 나와서 조리 과정에서 있었던 조그만 실수들을 안타까워하는 그들이 참으로 믿음직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그들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스쳤다. ‘그들이 요리사라는 직업을 택했을 때 부모한테서 얼마나 지지를 받았을까’, ‘그들이 중·고교 시절에 요리사라는 꿈을 꾸면서 성적에 대한 갈등은 없었을까’ 하는 것들이었다. 요즘 부모들을 만나 얘기해보면 아이들의 꿈을 소중히 여기고 지지해주는 사람도 많지만, 아이 스스로가 선택한 진로를 탐탁지 않아 하는 경우도 뜻밖에 많다. 특히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데도 모두가 좋다고 인정하는 직업을 택하지 않으면 대부분 많이 아쉬워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돌리려고 무진 애를 쓴다. 학교 성적이 떨어지는 자녀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그 성적으로도 얼마든지 잘할 수 있는 직업 선택을 도와주기보다 어떡하든 성적을 올려 다른 가능성을 찾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물론 공부를 잘하면 편한 인생이 펼쳐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면서 내 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누구나 인정하는 직업을 갖기 바라는 부모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심정 때문에 아이들과 소모적인 갈등을 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어떤 학생에게는 그 갈등을 극복해야 하는 일이 입시 준비보다 몇 배 더 넘기 어려운 고개였을 것이다. 내 아이한테 가장 좋은 직업은 사회 대다수가 바라보는 그 직업이 아닐 수도 있다. 높은 연봉 순으로 나열한 직업들보다, 많은 사람들이 안정적이라고 여기는 평범한 직업들보다, 내 아이가 진정으로 즐거워하는 직업이 더 소중하다. 요리사를 다시 생각해보자. 불과 몇 년 사이에 요리사는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전도유망한 직업이 되었다. 서울의 청담동이나 홍대 앞에 가면 해외 유학을 하고 들어온 선구자들이 조그만 카페들을 차려 놓고 행복해 하며 손님들을 맞는다. 최근 한식을 세계화하겠다는 정부의 시책을 봐도 요리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멋진 직업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이 바람을 제대로 탄다면 요리사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아무도 모른다. 당당하게 자신감으로 도전하는 사람들한테는 무궁무진한 길이 있을 것이다. 이미 세상은 부모의 시각을 뛰어넘어 변하고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은 교과서에만 나오는 말이 아니라 창의성으로 똘똘 뭉친 내 아이한테 필요한 말이다. 내가 잘 아는 이웃 중에 대학에서 조리를 전공하는 학생이 있다. 그 아이는 고등학교까지 성적이 안 좋아 본인은 물론 부모들도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요리에 취미가 있어 조리학과에 진학했는데 요즘 정말 행복해 한다. 부모들도 이제 시름을 덜고 자랑스러워 한다. 그 아이가 맛난 음식을 만들어 놓고 초대하기를 꿈꿔본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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