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요즘은 집 근처에 있는 공원에 나가 어떤 꽃이 어떻게 피었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은 나가보니 진홍빛 박태기나무 꽃이 막 피어나며 나를 반긴다. 꽃망울 모인 게 마치 밥풀떼기를 연상시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활짝 피면 화려한 보랏빛 꽃방망이가 된다. 언덕에 있는 산수유, 목련, 살구나무, 벚꽃 등이 차례차례 피어나고 있을 때 이 박태기나무는 미처 지난가을의 열매도 떨치지 못하고 아직 그대로 달고 있으면서 나를 답답하게 했다. 그동안 꽃 필 생각도 없고 필 준비조차 안 한 나무라고 구박했던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도 살짝 들었는데, 이런 나에게 아낌없이 자신을 드러내주는 것이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오늘 새삼스레 어떤 나무든 자신이 사는 방식이 다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일반적으로 나무들은 겨울을 맞으면서 나뭇잎이나 열매를 다 떨어뜨린다. 하지만 단풍나무는 마른 나뭇잎을, 박태기나무는 콩깍지 같은 열매를 겨울이 다 지나고 봄이 와도 그대로 달고 있다. 그런 박태기나무를 보며 겨울에는 이 나무는 본래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히 보아 넘겼는데 봄이 와서 옆의 나무들이 꽃을 피워대기 시작하자 이제는 조바심과 걱정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얘가 아직도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 뿐, 여름에 피는 꽃도 있다는 것은 아예 생각 밖이었다. 그런데 이런 조바심이 시작된 지 채 열흘도 안 돼 박태기나무는 보란 듯이 꽃을 피워냈고, 내가 가졌던 조바심을 무색하게 한다. 아하! 우리 부모들이 아이를 보는 시각이 이와 똑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아주 어린 아이라도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고 해가 뜬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유치원쯤 다니는 아이는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것을 안다. 외환위기(IMF) 시절을 겪어본 사람들은 지금같이 극심한 경제 불황도 결국은 호황국면으로 돌아설 것을 안다. 모든 것이 이럴진대 현재 보이는 것만 보고 미래를 의심하거나 두려워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겨울나무를 보며 봄에 저마다 예쁜 꽃을 피울 것을 예상하고 기다려주고, 더 잘 필 수 있게 도와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버츄(virtue)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모든 미덕을 다 갖추고 있다. 우리 아이는 겸손함, 너그러움, 끈기, 목적의식, 배려, 봉사, 열정, 예의, 용기, 정직, 책임감, 한결같음, 화합 등 모든 미덕을 다 가지고 있다. 자세히 관찰하면 이런 미덕을 발휘하는 것을 포착할 수 있고, 포착한 미덕을 인정해주면 아이는 그런 행동을 더 하게 된다. 더 좋은 소식은 모든 아이들이 이런 자신의 미덕을 더 계발하길 원한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너는 ~미덕을 갖고 싶지 않니?”라고 물어보라. 이렇게 저마다 가지고 있는 미덕과 계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잠재력의 원천이다. 다른 꽃들이 피었는데 아직 우리 아이가 꽃을 피우지 못해도 답답해하거나 초조해할 일이 아니다. 그 안에 있는 잠재력을 믿고 기다리면 자신만의 시간에, 자신만의 방법으로 꽃을 피울 것이다. 우리 인간은 계절에 관계없이 온실 속에서 꽃을 피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꽃의 운명을 생각해 보라. 누구를 위한 꽃인가? 꽃이 피면 잘려나가 다른 사람들의 화병이나 화환에 며칠 꽂혀 있다가 쓰레기통에 버려질 운명이 아닌가?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