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워크숍에서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들이 고 1 때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의 도서관에서 밤샘 공부를 하겠다며 저녁 6시쯤 출발했단다. 여름날이어서 아들에게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주고 싶은 마음에 저녁 먹고 그 도서관에 갔는데 아들이 없었다. 휴대전화로 연락을 했더니 사정이 있어서 조금 늦는 것이라며 바로 갈 거라고 했다. 이왕에 간 거 좀 기다리자는 마음으로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와서 다시 연락하니, 너무 늦어져서 왔다 갔다 하느니 집 근처 독서실에서 하는 게 낫겠다는 것이었다. 이쯤 되자 아버지도 인내의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으나 꾹 참고 동네 독서실에 가 보니 역시 아들은 아직 도착 전이었다. 독서실 밑에서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렸는데 아들은 11시가 넘어서야 친구들과 함께 독서실에 나타났다. 혼내고 싶은 맘이 가득했으나 ‘뭔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겠지…’ 생각하며 탓하는 말 한마디 않고 공부 잘 하라며 슈퍼마켓에 가서 아이스크림과 간식 등을 사주고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놀랄 만한 사실은 그 후로 그 아이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아빠와의 관계도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 경험담을 들은 젊은 참가자가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고등학교 2학년 가을까지도 자신은 공부에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야간 자율학습 빼먹고 주로 당구장에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단다. 그런데 어느 날 당구를 열심히 치다가 그만 막차를 놓쳐 걸어서 집에까지 갔다. 1시쯤이었는데 집 앞에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이 나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가슴이 덜컹했는데 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고 어머니가 “얘야! 공부하다 차를 놓쳤으면 택시를 타고 와야지”라는 말씀만 하셨다. 그로부터 그는 변화되었다고 한다. 정말 열심히 공부도 하고 꿈도 세워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부모도 있다. ‘그러면 아이가 거짓말하는 것이 거의 분명한데 확인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도 좋은가? 아이가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지적해 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아이의 잘못을 확인시켜 주고 꼭 지적하려고 하는 부모도 우리 주변에는 많다. 실제로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 부모한테 크게 혼난 뒤 어떤 경우에도 정직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사례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위의 사례를 보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냥 넘어가는 너그러움도 필요하고 어떤 경우에는 잘못에 대해 지적하는 엄격함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언제 어느 것을 쓸 것인지 구분하는 지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국은 엄격함과 너그러움 두 가지를 다 쓸 줄 알아야 하는데 어느 것이 주가 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늘 엄격해서는 너그러움이 잘 나오지도 않지만 나와도 그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 반대로 늘 너그럽다가 어쩌다 한번 엄격하면 그 효과가 크다. 나를 한번 돌아보자. 나는 주로 어떤 것을 주로 활용하는가? 좀더 너그러워지기 위해서는, 사실을 명확하게 모를 때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연습을 하자. 아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뭔가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가정하고 접근하는 것은 수사관의 태도이지 부모의 태도는 아니다. 나름대로 상상해서 소설을 쓰고 다그치기 보다는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라고만 생각해도 여유가 생기고 너그러워진다. 남관희/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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