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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경제적 어려움’ 아이와 공유하라

등록 2009-02-22 16:51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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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진학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신문을 넘기다가 우연히 경제면의 주가 전망에 대한 글을 보게 됐다. 이 어렵고 불확실한 장세에서 어떤 주식에 투자하는 게 좋을까에 대한 분석기사였는데 온라인게임 관련 주식 투자를 추천하는 글이었다. 몇 가지 추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온라인 게임의 주고객인 아이들은 경기가 어렵다고 쓰는 돈을 줄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글을 읽으며 ‘아이들은 정말 부모가 어려운데 나 몰라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말 그렇다면 이 아이들을 어찌하면 좋을지 내 마음이 다 답답해졌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에 읽었던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좌 내용이 떠올랐다. 즉문즉설은 누군가 질문을 하면 스님이 적절한 답을 즉시 말해주는 강연이다.

그날의 질문은 대학 4학년 아들이 부모 말을 안 듣고 늦게 일어나고 공부를 안 해서 화가 나는데 어찌하면 좋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늘 명쾌한 스님답게 간단하게 정리해서 답했다. “우선 지금부터 일체 아들의 행위에 대해서 간섭을 하지 말라. 이런 아들을 지켜볼 수 있는 자신이 될 수 있도록 공부를 먼저 하라. 아들을 못 봐 내면 아들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마음공부가 안 되고 있는 내가 문제다. 그러고도 정 안 되겠으면 함께 고생을 하라. 말 안 듣는 자식 교육을 제일 잘 시키는 방법은 함께 고생하는 것이다. 아이와 함께 깊은 산속에 가서 진짜 길을 잃어버리고, 게다가 다리까지 삐면 아이가 죽을 고생을 하며 부모를 업고 병원에 데리고 간다. 그러면 자식이 금방 자립심이 생긴다. 자기가 뭔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부모가 보살피는 게 능사가 아니다.” 다시 정리해서 말하자면 아이에게 책임질 기회를 주어야 책임감이 발휘되고 그러다 보면 삶이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도 부모의 어려운 사정을 빤히 알 텐데, 그렇다면 좀 알아서 공부라도 열심히 하지 영 몰라주는 것 같아 마음이 상한 부모들이 한둘이 아닌 듯하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실제로 자기가 책임질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책임감은 한 치만 건너가도 아이들한테 기대하기 어렵다. 큰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작은아이가 4학년 때 아내가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데리고 간 적이 있는데 예산을 빠듯하게 세워 고생을 정말 많이 했단다. 당연히 아내는 큰애한테 기대는 마음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 큰애가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면서 마음고생, 몸 고생을 얼마나 했는지 14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 일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다. 그와 달리 작은아이는 춥고 배고팠던 몸 고생에 대해서는 약간 기억하고 있지만 마음고생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력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책임감의 문제이다.

요즘 많은 가정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저런 예산을 줄여야 할 형편이지만 그래도 웬만하면 아이들 교육비는 줄이려고 하지 않는다. 아이들 미래를 위한 마음은 정말로 소중하지만 그 효과는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오히려 이 기회에 아이들이 어려움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면 어떨까? 가정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말로만 알게 한다면 아이들한테는 거의 통하지 않을 것이다. 머리로는 알지만 몸으로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행동으로 좀처럼 연결되지 않는다.

제발 아이들 과외비 때문에 파출부라도 뛰어야겠다는 말은 하지 말자. 이참에 과외비, 학원비도 좀 줄이고 경제적 어려움을 공유하자. 따뜻한 정은 오히려 그 속에서 피어날 수 있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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