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지난 3월 7일에 기형도 시인의 20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나는 시인 기형도를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에 매스컴에 소개된 것을 보며 그 시인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돼지를 키우는 가난한 집에서 자라면서 초·중·고 시절을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그의 꿈은 시인이었는데 진학은 국문과가 아닌 정치외교학과로 했다. 그것은 치우침을 경계하기 위해서였다는데, 그러다 보니 주변에서 고시공부를 권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자기의 길을 묵묵히 갈 뿐이었다. 이런 열정의 소유자이었기에 그의 시 세계가 20년이 흐른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살아서 영향을 주고 있다. 비록 서른 살도 안 돼 요절했지만…. 최근에 한 취업포털에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대학 신입생 10명 가운데 8명이 취업 걱정을 하고 있단다. 기형도 시인은 대학교 1학년에 입학했을 때 무슨 걱정을 했을까? 적어도 앞으로 무얼 해야 먹고살지 하는 걱정은 안 했을 것 같다. 당연히 경제적인 어려움이 많이 있었겠지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공부하고 또 공부했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의 삶을 몰아간 것이 아니라 꿈이 그의 삶을 이끌었을 것이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어떨까? 입학과 더불어 취업 준비를 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각종 취업시험 준비 기간으로 대학 생활을 계획한다. 모두가 앞으로 경제적으로 더 어려운 시기가 닥쳐온다고 하고, 취업대란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미리 준비하는 것이 절대로 나쁠 건 없다. 그렇지만 생각해 볼 것들은 있다. 아이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이런 선택을 했는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이어서 이런 선택을 했는지 확실하게 챙겨봐야 한다. <잭 캔필드와 차 한잔 나누며>라는 책에 소개된 아래의 이야기가 의미심장하다. 미국의 어느 연구소에서 ‘조건이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취업하는 것이 경제적 성공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연구했다. 일정 시점에 취업한 사람 1500명을 대상으로 20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이다. 연구 시작 시점에는 조건 좋은 직장에 취업한 사람이 83%이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한 사람은 17%에 불과했다. 그러나 20년 후에 백만장자가 된 사람들의 수를 보니 101명이었는데 100명은 하고 싶은 일을 한 그룹에서 나왔고 조건이 좋은 직장 그룹에서는 1명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가? 꿈을 제대로 찾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자신만의 꿈을 찾았다면 대학교 입학 때부터 그 꿈을 위해 하나씩 준비를 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꿈도 없이 막연한 불안감에서 출발한 취업 준비는 성공 가능성도 낮고 성공해도 행복하기 힘들다. 뱃전에 부딪치는 높은 파도를 겁먹은 얼굴로 바라보는 한 안전하게 목적지에 가기 힘들다. 멀리 보이는 등대에 시선을 고정하고 현재의 파도를 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목적지에 다다르게 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평소 자녀와 나누는 대화가 아이로 하여금 미래를 걱정하게 만드는지, 미래를 꿈꾸게 만드는지.
남관희/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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