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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광주시민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어떻게 보냈나

등록 2009-08-25 13:34수정 2009-08-25 13:50

광주 옛 전남도청 시민분향소  ⓒ 박효영
광주 옛 전남도청 시민분향소 ⓒ 박효영
[인물] 영결식이 있던 날, 광주시민의 착잡한 마음
그는 진정으로 국민을 생각한 ‘지도자’ 였다

유일하게 호남출신의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유난히 광주와의 인연이 깊다. 그것은 한낱 보수층에서 공격의 수단으로 자주 악용되는 ‘빨갱이’라는 구차한 ‘지역주의적 색채’ 가 아니라, 고인의 ‘소외된 국민과 지역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광주를 비롯한 호남인들은 DJ를 지지했고 사랑했다. 자신들의 아픔과 소외를 진정으로 알아주고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DJ는 호남에서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지역주의의 최대 수혜자임과 동시에 피해자였다고 사람들은 평가한다. 영남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DJ를 ‘빨갱이’이라며 무시하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위기에 휩쓸린 탓이었지, 그 사람의 ‘좋고 싫음’을 객관적으로 판단할수 있는 배경이 없었던 것일 뿐이었다. 실제로 대구나 부산에 살면서도 DJ의 참된 가치를 알아챈 이들은 그를 존경했고, 이번 그의 서거를 진심으로 슬퍼했다. 그만큼 DJ는 한국 정치사에 큰 인물로서,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고, 민주주의를 사색하는 위대한 ‘정치인’이었다.

‘피눈물’을 흘린 광주시민들

이런 그를 보내는 광주 시민들의 ‘애통한 심정’은 그 어떤 지역보다도 진정성이 묻어났다. 23일 국장으로 엄수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진행되던 바로 그날 광주 시민들을 만나보았다.


기자가 광주 금남로 구도청 ‘시민합동분향소’에 나갔을때는 시민들이 대부분 영결식 현장을 티비로 지켜보느라 의외로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곳에서 유독 눈길을 끄는 한 여학생이 보였다. 그 학생의 표정은 마치 부모님이 돌아가신것 처럼 곧, 눈물이 터져 나올듯 말듯 애절했다. 진정으로 슬퍼하고 있는 모습을 누가봐도 한눈에 알수있었다. 오죽하면 기자가 다가가 말을 붙이기가 미안할 정도 였다.

“저기요..... 안녕하세요, 많이 슬프시죠?” 라며 입을 뗀 기자의 질문을 알아챈 학생은 이내 참았던 눈물을 똑똑 흘리고 말았다.

여학생은 광주에서 평범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러나 신분 밝히기를 원치 않았다.

한반도에 그려놓은 광주시민들의 메시지  ⓒ 박효영
한반도에 그려놓은 광주시민들의 메시지 ⓒ 박효영
한반도에 그려놓은 광주시민들의 메시지  ⓒ 박효영
한반도에 그려놓은 광주시민들의 메시지 ⓒ 박효영

Q:고등학생인거 같은데, 오늘 이렇게 나오셨네요? 처음으로 서거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어요?

A: 뭐, 지금처럼 눈물만 흘렀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사실 저는 평소 그분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돌아가셨을 때, 나도 모르게 너무나 안타깝고 슬펐습니다. 이것은 왜 그런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서거 후, 언론에 보도된 그의 업적 관련 영상을 보고나면서 그 이유를 얼추 알수 있었습니다. 그는 정말로 소외된 국민의 편에서 진정으로 활동하셨던 분이라는 겁니다. 그 모습은 특히 광주 시민들에게 더욱 각별히 다가왔고, 그런것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이 평범한 고등학생도 그의 죽음을 슬프게 느끼게 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저의 잠재 의식 속에 그분은 정말 ‘진실된 지도자이셨구나’라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반도에 그려놓은 광주시민들의 메시지  ⓒ 박효영
한반도에 그려놓은 광주시민들의 메시지 ⓒ 박효영
한반도에 그려놓은 광주시민들의 메시지  ⓒ 박효영
한반도에 그려놓은 광주시민들의 메시지 ⓒ 박효영

광주에서는, 그저 평범한 여고생도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이렇게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던 그 순간에 분향소를 찾아온 광주시민들은 한결같이 실제 부모가 죽은 것처럼 슬퍼했다. 그러면서도 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그분이 평생 추구하였던 ‘가치와 업적’을 이어나가겠다는 광주 시민들이 많았다. 그런 가치를 위해서 많이 고생하셨다는 걸 너무나도 잘알기에 광주시민들은 그의 ‘평안과 명복’을 빼놓지 않았다.

광주 시민들이 ‘그의 죽음’을 보며 전한 ‘메시지’

이번 서거를 누구보다도 뼈져리게 슬퍼했던 광주시민들은, 현장에서 슬픔을 맘껏 표출할 수 있도록 여러가지를 준비했다. 그중에서 ‘한반도가 그려진 천에 고인에 대한 메시지를 적게해놓은 것’은 광주시민들의 절절한 마음을 잘 표출할 수 있게했다. 유치원생, 중고등학생, 40대 아줌마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도 그곳에 자신의 감정을 적었다. 그것들 하나하나 빼놓지 않고, 다 읽어내려 갔다. 엄청난 양을 모두 읽어가면서 정리된 광주시민의 심정은 몇 가지로 대표할수 있었다.

먼저, “너무나도 서럽고 안타깝다”는 식으로 그의 죽음 자체가 너무나 슬프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통일’로 대표되는 그의 가르침을 기억하겠다는 메시지도 눈에 띠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보였던 광주시민의 메시지는 이것이었다. DJ에 대한 ‘존경과 사랑’, 그의 가르침을 받들어 이어가겠다는 ‘미래의 실천의지’ , 그리고 우여곡절이 깊었던 그의 인생의 짐을 풀어놓고, 부디 하늘나라에서는 편안하라는 그에 대한 ‘평안과 명복기원’ 이었다.

기자의 마음도 광주시민들이 내비쳤던 것과 ‘일맥상통’했다.아니 이런 심정들은 전국 대부분의 국민들이 느꼈을 너무나 ‘당연한 감정’ 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정리해서 굳이 나열한 이유는 ‘시간이 흐르면 조용히 잊혀 질 것 같아서’였다. 그런게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너무나도 싫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대통령’이라고 유일하게 생각했던 그런 분이 이렇게 사라지는게 싫었다. 특히 광주에서는, 호남에서는 그의 죽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래서 평생 꼭! 기억하고 이어가라는 마음에 “당신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라며, 이렇게 기사로라도 묻혀 두고 싶었다.

이제는 우리가 할 ‘차례’

광주시민들을 포함해 전국의 수천, 수백만의 국민들이, 흘린 눈물을 잊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줄 때 진정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생각할수 있을 것 같다. 기자부터 ‘행동하는 양심’을 평생 간직하며 살아갈 각오를 했다. 말로만 ‘국민들의 무관심’을 비판하지 않겠다. 노력하고 실천할것이다.

잘알지 못하는 대통령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했던 한 소녀가 “지금은 평범한 고등학생이지만, 나중에 커서 대통령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라고 말한것 처럼 우리는 이제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야 한다.

박효영 hyobal22@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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