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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만 되면 신문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책 소개 기사입니다. 비록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신문을 보는 독자가 예전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천 여권의 책이 나오는 상황에서 독자 혼자의 힘으로 책을 고르는 것은 무리이고, 자연스럽게 많은 분들께서 신문이나 잡지의 책 소개 기사를 통해 책을 사게 됩니다.
장르 소설이나 만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불만이 있습니다. 일반 신문 등의 기사에는 문학, 인문학, 사회 과학, 동화책은 있어도 장르 문학이나 만화를 찾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신문의 책 소개 기사라면 가능한 다양한 분류의 책을 소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난 19년 동안 그런 신문은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바이러스>가 나섭니다. ‘문학부터 만화까지’, 다양한 분류의 책을 소개하는 진정한 ‘이 주의 신간’이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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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일반 문학 / 장르 문학 / 라이트 노블)
고백 - 미나토 가나에, 김선영 옮김, 비채, 11000원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어린 딸을 잃은 교사 유코는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날, 딸의 죽음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하게 된다. 불행한 익사 사고가 아니라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죽었다는 사실. 유코는 죽음의 폭로에서 그치지 않고 ‘복수’를 할 것을 고백하게 되고 종업식은 겉잡을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2009년 일본 서점대상, 2008년 미스터리 베스트10 1위 등을 수상한 이 작품은 청소년의 살인 사건을 대해서 다양한 시점으로 분석하고, 사람을 잔인하게 만드는 현대 사회를 성찰한다. 단순히 피의자를 악인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의 내면을 살피는 미나토 가나에의 시선은 잔인한 범죄가 끊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나름대로의 해법을 전달한다.
달의 문 -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씨네21북스, 12000원

중요한 국제회의를 앞두고, 공항에서 승객 240여명을 태운 비행기가 납치된다. 경찰에게 요구 조건을 내걸고 아이 셋을 인질로 잡은 채 대치극은 계속되는 상황. 하지만 기내 화장실에서 승객 한 명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사태는 급변하기 시작한다.
일본 미스터리의 신인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작가, 아시모치 아사미의 국내 세 번째 소개작인 이 작품은 유려함과 긴장감을 자유자재로 표현하는 문체, 그리고 기발한 트릭으로 새로운 미스터리의 문학의 장을 연다. 『씨네21』의 계속되는 미스터리 출간과 번역자의 섬세한 번역 또한 독자들이 쉽게 작품이 빠져들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코노클라스트! 8권 - 사카키 이치로, 김해용 옮김, 서울문화사, 5900원

판타지 문학 중에서 흔히 ‘이고깽’ - ‘이세계에서 고교생이 깽판을 친다’의 줄임말 - 이라 불리는 책들이 있다. 현실에 지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전개의 논리성은 상관없이 무조건 떄리고 부시는 것을 보여주는 문학이다.
「이코노클라스트!」도 간략한 줄거리만 본다면 그렇게 오해할 수 있는 라이트 노블(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신에게 저주받은 세계에서 갑자기 ‘구세주’로 소환된 고등학생 카시바 쇼고는 거대 병기 이코노클라스트를 조종하게 되고 적들과 가혹한 전투를 하게 되면서 몸과 정신은 계속 피폐해 진다.
솔직히 이것이 정상은 아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현실적인 판타지를 보고싶은 독자에게 적극 추천하는 작품.!! 점점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
인문 · 사회 과학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묻다 : 5人5色 한국 현대사특강 - 서중석 외 4인, 철수와영희, 13000원

작년에 교육계를 뜨겁게 했던 서울시교육청의 ‘근현대사 특강’. 근현대사 특강인 주제에 정작 근현대사 전문가는 하나도 없었고 뉴라이트적 시선에서 역사를 왜곡하는, 그야말로 ‘뉴라이트 특강’이라 부를 만한 엉터리 특강이었다.
그러나 정작 뉴라이트의 악의적인 질문에 확실히 답을 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서중석, 정태헌, 이만열, 한홍구, 정영철의 ‘역사 드림팀’과 평화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의 한국 현대사 특강을 바탕으로 하였다. <대한민국 정통성을 묻다>는 뉴라이트,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해방 등의 주제를 다루면서 뉴라이트의 주장을 반박하고 어떻게 현대사의 관점을 바라봐야할 지를 알려 준다.
에세이 · 교양
내 인생의 만화책 : 캐릭터로 읽는 20세기 한국만화사 - 황민호, 가람기획, 13800원

한국 만화 100년이라는 소식은 <바이러스>를 통해서, 또는 다른 뉴스를 통해서 한 번씩은 접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100년이나 되었다는데 그동안에 나왔던 만화 캐릭터는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 무척 많을 것이다.
코주부, 라이파이, 꺼벙이, 독고탁, 둘리 등 그 당시에 큰 인기를 얻었던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국 만화사를 살핀 이 책은 지난 20세기에 인기를 얻었던 만화를 정리하는 동시에 30 ~ 50대에게는 추억을, 10 ~ 20대에게는 흥미를 준다. 21세기 들어 절정의 인기를 얻은 만화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옛날의 인기 캐릭터는 우리에게 추억 이상으로 다가온다.
붕가붕가레코드의 지속가능한 딴따라질 - 붕가붕가레코드, 푸른숲, 13200원

작년과 올해의 음악계를 강타한 인디 음악의 인기 스타 장기하와 얼굴들. 그들이 이름을 날린 데에는 주류 음악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다채로운 음악의 힘도 컷지만, 붕가붕가레코드의 ‘소규모소형음반’ 프로젝트를 무시할 수 없다.
이 책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시작과 성공을 담았다. 학교 내 동아리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소형 음반사 ‘붕가붕가레코드’를 결성하고, 첫 시도와 좌절과 성공, 그리고 미래를 써내려갔다.
이 책은 소규모 음악을 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지침서인 동시에 ‘88만원 세대’라 지칭받는 20대들을 위한 변명서이기도 하다. 취업의 공포에서 한발 벗어나 느긋함을 취하는 것도 하나의 탈출구가 되지 않을까?
서울풍경화첩 : 지금, 여기, 서울의 진경을 그린다 - 노은주 · 임형남 공저, 사문난적, 13000원

‘심시티서울’이라는 말이 있다. 개발이 중심이 되는 EA사의 게임 ‘심시티’처럼 한번도 쉬지 않고 개발만 이루어진 서울.
변화에만 익숙해져서 일까. 서울은 지방에 비해서 그 자체의 모습이 다뤄진 적이 별로 없었다. 심지어는 소개된 장소가 5년 만에 밋밋한 고층 빌딩으로 변했던 적도 있었으니까.
이런 현실이 좀 답답해서인지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건축가 부부가 서울을 ‘화첩’ 안에 담게 되었다. 조선 시대의 궁궐부터 골목길, 복잡한 도심에서 한적한 남산에 이르기 까지 서울 구석구석을 그림과 에세이로 담았다. 이 책은 서울을 동적인 존재에서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 공간들이 5년 후에도 그대로였으면 좋겠다.
만화
기적의 프로젝트 X : 야마토 운수의 물류 혁명 - NHK 프로젝트 X 원작, 하야세 준 만화, 이길진 번역, AK커뮤니케이션, 9500원

KBS에서 방영했던 ‘신화창조의 비밀’(또는 ‘신화창조’)라는 다큐멘터리를 기억하는가? 기업들의 역경 극복 사례를 다룬 이 프로그램은, 사실 부끄럽게도 NHK의 ‘프로젝트 X’를 약간 변형한 프로그램이었다.
2000년 초반 일본의 불황이 짙어져 갈 때, 일본인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목적으로 제작된 ‘프로젝트 X’는 여러 일본 기업의 사례를 다루면서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있는 다큐 시리즈가 되었다.
지난 9월 달에 닛신식품(컵라면), 세븐일레븐(편의점) 편을 내놓았고, 이번에는 택배의 시초를 다진 야마토운수 편을 내놨다. 다큐멘터리가 원작인 만화답게 자연스러운 구성, 감동을 주는 스토리로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올 것이다.
성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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