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위 제목의 지난번 칼럼이 한 포털사이트에 소개되면서 꽤 많은 사람들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중에는 내가 쓴 내용에 대해 옹호하는 것들도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학교 선생님들의 강의 수준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며 수업시간에 딴 공부나 딴짓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고발하고 안타까워하는 내용들이었다. 쓴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그런 댓글을 단 사람들이 학생들임을 알 수 있었는데 이런 사실을 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희망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고, 또 그러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이었다. 때맞춰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주변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최근에는 성공스토리도 심심치 않게 소개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을 가져도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체로는 점차 나아지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우리 아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가 아직 그런 수준에 다다르지 않았다면 도대체 발등에 떨어진 불은 어떻게 끌 것인가? 지금 상황을 당장 바꾸지 못한다면 이 상황 속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혹시 학교 선생님들의 강의 수준이 학생들의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수업 시간을 알차게 사용하는 것이 가장 가능성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시험을 잘 보려면 실력이 있어야 하고, 실력을 쌓으려면 제대로 학습을 해야 한다. 학습(學習)은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물론 이해력과 기억력이 뛰어난 학생들에게는 익히지 않고도 배우는 것만으로도 남보다 좋은 실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학생들은 정말 소수이므로 논외로 하자. 그렇다면 누구한테나 배운 것을 스스로 익힐 시간을 갖는 것이 필수다. 또 미리 예습을 하면서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점검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이는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학원과 과외를 병행하며 성적이 중하위권인 고1 학생에게 물었다. 학교와 학원, 과외에서 배우는 주요 과목을 제대로 따라가려면 스스로 하는 학습이 몇 시간 정도 필요하냐고. 한참을 계산하더니 1주일에 15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것도 집중하는 시간 기준이니까 아마 앉아 있는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적어도 25시간은 될 것이다. 그 학생이 일단 몇 주 동안 시도해 보겠다고 해서 그렇게 해보라고 했지만 나는 그 학생이 그렇게 공부할 수 있으리라고 믿지 않는다. 가능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설사 가능하다고 치자. 그러면 언제 친구들과 놀고, 언제 세계 명작을 읽고, 언제 신문을 읽는다는 것인가? 결국 학생들은 배우는 시간을 줄이고 익히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익히는 시간에 비로소 배움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들은 익힐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한도 내에서 배운다. 물론 가장 효율적인 대안은 학교 다니는 대신 인기 강사를 찾아서 배우고 나머지는 자기가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낮다. 아직도 학교를 중퇴하고 학원에 다닌다는 것은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 선생님들이 그렇게 실력이 없거나 무책임하다고 믿지 않는다. 내 딸이 고3 때 수학 선생님이 한 부분을 생략하고 수업을 진행했단다. 딸이 교무실에 찾아가서 자기는 학원이나 과외를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모른다고 말하자 선생님이 친절하게 개인교습을 해주셨다고 했다. 선생님을 믿지 않고 무시한다면 어쩌면 선생님들이 무책임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분들도 인간이니까. 그러나 믿고 존경한다면 그분들은 열과 성을 다할 것이다. 우리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것도 결국은 선생님들을 믿고 존경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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