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며칠 전 한국청소년연맹에서 주관하는 미디어청소년리더 양성과정의 강의를 하고 왔다. 사이버상의 청소년 유해정보에 대한 자율적인 정화 활동을 할 학생 리더들을 양성하는 과정으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였다. 오전 강의를 마무리할 무렵, 강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학부모 여러 분이 강의실 안으로 들어오셔서 순간 당황했다. 그런데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선발과정부터 엄마들이 깊숙이 관여를 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엄마들의 적극적인 개입 아래, 사전에 글을 잘 쓰는 학생과 컴퓨터를 잘 다루는 학생들을 미리 조를 짜서 신청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잘 이수하고 활동을 하게 되면 봉사 활동 점수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해서 자신이 속한 조가 상을 받게 되면 대학 입시에 가산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니 강의 중에 학생들의 힘이 없는 태도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모든 행동이 입시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니 사회공헌에 대한 자발성이 필요한 이런 일에 열의가 생기기 어려웠을 것 같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아이들로부터 자발적인 행동을 할 기회를 뺏을 것인가? 이런 경우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 나 같으면 어떡했을까? 아이에게 이런 정보를 갖고 있는데 관심 있으면 한번 도전해 보라고 말하는 것까지만 했을 것이다. 원한다면 그 이후는 아이가 주도하게 하는 것이다. 요즘 부모들 중에는 아이가 독립적인 아이로 커가기를 바라면서도 실제로는 혼자서 할 기회를 좀처럼 주지 않는 부모가 생각보다 참 많다. 이번의 경우에도 대부분 부모가 고등학생 자녀들을 워크숍 장소까지 데려다 준 것 같다는 얘기였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는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서울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혼자서도 탈 수 있게 훈련시킨 것은 물론이고 지방에도 혼자 다녀오는 경험을 하게 했다. 어떤 부모들은 요즘 세상이 너무 험해서 아이들을 혼자 다니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그런 경험을 원천 봉쇄한다. 투자 격언에 ‘고수익을 위해서는 큰 위험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아이들이 자신감과 자율성이라는 고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부모가 눈을 질끈 감고 감수해야 할 위험 요소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어나면 큰일이지만 일어날 확률이 작은 일에 대한 위험이다. 상상하기조차 끔찍하지만 길을 잃어 집을 영원히 찾지 못하는 일이나 납치, 유괴 사건, 교통사고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때문에 아이들 혼자 다니는 것을 삼가는 것은 조금 과장해서 비유하자면 서해안에 식인상어가 나타났다고 해서 서해안으로 놀러 가는 것을 삼가는 꼴이다. 또 하나는 일어날 가능성은 좀 있지만 그 피해가 견딜 만한 일들에 대한 위험이다. 실수로 아이나 부모가 고생을 좀 하거나, 일이 좀 지연되거나, 공부할 시간을 좀 뺏기거나, 어쩌면 시험을 한두 번 망치는 일까지도 여기에 속하는 일이다. 이런 일이 두렵다면 정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일이다. 아이들 스스로 하는 힘은 말로만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성장해 감에 따라 그 나이에 감당할 수 있는 일을 시키고 마음을 졸여가며 기다려 주는 것이 부모가 할 일이다. 부모의 마음 졸임을 없애기 위해 대신해 주는 일은 아이의 성장을 위한 일이 아니다.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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