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숙의 학부모코칭
고현숙의 학부모코칭 / 미국에서 변호사를 통해 이혼을 하려면 보통 2000에서 2500달러, 우리 돈으로 300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그런데 이혼절차를 인터넷으로 하도록 도와주는 디보스닷컴(divorce.com)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모든 정보를 입력하고 옵션을 선택하면 250달러에 마무리되도록 대행을 해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혼 사유, 아이 양육 문제, 수입과 재산 상태, 자신과 배우자의 직업상황 등 모든 정보가 데이터베이스화되어 있어서 선택만 하면 깔끔하게 이혼절차를 대행하고 완료된 서류를 집으로 보내주는데, 변호사를 쓸 때에 비해 10분의 1 비용밖에 들지 않는다. “자, 상황이 이런데, 변호사라는 직업의 미래가 있겠는가?” 이것이 대니얼 핑크의 질문이다. 핑크는 미국 전 부통령 앨 고어의 대변인이자 연설문 작성자였던 사람으로, <새로운 미래가 온다>(A Whole New Mind)라는 책으로 알려졌다. 몇 년 전 미국에서 핑크의 강연을 듣고 그와 잠깐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의 주장의 핵심은, 현재를 기준으로 미래를, 그것도 미래의 직업을 판단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병원의 환자 수술에서도 사실은 로봇을 이용할 때 정밀도는 숙련된 외과의사보다 수십 배 뛰어나다고 한다. 단지, 인간의 몸을 로봇에게 맡긴다는 것에 대한 인지적인 저항감만 극복한다면, 미래의 수술실은 로봇과 로봇을 감시하는 관리자로서의 인간이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단다. 자, 의사라는 직업의 미래는 어떤가? 보통의 일자리는 어떤가? 예를 들어,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의 콜센터는 대부분 미국 밖에 있다.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세계적인 IT 기업의 R&D 연구소들은 인도에 있다. 시차가 완전히 반대라서 미국 직원들이 퇴근하는 그 시간부터 인도 직원들은 일을 시작해서, 다음날 미국 직원들이 출근했을 때, 결과를 보내온다. 대공장들이 중국과 제3세계로 이전해 세계의 공장 구실을 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제 사람들은 제3세계 노동자와 경쟁해야 한다. 하버드 법대를 나온 대니얼 핑크는 장난 삼아 “제가 왜 법대에 갔는지 아세요?”라고 물었다. 누군가가 “엄마가 가라고 했으니까!”라고 대답해서 좌중을 웃겼는데, 핑크는, “아니요! 사실은 아버지가 가라고 해서 간 겁니다.”라고 정정해주어 정말 크게 웃었다. 핵심은 미래의 직업을 생각할 때는 잠재적인 경쟁자인 컴퓨터나 제3세계 노동자에 의해서 대체되지 않을 일이 무엇인가를 보라는 것이다. 창의성과 인간적인 감성, 통합적인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들, 예를 들어 디자이너나 과학자, 카운슬러, 컨설턴트 등을 그는 예로 들었다. 단순 지식의 누적이 아닌 인간의 지혜와 심미안, 감성, 통합적 능력이 미래 직업의 키워드가 될 것이다. 수능이 끝나고 대입을 위해 여러 고민이 많을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현재 잘나가는 직업이 미래에도 꼭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과거 각광받았던 은행원, 상사맨이 그랬듯이 요즘 선호되는 교사와 공무원, 의사의 인기가 얼마나 갈지는 모를 일이다.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대표 Helen@eklc.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