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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고등학교 각 담임에게 판매 개수 할당, 못 채우면 담임이 직접 돈을 내야해
2009년 12월 7일, 경기 P고의 고등학교 3학년 종례 시간에 담임이 말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랑의 열매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 개 당 천 원이니 빨리 사자” 하지만 아이들의 호응이 저조하자 얼굴을 붉히고서 다시 한 번 말을 이어나간다. “이번에는 8개가 우리 반에 할당되었어. 어짜피 좀 있으면 졸업인데 빨리 좀 사자” 결국 몇몇 학생이 담임의 호소에 마지못해 사거나 단순히 악세서리를 모으는 이유에서 사랑의 열매를 한 개씩 구입하게 되었다.
이 일은 매년 겨울이면 전국 각지의 학교에서 벌어진다. 판매하는 물품은 주로 두 가지, 사랑의 열매와 크리스마스 씰이다. 디자인적인 면에서 시중에서 파는 악세서리나 스티커(원래 크리스마스 씰은 우표 형태의 물품이었으나,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다는 이유로 몇 년전 부터 스티커 형태로 교체하였다.)에 비해 떨어져 사는 사람이 많지 않으나, 담임들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학생들에게 물건을 팔려고 한다. P고의 경우는 약과이다. 의무적으로 한 개 이상을 사게 강요하는 학교도 있다.
P고의 한 교사는 말한다. “매년 위에서 반드시 몇 개 이상 판매하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각 학년 부처는 각 반 담임들에게 판매 개수를 할당한다” 만약 호소나 강요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만큼 팔지 못했을 경우에는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해서 물었다. “팔지 못한 액수만큼 돈을 낸다. 돈을 내는 것이 아깝기는 하지만,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어서 괜찮은 편이다. 솔직히 내고 싶지 않지만, 근무 평정이나 교사 평가에 영향을 줄까봐 매년 학생 부장의 지시를 따른다” 며 강제적으로 판매 개수를 할당하는 방식에 불만을 표출하였다.
이런 일은 어쩌다 일어나게 되었을까. 사랑의 열매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크리스마스 씰은 대한결핵협회에서 각각 불우이웃돕기와 결핵환자 지원 및 처우 개선을 위한 돈을 모으기 위해서 판매하는 캠페인성 디자인 상품이다. 캠페인성 상품인 만큼 자발적으로 구입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상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강매를 하는 방식으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디자인적 선호나 호응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한 학생은 “매년 사랑의 열매나 씰을 구입했지만 올해는 사지 않기로 했다. 디자인이 갈 수록 진부해지는 것 같다” 면서 “안 팔려서 학생에게 강매를 하는 방식으로 충당하기 전에 좀 더 새로운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고 디자인과 강매에 대한 심정을 토로하였다.
강매는 보통 원하던 만큼 팔리지 않았을 때 주로 벌어진다. 물론 사랑의 열매와 크리스마스 씰 모두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돈을 모으기 위해서 파는 물건인 만큼 많은 시민과 청소년들의 정성어린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캠페인용 물건인 동시에 디자인 상품이기도 하다. 디자인적으로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태에서 팔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당연히 팔리지 못한 수량을 강매를 통해서 채우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를 보면 판매 방식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같은 성격의 단체인 일본의 중앙공동모금회(http://www.akaihane.or.jp/)는 캠페인용 상품으로 ‘아카이 하네’ (붉은 날개)를 판매한다. 플라스틱이 아닌 모조 깃털을 판다는 차이가 있지만 각종 디자인 상품을 날개를 그려 넣어 판매하거나 각종 팬시 상품에도 도안을 활용한다. CM, 포스터에서 홍보가 그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다르게 더 적극적으로 홍보, 판매를 하고 있다. 또한 대한결핵협회와 같은 성격의 단체인 일본결핵예방회(http://www.jatahq.org/)는 씰에 자체적인 캐릭터를 그려넣어 판매하거나, 유명 화가, 일러스트레이터를 기용해 예술적, 디자인적 가치를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의 씰은 2008년에는 ‘우주인’ 이소연 박사, 올해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사진을 넣어 제작했다. 유명인의 인기를 활용해 판매를 진작시키려는 방식을 비난할 수 없지만 디자인적, 미적인 면에서 점점 퇴보하는 느낌을 시민들에게 주고 있다. 뉴욕 페스티벌 · 클리오 어워드 · 칸 국제광고제 등 세계 3대 광고제를 휩쓴 공익 광고 디자이너 이재석 씨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비영리 단체가 “대부분 주먹구구식 홍보에 치우쳐있다. 아이디어 없이 ‘우리 좀 도와주세요’ 하는 식의 읍소만 한다” 고 지적하였다. 모금을 위한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고 강매를 하기 전에 자신들의 상품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디자인 상품’이라는 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강매는 보통 원하던 만큼 팔리지 않았을 때 주로 벌어진다. 물론 사랑의 열매와 크리스마스 씰 모두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한 돈을 모으기 위해서 파는 물건인 만큼 많은 시민과 청소년들의 정성어린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캠페인용 물건인 동시에 디자인 상품이기도 하다. 디자인적으로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상태에서 팔리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당연히 팔리지 못한 수량을 강매를 통해서 채우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이웃 나라 일본의 사례를 보면 판매 방식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국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같은 성격의 단체인 일본의 중앙공동모금회(http://www.akaihane.or.jp/)는 캠페인용 상품으로 ‘아카이 하네’ (붉은 날개)를 판매한다. 플라스틱이 아닌 모조 깃털을 판다는 차이가 있지만 각종 디자인 상품을 날개를 그려 넣어 판매하거나 각종 팬시 상품에도 도안을 활용한다. CM, 포스터에서 홍보가 그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다르게 더 적극적으로 홍보, 판매를 하고 있다. 또한 대한결핵협회와 같은 성격의 단체인 일본결핵예방회(http://www.jatahq.org/)는 씰에 자체적인 캐릭터를 그려넣어 판매하거나, 유명 화가, 일러스트레이터를 기용해 예술적, 디자인적 가치를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의 씰은 2008년에는 ‘우주인’ 이소연 박사, 올해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의 사진을 넣어 제작했다. 유명인의 인기를 활용해 판매를 진작시키려는 방식을 비난할 수 없지만 디자인적, 미적인 면에서 점점 퇴보하는 느낌을 시민들에게 주고 있다. 뉴욕 페스티벌 · 클리오 어워드 · 칸 국제광고제 등 세계 3대 광고제를 휩쓴 공익 광고 디자이너 이재석 씨는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비영리 단체가 “대부분 주먹구구식 홍보에 치우쳐있다. 아이디어 없이 ‘우리 좀 도와주세요’ 하는 식의 읍소만 한다” 고 지적하였다. 모금을 위한 상품이 팔리지 않는다고 강매를 하기 전에 자신들의 상품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불우한 이웃을 돕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디자인 상품’이라는 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성상민 기자 gasi4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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