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준화 고교 2007수능 성적, 비평준화 보다 높아
고교 평준화 지역 학생들과 비평준화 지역 학생들의 성적은 거의 차이가 없어 평준화 정책이 수월성 교육에 부적합하다거나 학업성취도의 하향을 불러온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평준화 정책 때문에 학생들의 학력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다’는 정부와 보수성향 교육단체들의 주장을 뒤집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9일 서울 삼청동 평가원 대회의실에서 최근 5년(2005~2009학년도) 동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토대로 ‘수능 및 학업성취도 평가 분석 심포지엄’을 열었다. 교과부와 평가원이 수년간의 수능 성적을 놓고 공신력 있는 연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강상진 연세대 교수(교육학)는 2006년 교육개발원 조사와 2007년 수능 자료를 이용해, 평준화 지역인 서울시·광역시와 모두 비평준화 지역인 읍면지역을 제외한 중소규모 도시의 성적을 분석해 발표했다. 강 교수의 분석 결과, 언어영역의 경우 평준화 지역에서 수능 1~2등급을 받을 확률은 비평준화 지역의 1.34배이고, 3~4등급을 받을 확률은 1.43배, 5등급을 받을 확률은 1.25배, 6~7등급을 받을 확률은 1.40배로 나타났다. 이는 평준화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에 견줘 언어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뜻이다. 수리·외국어 영역에서는 평준화와 비평준화 지역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성태제 이화여대 교수(교육학)는 ‘2006~2008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고1의 수학성취도 평가를 분석했더니, 평준화 지역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높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지난 2월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증가는 지금까지 계속된 하향 평준화 정책 때문으로 보인다”며 학력 부진을 평준화 정책 탓으로 돌린 바 있다.
강상진 교수는 “평준화 정책이 수월성 교육에 부적합하다거나 학력을 하향 평준화한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며 “평준화에 대한 비판은 주장일 뿐인 것으로 증명됐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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