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도는 1318 세대의 결코 푸르지 않은 봄(靑春) ⓒ 김예린 기자
[사회일반] 三 方 구도, 청춘 인생
김예린 기자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청소년 기자입니다. 기사에 대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주
Teen이라는 접미사가 수사 뒤에 붙여지는 날에는 더 이상 10 대의 인생에 푸르른 봄(靑春)은 오지 않는 것이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다. 공교육과 사교육이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기 이전에 움츠러드는 것은 학생들이다.
부모님이 대안교육을 추구하고 자신도 입시에 대해 방관적인 입장을 취하더라도 항상 위에서 내리누르는 시험의 압박은 분명 학생인 이상은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시험이 끝나는 날은 우등생이고 열등생이고 할 것 없이 일단은 한숨을 돌리게 된다.
다음 날, 다시 서술형 주관식 검토의 압박과, 체크리스트가 날아오기 전에 누구에게나 시험 끝난 날, 하루 휴식의 말미가 주어진다. 누구나 간절히 원하던 피같은 재충전의 시간, 우리 학생들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① 노래방으로, 노래방으로 - 시험 끝나기 하루 전 혹은 끝나자마자 삼삼오오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아이들은 필시 놀러 갈 계획을 세우는 것이리라. 전자는 시험이 끝나기도 전인데 김칫국부터 마시며 반에서 싫지만은 않은 바람잡이 역할을 한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시험이 끝났는데 딱히 갈 곳도 없거니와 마침 주머니사정도 나쁘지 않은 아이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같이 놀러 갈 군중이 모인 것이다. 이들이 학교를 나와 발길을 돌린 것은 다름 아닌 노래방. 적당히 저렴한 노래방을 선택하고, 구석진 방을 골라잡아 노래 목록을 펼쳐 든다. 마이크를 잡은 아이는 웬만해선 마이크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다. 탬버린을 잡은 아이는 어지간해선 탬버린 배경음악 신세를 면치 못한다. 아이들은 노래방에서 합쳐지지 못하고 따로 놀게 된다. 밑에서 몰래 핸드폰을 하는 사람, 노래목록만 하염없이 뒤적이는 사람, 심지어는 불편한 의자에 머리를 맞대고 자는 아이까지 발견할 수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같은 배를 타서 노래방에 왔으면 다같이 즐거워야지 왜 모두가 동상이몽을 꾸는 것인가? 마이크를 패권을 가진 사람은 그 사람대로 흥이 나질 않는다. 제대로 된 호응도 반응도 없기 때문이다. 설사, 노래방에서 정말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더라도 집에 오면 맥이 풀리고 힘이 빠진다. 진정으로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을 했더라면 몸이 오히려 더 피곤해지진 않을 것이다. 결국 노래방에서의 ‘재충전’이란 사실 ‘재충전’이 아닌 단순한 유흥거리에 불과하다. 청소년들은 노래방을 가지 않아도 찜찜하고 갔다와서도 찜찜하다. 이것은 단지 우리가 시험 끝나고 놀러 갈 곳을 잘못 정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노래방, 다음 시험 후에도 노래방.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휴식의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발길은 어쩔 수 없이 계속 노래 방을 찾는다. 이것은 설사, 어른들의 회식자리라도 별로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② PC 방에서의 한 판 승부 - 노래방이 혼자 가서 즐기기에는 이상한 곳이라면, PC방은 혼자 가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한 곳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노래방은 상당히 사회적인 공간이고, PC방은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판막이까지 있어 옆 사람과의 소통이 불가한 공간이 바로 PC방이다.
청소년들은 PC방에서 주로 온라인 게임을 즐긴다. 인터넷 서핑이나 다른 여러 가지 잡다한 일을 하기도 하지만 돈 내고 사용하는 곳에서 그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 아깝고 또, 집에서 눈치 안보이고 실컷 게임을 하기에는 PC방이 제격이다. 혹여, PC 방에 다른 친구와 같이 오더라도 같이 앉을 수는 없는 노릇, 자리가 나뉘고 컴퓨터 접속 시에는 가명인 아이디로 다시 재회하게 된다.
물론 직접 말을 못 건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컴퓨터에서 이렇게 만나는데 굳이 옆 사람을 찾을 쏘냐.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PC 방에서의 시간은 금방 흘러가고 친구와는 몇 마디의 말도 없이 헤어지거나, 혹은 그저 혼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집을 향해 발걸음을 돌린다. 그렇다고 이런 게임의 흥분이 오래 지속되거나 특별히 기억에 남을만큼 짜릿한 것도 아니다. 그저 일상인 것이다.
시험이 끝났으니 한 번쯤은 거쳐야 할 곳. 그 곳에서 보낸 시간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해소되거나 다시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PC방에서의 시간은 그곳을 나오는 순간 없어진다. 그래도 다시 한번, 우리들은 시험이 끝났는데 딱히 집에 가고 싶지도 않고, 노래방까지 동행할 친구도, 여유도 없다면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별 다른 감흥은 없다.
③ 다시 돌아온 나의 방
- 돌아온 탕아를 맞이하듯이 다시 돌아온 나의 방. 그렇다면 그 곳에서는 시험이 끝난 후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것인가? 자신의 방에 돌아온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과 같다.
학생들은 자신의 방에 돌아오는 순간, 안도감이 밀려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처음으로 마주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책가방을 열어 시험지를 꺼내는 순간, 엄마의 시험에 대한 안부, 그리고 방 구석에 널브러진 온갖 종류의 참고서와 문제집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혼란을 겪게 된다. 청소년들의 방은 제 구실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마지막 안식처라고 생각했던 곳 마저 단지 잠잘 곳 만을 마련해주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서울 밖에는 밤에만 활동하는 ‘베드타운’이 있다. 베드타운의 통근자들은 아침이 올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다.서울에는 무수히 많은 청소년들의 ‘베드 룸’들이 형성되어있다. 베드타운이 자족기능을 하지 못하듯이 베드 룸들도 자족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실패한 방일 뿐이다. 청소년들의 베드 룸 또한, 시험 전에는 학원과 학교를 위해(여기에는 독서실이라는 새로운 방이 등장해 다시 새로운 삼 방 구도를 만든다.) 베드 룸의 기능만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으며 시험 후에는 노래방과 PC방에 의해 ‘휴식공간’이라는 마지막 기능마저도 빼앗긴다.
끊어지지 않는 상호 고리의 삼 방 구도,
국민이라는 이름 속에 청소년은 없는가 그렇다면, 10대 문화는 노래방과 PC방에서 형성되는 것인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노래방과 PC방은 우리가 제일 쉽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대표적인 유흥의 장소다. 이 두 곳은 말 그대로 단순한 유흥의 장소다. 그 이상의 구실, 예를 들자면 진정한 ‘재충전’의 공간이 된다거나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그런 뜻 깊은 곳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고급문화를 일부러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를 즐기려면 시내나 도심으로 나가야 하는데 굳이 그렇게 고생을 해서라도 즐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또 의심이 되어, 결국엔 집 앞의 노래방과 PC방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시민의 여가를 증진시킨다며 여기저기 문화센터를 세우고 여러 가지 문화 프로그램을 개설하지만 청소년들은 항상 혜택을 받는 사람들 중에서 제외되어 있다. 어쩌면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청소년들은 항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뭄에 콩 나듯 가끔씩 청소년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버젓이 ‘10대를 위한’, ‘청소년들을 위한’ 이란 간판이 걸린 문화 공사를 할 때가 있다. 이러한 것들이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낸 적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끝으로 국민이라는 슬로건에서도 제외되고, 유흥거리라도 눈치 보지 않고는 마음껏 즐길 수 없는, 대한민국의 청소년 아닌 청소년인, 외로운 고3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김예린 기자 qmfflsek@naver.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① 노래방으로, 노래방으로 - 시험 끝나기 하루 전 혹은 끝나자마자 삼삼오오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아이들은 필시 놀러 갈 계획을 세우는 것이리라. 전자는 시험이 끝나기도 전인데 김칫국부터 마시며 반에서 싫지만은 않은 바람잡이 역할을 한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시험이 끝났는데 딱히 갈 곳도 없거니와 마침 주머니사정도 나쁘지 않은 아이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같이 놀러 갈 군중이 모인 것이다. 이들이 학교를 나와 발길을 돌린 것은 다름 아닌 노래방. 적당히 저렴한 노래방을 선택하고, 구석진 방을 골라잡아 노래 목록을 펼쳐 든다. 마이크를 잡은 아이는 웬만해선 마이크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는다. 탬버린을 잡은 아이는 어지간해선 탬버린 배경음악 신세를 면치 못한다. 아이들은 노래방에서 합쳐지지 못하고 따로 놀게 된다. 밑에서 몰래 핸드폰을 하는 사람, 노래목록만 하염없이 뒤적이는 사람, 심지어는 불편한 의자에 머리를 맞대고 자는 아이까지 발견할 수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같은 배를 타서 노래방에 왔으면 다같이 즐거워야지 왜 모두가 동상이몽을 꾸는 것인가? 마이크를 패권을 가진 사람은 그 사람대로 흥이 나질 않는다. 제대로 된 호응도 반응도 없기 때문이다. 설사, 노래방에서 정말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더라도 집에 오면 맥이 풀리고 힘이 빠진다. 진정으로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을 했더라면 몸이 오히려 더 피곤해지진 않을 것이다. 결국 노래방에서의 ‘재충전’이란 사실 ‘재충전’이 아닌 단순한 유흥거리에 불과하다. 청소년들은 노래방을 가지 않아도 찜찜하고 갔다와서도 찜찜하다. 이것은 단지 우리가 시험 끝나고 놀러 갈 곳을 잘못 정해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노래방, 다음 시험 후에도 노래방. 별로 효과적이지 않은 휴식의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발길은 어쩔 수 없이 계속 노래 방을 찾는다. 이것은 설사, 어른들의 회식자리라도 별로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② PC 방에서의 한 판 승부 - 노래방이 혼자 가서 즐기기에는 이상한 곳이라면, PC방은 혼자 가는 것이 오히려 더 편한 곳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노래방은 상당히 사회적인 공간이고, PC방은 개인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판막이까지 있어 옆 사람과의 소통이 불가한 공간이 바로 PC방이다.
시험 끝나고 가는 PC방, 하지만 그때뿐이고, 재충전은 없다.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국민이라는 이름 속에 청소년은 없는가 그렇다면, 10대 문화는 노래방과 PC방에서 형성되는 것인가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노래방과 PC방은 우리가 제일 쉽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대표적인 유흥의 장소다. 이 두 곳은 말 그대로 단순한 유흥의 장소다. 그 이상의 구실, 예를 들자면 진정한 ‘재충전’의 공간이 된다거나 청소년들이 마음 놓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되는 그런 뜻 깊은 곳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고급문화를 일부러 기피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를 즐기려면 시내나 도심으로 나가야 하는데 굳이 그렇게 고생을 해서라도 즐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또 의심이 되어, 결국엔 집 앞의 노래방과 PC방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시민의 여가를 증진시킨다며 여기저기 문화센터를 세우고 여러 가지 문화 프로그램을 개설하지만 청소년들은 항상 혜택을 받는 사람들 중에서 제외되어 있다. 어쩌면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청소년들은 항상 사각지대에 놓여있는지도 모르겠다. 가뭄에 콩 나듯 가끔씩 청소년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겠다고 버젓이 ‘10대를 위한’, ‘청소년들을 위한’ 이란 간판이 걸린 문화 공사를 할 때가 있다. 이러한 것들이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낸 적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끝으로 국민이라는 슬로건에서도 제외되고, 유흥거리라도 눈치 보지 않고는 마음껏 즐길 수 없는, 대한민국의 청소년 아닌 청소년인, 외로운 고3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김예린 기자 qmfflsek@naver.com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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