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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책 편식하는 아이에게 눈높이 맞춰라

등록 2010-01-17 16:07

책따세가 정한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 6가지
책따세가 정한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 6가지
중학생, ‘공부하는 힘’이 열쇠다
수준맞는 책 추천해야…‘책따세’ 목록 참고할만
“학생 스스로 기준세워 도서 골라보는 게 좋아”
“여름방학부터 만화책에 빠져 있더니, 이번 중간고사를 마치고는 판타지소설에 빠져버렸습니다. 첨 읽을 땐 ‘너무 보고 싶은 책이니, 이 작품 <다크***>만 읽을게요’라고 하기에 허락했더니, 그 후속편이 있다며 한 작품을 더 읽었습니다. 그런데 급기야 어젠 ‘엄마! 이제 오락 절대로 안 할 테니 판타지소설 무제한으로 읽게 해 주세요’라며 애원하더군요. (…) 암튼 별로 읽히고 싶지 않더라구요. (…) 어찌하면 좋을까요? 아이를 믿고 읽히는 게 좋을까요? 더 이상 읽지 못하게 쐐기를 박는 것이 좋을까요?”

교육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동호회 게시판에 올라온 한 중학생 학부모의 글이다. ‘읽게 놔두라’는 방임론에서 ‘당장 끊게 해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댓글도 다양했다. ‘가은두***’란 아이디를 쓰는 학부모는 “저희 딸(은) 판타지소설만 잡으면 공부를 전폐하지요. 그리고 책에 그리 편식하지 않았는데 다른 책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저도 이것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라고 썼다. 이처럼 판타지소설만 좋아하는 아이를 둔 학부모들은 고민이다. 그래도 책을 읽는 거니까 그냥 놔둬야 할지, 아니면 한쪽으로 치우친 독서 습관을 고치도록 독서 지도를 해야 할지 갈팡질팡한다.

판타지소설은 인터넷으로 빠르고 쉽게 퍼지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책들이 많다. 이런 책들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자칫 재미만 좇는 독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아직 가치를 판단하고 성찰하는 힘이 생기기 전에 성차별, 약육강식, 힘의 논리, 권위적 문화, 물질만능주의와 같은 그릇된 가치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임성미 독서교육전문가는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막다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판타지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아낸 뒤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성격의 책을 추천해줌으로써 관심 영역을 넓힐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책을 고를 땐 목적에 맞는 분야를 선택한 뒤 난이도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임 씨는 “읽는 목적이 무엇인지 먼저 생각한 뒤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목적에 맞게 책을 선택했다는 것은 이미 동기부여가 충분히 된 상태이고, 수준에 맞는 책은 이해가 쉬워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집중해서 끝까지 읽을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스스로 책을 골라본 적도, 고르려는 의지도 없는 학생들은 책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평소에 많은 책을 두루 읽지 않은 학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신력이 있는 단체나 대학교, 유명 작가들이 추천한 책을 참고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추천목록들은 아이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목적에 의해 만들어지거나, 몇몇 개인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고르는 등 본래 뜻을 살리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많은 독서교육전문가들은 “책을 추천할 땐 자신이 직접 읽어본 책 가운데 읽을 사람의 처지를 최대한 고려해 골라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이하 책따세)이 추천하는 책들은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허병두 책따세 대표는 그 이유를 “책이 아닌 수용자(독자)를 중시하기 때문에 추천글에 학생들의 반응이 드러나게 쓴다”며 “지역, 정서와 문화, 학교 상황, 독해 수준 등 다양한 변수가 책 읽기를 방해하기 때문에 ‘각자 처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책이 읽히는가’를 세밀하게 보여주려 한 노력의 결실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책따세의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도종환 엮음) 추천글은 “(…) 아이들은 거부감 없이 잘 읽었다. 책 표지도 예쁘고, 삽화도 깔끔해서 여학생들은 참 좋아한다 (…)”처럼 실제 아이들의 반응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추천글을 쓰기 위해서 책따세는 8주 정도에 걸쳐 운영진이 검토 대상의 책을 직접 읽은 뒤 토의·토론 과정을 거친다. 허 대표는 “운영진들이 직접 읽고 다시 학생들의 반응을 일일이 확인한 다음, 여러 차례의 토론을 거쳐 합의된 책들을 선정한다”며 “각종 매체에 발표된 신간 서평, 분야별 전문팀원들이 수시로 도서관·서점을 오가며 고른 책, 각종 단체의 추천 책들과 누리집의 ‘읽어보니 좋아요’, ‘읽혀보니 좋아요’ 게시판에 올라온 책들을 검토 대상으로 삼아 그동안 쌓은 선택 기준에 따라 어떤 이해관계도 없이 공정하게 선택한다”고 강조했다. 또 허 대표는 “이 기준은 학부모가 책을 고를 때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며 “가능하다면 학생 스스로 자기 상황에 맞는 기준을 세워 스스로 추천도서 목록을 만들어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표 참조)


정종법 기자 mizzle@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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