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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꿈과 희망은 ‘학교’순이 아니잖아요

등록 2010-03-07 16:54수정 2010-03-07 17:09

지리산고 전경
지리산고 전경
스스로 고교 선택한 4인의 진학기

중학생 상위 10%를 위한 진학 정보는 넘쳐난다. 그러나 나머지 90%를 위한 진학 정보는 찾기 힘들다. 고등학교가 다양해지고 학교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90%의 중학생들을 위한 진학 가이드가 절실한 때다. <한겨레>는 지난해말 스스로 고등학교를 고른 ‘평범한’ 4명의 학생들을 만나 고교 진학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공부 원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의 요람”

대안교육 특성화고 
이지은양
대안교육 특성화고 이지은양
경기도 성남에 사는 이지은(16)양은 지난 2008년 11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것이다. 가세가 급격히 기울면서 이양은 남들처럼 공부하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11월 고등학교 진학을 놓고 고민하던 이양은 신문과 티브이 프로그램을 통해 경남 산청군에 자리잡은 지리산고등학교를 알게 됐다. 당시 지리산고에 다니던 잠비아 출신 한 학생이 서울대 수시모집에 합격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2004년 대안교육 특성화고등학교로 지정된 지리산고는 경제적 여건 때문에 학업을 지속하기 힘든 학생들을 뽑아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수업료, 기숙사비는 물론 교복, 교재비까지 학교에서 부담한다. 이양은 ‘지리산고에선 공부하는 데 돈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 맘에 들었다. 그러나 선뜻 진학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너무 멀기 때문이었다. “지원하기 전에 학교를 찾아가 봤어요. 가는 데만 5시간이 걸렸어요. 솔직히 고민이 됐죠. 그런데 가보길 잘한 거 같아요. 지리산고를 둘러싼 자연환경과 친절하고 열정적인 학교 선생님들을 만나고 나서 학교에 지원하기로 맘을 굳혔거든요.” 지난 2월6일~7일 이틀 동안 지리산고에서는 22명의 신입생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지리산고가 추구하는 교육방침에 대해서도 배우고, 여러 선생님들과 일대일로 상담하는 시간도 가졌다. 무엇보다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이양의 가슴에 남았다. “사회에 나가거든 이 학교를 통해 입은 혜택만큼 남들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세요.”

“항공기 제작 ‘명장의 꿈’ 실현해줄 학교”

마이스터고
신준용군
마이스터고 신준용군
중학교 2학년 때 서울에서 경기도 광주로 전학한 신준용(16)군은 커서 항공기 제작 기술자가 되기로 맘먹었다. 아버지와 담임 선생님께서 신군이 항공기 제작에 관심이 많다는 걸 눈여겨보시고 꾸준히 격려해 주셨기 때문이다. 마침 그의 꿈을 펼칠 학교를 찾았다. 경남 사천시에 있는 삼천포공업고등학교였다. 올해부터 마이스터고(산업수요맞춤형고)로 지정된 삼천포공고는 전국 단위로 항공산업과 40명, 조선산업과 60명을 선발했다. 신군은 학교가 멀어 고민됐지만 ‘학비 전액 무료, 실무 외국어 교육, 해외연수 및 취업 보장’ 등을 내건 마이스터고의 매력에 끌려 지난해 10월 이 학교에 지원했다. “심층면접을 앞두고 면접 관련 책들을 3권가량 섭렵했어요. 예상 질문도 뽑아봤죠.” 신군의 면접전략은 ‘영어’였다. 기술명장을 길러내기 위한 마이스터고가 실무 영어 능력을 중요시한다는 걸 미리 알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면접 질문이 ‘이 학교에 오면 어떻게 공부할 것이냐’였어요. 제가 예상했던 질문이었죠. 저는 항공기 제작 관련 자격증 취득과 토익 점수 600점 이상 얻는 걸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답했죠.” 그의 면접 전략은 주효했다. 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그가 원하는 고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추락해도 사람이 죽지 않는 항공기’를 만들고 싶은 신군은 이제 막 항공기 제작 기술명장의 출발선에 들어섰다.

“기숙사 생활로 학교생활 적응에 도움”

기숙형 공립고
남은솔양
기숙형 공립고 남은솔양
강원도 원주에 사는 남은솔(16)양은 중학교 생활이 순탄치 않았다. 규모가 큰 중학교에 다녔는데 적응하기 쉽지 않아 중간에 규모가 작은 중학교로 옮기기도 했다. 남양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신중해졌다. 그때 남양의 아버지가 경기도 여주에 있는 여주여고를 소개했다. 여주여고는 경기도 교육청 지정 자율학교로 중학교 졸업 예정자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또 올해부터 기숙사가 생겨 학교밖 생활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됐다. 남양은 학교성적우수자로 31명을 선발하는 특별전형 지원 대신 125명을 선발하는 일반전형에 지원했다. 다소 불안했기 때문이다. 일반전형은 교과활동과 출결 상황, 봉사활동실적과 수상실적 등으로 학생을 선발했다. 남양은 봉사활동실적에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시절 양로원이나 면사무소 등에 봉사활동 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점수 따려 다녔던 건 아닌데 이번 고교 진학에 큰 도움이 됐죠.” 제약회사에 들어가 신종플루 바이러스 등을 예방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게 꿈인 남양은 입학 전 영재반 시험을 봐 붙어놓은 상태다. “기숙사 생활에 대한 부담요? 새롭게 사귀게 될 친구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걸요.”

“과학에 대한 열정 일반고서도 쑥쑥”

과학중점 일반고
김범진군
과학중점 일반고 김범진군
서울시는 지난해 처음으로 서울시 전역을 단일학교군으로 묶어 2개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고교선택제를 실시했다. 서울지역 고교선택제 1단계 지원 결과, 구로구 신도림동에 위치한 신도림고는 1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서울지역 중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일반계 고등학교가 됐다. 지난해 3월에 개교해 아직 졸업생도 배출하지 않은 신도림고의 경쟁력은 무엇이었을까? 도서관, 자율학습실 등 친환경 첨단시설에 찬조금을 일체 받지 않기로 한 학교의 교육 방침, 교과교실제와 과학중점고등학교로 선정된 점 등이 학생과 학부모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12월 1지망으로 신도림고를 적어 낸 후 지난 2월12일 이 학교에 배정됐단 소식을 듣게 된 김범진(16)군 또한 “신도림고가 과학중점고였다는 점이 가장 끌렸다”고 말했다. 과학중점고는 고교 3년간 이수하는 교과목의 40~50%(수업시간 기준)를 과학·수학으로 편성해 과학적 소양이 풍부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학교로 올해부터 전국 53개 고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인근 과학고에 지원했다 아깝게 떨어진 김군은 커서 전기·전자 분야 연구원이 되고 싶어한다. 그에게 과학중점고인 신도림고 선택과 진학은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조동영 기자 dycho197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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