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희의 학부모코칭
남관희의 학부모코칭 /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자기 가슴에 와 닿는 시가 적어도 몇 편은 있을 게다. 그런 시는 이렇게 저렇게 가끔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내 영혼을 맑게 하거나 나를 살펴보게 한다. 나에게는 그런 시 중의 하나가 킴벌리 커버거가 짓고 류시화가 번역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시이다. 그 시의 전반부는 이렇다.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나는 이 시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진다. 난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살고, 내 인생을 그다지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아서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이렇게 살면 좋겠다 하면서도 오랜 습관들이 나를 자주 흔들리게 한다. 내 과거나 현재가 내가 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지만, 일찍이 이런 걸 몸으로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하다. 부모로서는 ‘우리 아이가 이걸 알았으면, 이걸 실천했으면’ 하는 게 참 많다. 너무 많아 우선순위를 매기기도 힘들다. 그중에서도 가장 우선해야 하는 건 뭘까.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게 아닐까, 제대로 믿고 제대로 사랑하는 것. 그러나 이런 얘기를 하면 “요즘은 한 자녀, 두 자녀 가정이 늘면서 아이들이 자기 자신만 알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게 더 문제”라는 말을 듣게 된다. 자신감이 오히려 탈이라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내가 정말 자신감 있고 당당하다면 더 많이 배우고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주장이 세다고 제대로 된 자신감을 갖췄다고 볼 수는 없다. 진정으로 자신을 믿는 것과는 다르다. 부모가 아무리 “자신감을 가져라. 너를 믿어라”라고 반복한다고 저절로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어떤 상황 속에서도 아이의 감정을 알아주고, 행동의 긍정적 의도를 인정해주고, 아이를 존재 자체로 사랑해주는 게 아닐까. 그런데 이것은 부모가 자기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만큼 가능하다. 부모 스스로 자기 감정에 세세하게 깨어 있고, 의도와 행동의 불일치를 알아차리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것은 말로 배우는 게 아니라 보고 경험하면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장은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고, 그 즐거움을 누리는 곳이다. 내가 성장한 만큼 아이를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제 초점을 아이에서 부모 자신에게 옮겨야 한다.
남관희 한국리더십센터 전문교수/ 한국코칭센터 전문코치 khnam@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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