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소부>
중학진로독서 / [난이도 수준-중2~고1]
■ 이 책, 알고 보면 재미있다!
<행복한 청소부>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풀빛 작가 1951년 독일 하겐시에서 태어나 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작은 시골 마을에 살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행복한 청소부> 외에 <생각을 모으는 사람> <바다로 간 화가> 등이 소개됐다. 모니카 페트의 작품들은 대부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철학적 내용이다. 특히 서정적이면서 독특하고 부드러운 유화가 전체 주제와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독일의 여러 아동 및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내용 이 책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제목에서부터 고개를 갸우뚱하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행복한 청소부라니, 청소부가 행복할 수 있을까?’ ‘매일 쓰레기를 치우고 더러운 것들을 닦아야 하는데 행복하다고?’ 그런데 표지를 본 순간 청소부의 온화한 미소와 순수한 눈망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청소부가 입고 있는 파란색 작업복과 파란색 사다리, 파란색 빗자루는 청소부의 성실함을 말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청소부 옆에 날개를 달고 내려앉은 꽤 귀여운 붉은 말이 무엇을 의미할까? 궁금한 마음에 얼른 책을 펼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날마다 바흐, 베토벤, 하이든, 괴테, 브레히트 등 음악가와 시인들의 거리 표지판을 닦는 일을 하는 청소부이다. 그는 아주 성실한 청소부였으며 자기 직업에 만족하고 일을 사랑했다. 하지만 어느 날 길을 지나던 한 아이와 엄마가 주고받는 말을 들은 후 그의 일상은 바뀌었다. 자기가 매일 열심히 닦는 표지판의 주인공들, 즉 예술가들에 대해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날부터 청소부는 음악회와 오페라 공연에 가고 밤새 거실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면서 음악가들과 친구가 된다. 다음엔 시립도서관에 가서 작가들이 쓴 책들을 읽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 예술가들에 대해 학자들이 쓴 책들까지 읽게 된다. 이렇게 세월이 흐른 후 청소부는 표지판을 닦으면서 자신에게 음악과 문학에 대해 강연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청소부의 강연을 들으러 몰려든다. 텔레비전에도 청소부 이야기가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진 것이다. 심지어 대학에서도 청소부에게 강의를 해 달라고 제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청소부는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거절한다.
■ 깊이 생각해보기 우선 표지 그림에 나온 붉은 말에 대한 수수께끼부터 풀어보자. 글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날개가 달린 붉은 말은 아저씨가 음악을 들을 때, 책을 읽을 때 함께 나타나는 걸로 보아 아저씨의 마음속에서 역동하는 열정이나 자유, 진실 혹은 영혼을 상징할 수 있을 것이다. 책 곳곳에 나오는 아저씨의 표정은 매우 진지하면서도 즐거움이 넘친다. 이 책은 두 가지 면에서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청소부가 예술을 즐기고 예술에 대해 공부하고 예술에 대해 강연까지 한다는 사실이다. 책에 나와 있듯이 사람들은 청소하는 사람 따로 있고, 시와 음악을 아는 사람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 나온 청소부는 그런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또 하나는 청소부가 대학교수 일을 거절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더 대접받는 직업을 원하는데 청소부는 그렇지 않았다. 과연 청소부가 행복한 까닭은 무엇일까? 청소부는 처음부터 청소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음악과 문학에 대해 공부하면서 더 행복해진 것 같다. 청소부는 예술을 즐김으로써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었다. 청소부는 우리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스스로 즐거워서 공부할 때 행복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알려준다. 여기서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갈 것은 행복이 저절로 굴러들어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청소부는 매일 거리에 나와 정성껏 표지판을 닦았다. 거리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하루 종일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행복은 일상을 성실하게 보내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임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여가시간에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것도 의지와 노력이 없이는 힘든 일이다. 책과 담을 쌓고 지내던 청소부가 음악과 문학에 대해 강연을 할 만큼 유식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흘렀다. 단추를 누르면 원하는 것이 금방 나오는 자동판매기처럼 결과를 빨리 얻으려고 조급해하는 현대인들에게 청소부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살아가라고 말한다. 독일의 작가 헤르만 헤세(1877~1962)는 “행복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다”라고 했다. 사건·사물을 바라보는 방식과 태도가 행복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책에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지만 청소부는 자기 일의 가치와 의미를 알았기 때문에 성실하게 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고,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다.
■ 책 속에 나 있다 자신의 일에 의미 찾고, 즐겁게 배우는 게 비결 흥미를 전문성으로 발전시키기 청소부 아저씨는 어느날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난 후 예술가들을 알고 싶다는 흥미와 관심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흥미에서 시작했지만 나중엔 전문가 실력으로 발전했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들도 처음에는 작은 흥미와 관심에서 시작했다.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는지, 좋아하는 게 뭔지를 아는 것은 진로를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진로전문가들은 직업을 고를 때 크게 세 가지를 고려하라고 말한다. 흥미·성격·적성이 그것이다. 흥미는 마음에 끌리는 분야, 관심이 가는 일, 하고 싶은 일 등을 말한다. 성격은 자신의 타고난 심리적 성향을, 적성은 남과 다르게 자신만이 잘하는 것, 재능이나 능력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직업을 고를 때 재능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오히려 흥미와 관심이 있을 때 오랫동안 그 일을 하게 되고 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 흥미는 뭔가를 하려는 동기를 일으킨다. 흥미가 생기면 밤을 새워서라도 하고 싶어진다. 따라서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대는 작은 불씨와 같은 것, 흥미를 찾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흥미를 그저 흥미로만 끝내지 않고 그 흥미를 전문성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청소부 아저씨는 어떻게 흥미를 전문성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을까? 첫째, 일단 경험해 보았다. 음악을 잘 모르지만, 일단 뛰어들었다. 음악가들의 정보를 모으고, 음악회장이나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을 감상하며 상상에 빠졌다. 이처럼 궁금하면 체험해보는 게 중요하다. 둘째, 책을 읽었다. 아저씨가 처음부터 책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아저씨는 책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들을 자꾸만 만났다. 그럴 때마다 뜻을 알게 될 때까지 되풀이해서 읽었다. 그리고 책 내용을 깊이 생각했다.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그전에 심취했던 음악과 연결지어 생각했다. 그리하여 “아하!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구나, 음악은 그냥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이구나”와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셋째, 읽은 내용을 재생했다. 책에서 읽은 내용 중에 마음에 든 구절을 암송하고, 읽은 소설을 다시 중얼중얼 이야기했다. 이렇게 반복해서 시연해 보는 것은 지식을 뇌의 장기기억 창고에 저장하는 좋은 방법이다. 학습심리학자들은 암송을 통해 외우기를 하면 책 전체를 한눈에 조망하고 꿰뚫는 능력이 생긴다고 말한다. 넷째, 비평서를 읽었다. 아저씨는 이제 학자들이 쓴 책을 빌려 읽었다. 처음엔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읽었고, 사람들이 몰려들자 이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준비했다. 이렇듯 하나의 작품을 두고 여러 학자들이 쓴 글을 읽다 보면 그 작품을 보는 다양한 관점이 생기고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그러면서 비로소 자기 언어로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긴다. 결국 책 읽기는 아저씨를 성장시켰고 더 행복하게 해 주었다. 흥미를 비범성으로 발전시키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여실히 보여 준다.
■ 나대로 책 읽기 좋은 직업? 나쁜 직업? 편견 깨져
월촌중 3학년 신재은
<행복한 청소부>라는 책을 처음 보았을 때 그저 재미있는 환상 동화쯤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진짜로 행복한 청소부가 있을까 하고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매일 냄새나는 더러운 쓰레기를 치우고 먼지를 닦아야 하는 청소부라는 직업에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기까지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어른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너 그렇게 공부 못하다간 평생 청소부나 허드렛일 하게 된다”고 겁을 주곤 했기 때문이다.
어느날 한 아이가 던진 한마디가 청소부 아저씨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과연 내 인생에는 언제 어떻게 전환점이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가 되면 나도 아저씨처럼 인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도록 잘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사실 아저씨는 아이가 한 말을 그냥 흘려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청소부가 직업적으로는 자신이 닦고 있는 표지판의 예술가들에 대해 굳이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저씨는 그걸 계기로 자신이 모른다는 걸 깨닫고 공부를 시작했다. 모르면 배워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나는 가끔 배워야 한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겹게 여기고 마지못해 배웠던 것 같아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나는 커서 인간의 심리를 연구하는 학자가 되고 싶다. <교육방송>(EBS)에서 방영한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더욱 관심이 생겼다. 심리학자가 사람의 깊은 속마음을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 프로그램을 보니 아이들이 보여주는 행동은 대부분 심리적인 이유에서 생겨나는데 그런 심리는 어려서부터 부모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의문도 생겼다. 똑같은 부모에게 자란 형제라도 그 심리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청소부>를 읽으면서 청소부의 심리 세계를 상상해 보았다. 흔히 청소부라는 직업은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아저씨는 자기 직업에 만족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면 만족도가 클 거라고 짐작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그럴까? 청소부 아저씨가 어떤 부모에게서 어떻게 교육을 받았을지도 궁금해졌다.
가끔 뉴스에서 화려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가 있다. 아마 그들은 자신들이 불행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죽음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며 살까?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남과 다른 특별한 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서점에 나가 심리학 코너에 가 보았더니 행복에 관해 쓴 책이 정말 많았다. 아직 심리학에 대해 잘 모르지만 청소부 아저씨가 행복한 이유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깊어지고 인생의 이치도 깨달아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심리학자가 되려면 어떤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할까? 우선 청소부 아저씨처럼 배우는 걸 즐기는 자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동안 책을 읽을 때에도 좀 어렵다 싶으면 읽기를 포기하고 책을 덮어버리곤 했는데 이제부턴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야겠다. 지금부터 꾸준히 책을 읽으면 이십년쯤 후에는 심리학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지만 아무리 내가 원하는 심리학자가 되어도 청소부처럼 행복하지 않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행복한 심리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열심히 읽으면서 더 많이 생각해 보아야겠다.
■ 내 꿈을 위해 한걸음 더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1, 2>
금난새 지음/생각의 나무
음악가들을 공부하기 위해 청소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벽에 음악가들의 명단을 붙이는 것이었다. 음악회와 오페라 공연에 자주 가고 음반을 사서 들으며 음악가들과 친해졌다. 책에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지만 아마 청소부도 음악가들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음악가들의 일생을 적은 책이나, 음악을 깊이 이해하기 위한 안내서 등을 읽었을 것이다.
대중음악에 젖어 있는 청소년들이 서양의 클래식을 접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고전 문학 작품이 그러하듯이 클래식도 그냥 단순하게 즐길 수만은 없는 음악이다. 기본적인 배경지식과 이해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은 이제 막 클래식을 배우고 싶은 사람들, 클래식을 들으면서도 뭐가 뭔지 몰라 헷갈리던 사람들, 또 지식을 넓혀보고 싶은 사람에게 적절한 책이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가 친절하게 안내한 서양 클래식 안내서다.
“야구의 룰을 모르는 사람이 야구 경기를 즐기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 시대의 음악이 아닌 클래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클래식에 대해 엄청난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이런 오해를 잠재우기 위해 쉽고 흥미롭게 서양 음악가들을 소개한다. 1권에는 18~19세기의 위대한 작곡가 16명이 등장한다. 바흐와 헨델, 모차르트와 하이든, 베토벤과 로시니, 슈베르트와 멘델스존, 쇼팽과 리스트, 브람스와 바그너 등 같은 시대에 활동한 거장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예술 세계, 음악적 개성을 서로 비교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쉽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
2권에는 드보르자크, 스트라빈스키, 라흐마니노프 등 후기 낭만주의에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곡가 14명의 삶과 음악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여기에 음악가들의 초상화와 관련 그림들을 풍부하게 삽입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이번 기회에 클래식에도 한번 도전해 보자. 어렵게만 느껴지던 예술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면 사실은 부드럽고 친절한 사람일 수 있듯이 클래식도 그럴지 모른다.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
김영숙 지음/휴머니스트
“미술관에도 가봤고 미술책도 봤는데 도대체 뭐가 감동적인지 왜 다들 훌륭하다고 하는지 도통 모르겠어.” 이 책은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미술책이다. 그동안 여러 교과서나 매체를 통해 눈으로는 익숙하게 보아온 그림이지만 정작 그 그림이 왜 그리 유명한지, 어떤 점이 훌륭한지는 알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그림을 볼 때 어떤 화가가 어떤 시대에 어떤 방법으로 왜 그림을 그렸는지를 알면 그림 속에 숨겨져 있던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림을 볼 때 그냥 쓱 훑어보지 말고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려고 노력하면 그 그림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이전의 시대와는 다르게 새로운 방법을 시도한 화가들과 그림을 통해 세상에 목소리를 낸 화가들, 가난과 고통 속에서 예술의 혼을 꽃피운 화가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표현하려고 했던 화가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림과 친해지는 기회를 가져보자!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풀빛 작가 1951년 독일 하겐시에서 태어나 문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작은 시골 마을에 살면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글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행복한 청소부> 외에 <생각을 모으는 사람> <바다로 간 화가> 등이 소개됐다. 모니카 페트의 작품들은 대부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철학적 내용이다. 특히 서정적이면서 독특하고 부드러운 유화가 전체 주제와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독일의 여러 아동 및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내용 이 책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제목에서부터 고개를 갸우뚱하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행복한 청소부라니, 청소부가 행복할 수 있을까?’ ‘매일 쓰레기를 치우고 더러운 것들을 닦아야 하는데 행복하다고?’ 그런데 표지를 본 순간 청소부의 온화한 미소와 순수한 눈망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청소부가 입고 있는 파란색 작업복과 파란색 사다리, 파란색 빗자루는 청소부의 성실함을 말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런데 청소부 옆에 날개를 달고 내려앉은 꽤 귀여운 붉은 말이 무엇을 의미할까? 궁금한 마음에 얼른 책을 펼치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날마다 바흐, 베토벤, 하이든, 괴테, 브레히트 등 음악가와 시인들의 거리 표지판을 닦는 일을 하는 청소부이다. 그는 아주 성실한 청소부였으며 자기 직업에 만족하고 일을 사랑했다. 하지만 어느 날 길을 지나던 한 아이와 엄마가 주고받는 말을 들은 후 그의 일상은 바뀌었다. 자기가 매일 열심히 닦는 표지판의 주인공들, 즉 예술가들에 대해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날부터 청소부는 음악회와 오페라 공연에 가고 밤새 거실에 앉아 음악을 감상하면서 음악가들과 친구가 된다. 다음엔 시립도서관에 가서 작가들이 쓴 책들을 읽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 예술가들에 대해 학자들이 쓴 책들까지 읽게 된다. 이렇게 세월이 흐른 후 청소부는 표지판을 닦으면서 자신에게 음악과 문학에 대해 강연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청소부의 강연을 들으러 몰려든다. 텔레비전에도 청소부 이야기가 소개될 정도로 유명해진 것이다. 심지어 대학에서도 청소부에게 강의를 해 달라고 제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청소부는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나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하고 거절한다.
■ 깊이 생각해보기 우선 표지 그림에 나온 붉은 말에 대한 수수께끼부터 풀어보자. 글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날개가 달린 붉은 말은 아저씨가 음악을 들을 때, 책을 읽을 때 함께 나타나는 걸로 보아 아저씨의 마음속에서 역동하는 열정이나 자유, 진실 혹은 영혼을 상징할 수 있을 것이다. 책 곳곳에 나오는 아저씨의 표정은 매우 진지하면서도 즐거움이 넘친다. 이 책은 두 가지 면에서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청소부가 예술을 즐기고 예술에 대해 공부하고 예술에 대해 강연까지 한다는 사실이다. 책에 나와 있듯이 사람들은 청소하는 사람 따로 있고, 시와 음악을 아는 사람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에 나온 청소부는 그런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 또 하나는 청소부가 대학교수 일을 거절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더 대접받는 직업을 원하는데 청소부는 그렇지 않았다. 과연 청소부가 행복한 까닭은 무엇일까? 청소부는 처음부터 청소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었다. 하지만 음악과 문학에 대해 공부하면서 더 행복해진 것 같다. 청소부는 예술을 즐김으로써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가꾸었다. 청소부는 우리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스스로 즐거워서 공부할 때 행복하다는 단순한 진리를 알려준다. 여기서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갈 것은 행복이 저절로 굴러들어오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청소부는 매일 거리에 나와 정성껏 표지판을 닦았다. 거리의 먼지를 뒤집어쓰고 하루 종일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행복은 일상을 성실하게 보내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임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여가시간에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공부하는 것도 의지와 노력이 없이는 힘든 일이다. 책과 담을 쌓고 지내던 청소부가 음악과 문학에 대해 강연을 할 만큼 유식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흘렀다. 단추를 누르면 원하는 것이 금방 나오는 자동판매기처럼 결과를 빨리 얻으려고 조급해하는 현대인들에게 청소부는 천천히 숨을 고르며 살아가라고 말한다. 독일의 작가 헤르만 헤세(1877~1962)는 “행복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다”라고 했다. 사건·사물을 바라보는 방식과 태도가 행복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책에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지만 청소부는 자기 일의 가치와 의미를 알았기 때문에 성실하게 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고,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다.
■ 책 속에 나 있다 자신의 일에 의미 찾고, 즐겁게 배우는 게 비결 흥미를 전문성으로 발전시키기 청소부 아저씨는 어느날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난 후 예술가들을 알고 싶다는 흥미와 관심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흥미에서 시작했지만 나중엔 전문가 실력으로 발전했다.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이들도 처음에는 작은 흥미와 관심에서 시작했다. 어떤 분야에 흥미가 있는지, 좋아하는 게 뭔지를 아는 것은 진로를 결정하는 데 아주 중요하다. 진로전문가들은 직업을 고를 때 크게 세 가지를 고려하라고 말한다. 흥미·성격·적성이 그것이다. 흥미는 마음에 끌리는 분야, 관심이 가는 일, 하고 싶은 일 등을 말한다. 성격은 자신의 타고난 심리적 성향을, 적성은 남과 다르게 자신만이 잘하는 것, 재능이나 능력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직업을 고를 때 재능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오히려 흥미와 관심이 있을 때 오랫동안 그 일을 하게 되고 그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 흥미는 뭔가를 하려는 동기를 일으킨다. 흥미가 생기면 밤을 새워서라도 하고 싶어진다. 따라서 자신의 내면에서 꿈틀대는 작은 불씨와 같은 것, 흥미를 찾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흥미를 그저 흥미로만 끝내지 않고 그 흥미를 전문성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청소부 아저씨는 어떻게 흥미를 전문성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을까? 첫째, 일단 경험해 보았다. 음악을 잘 모르지만, 일단 뛰어들었다. 음악가들의 정보를 모으고, 음악회장이나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을 감상하며 상상에 빠졌다. 이처럼 궁금하면 체험해보는 게 중요하다. 둘째, 책을 읽었다. 아저씨가 처음부터 책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아저씨는 책에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들을 자꾸만 만났다. 그럴 때마다 뜻을 알게 될 때까지 되풀이해서 읽었다. 그리고 책 내용을 깊이 생각했다.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그전에 심취했던 음악과 연결지어 생각했다. 그리하여 “아하!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구나, 음악은 그냥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이구나”와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셋째, 읽은 내용을 재생했다. 책에서 읽은 내용 중에 마음에 든 구절을 암송하고, 읽은 소설을 다시 중얼중얼 이야기했다. 이렇게 반복해서 시연해 보는 것은 지식을 뇌의 장기기억 창고에 저장하는 좋은 방법이다. 학습심리학자들은 암송을 통해 외우기를 하면 책 전체를 한눈에 조망하고 꿰뚫는 능력이 생긴다고 말한다. 넷째, 비평서를 읽었다. 아저씨는 이제 학자들이 쓴 책을 빌려 읽었다. 처음엔 이해하기 힘든 내용들이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읽었고, 사람들이 몰려들자 이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준비했다. 이렇듯 하나의 작품을 두고 여러 학자들이 쓴 글을 읽다 보면 그 작품을 보는 다양한 관점이 생기고 생각의 폭이 넓어진다. 그러면서 비로소 자기 언어로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이 생긴다. 결국 책 읽기는 아저씨를 성장시켰고 더 행복하게 해 주었다. 흥미를 비범성으로 발전시키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여실히 보여 준다.
■ 나대로 책 읽기 좋은 직업? 나쁜 직업? 편견 깨져
신재은 양
■ 내 꿈을 위해 한걸음 더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1, 2>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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